로이터통신이 전한 바에 따르면, 가봉 정부는 현재 대외채무 재조정 혹은 상환 구조조정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국내총생산(GDP) 재기준화 작업을 통해 부채‧GDP 비율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알렉상드르 바로 샹브리에(Alexandre Barro Chambrier) 부통령이 밝혔다.
2025년 10월 22일, 로이터통신 런던발 보도에 따르면, 샹브리에 부통령은 런던에서 열린 파이낸셜타임스 아프리카 정상회의(FT Africa Summit)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현 시점에서 채무 재조정(reprofiling)이나 구조조정(restructuring)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봉 정부가 ‘내부 부채(국내 채무)’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audit)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감사는 부채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회계 처리와 지출 통제가 적절했는지 등을 확인해 ‘깨끗하고 정확한’ 채무 구조를 확립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다.
“법치주의(rule of law)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정부는 재원 사용이 투명하고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우리는 자원이 어디에도 ‘증발(evaporation)’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려 한다.” — 알렉상드르 바로 샹브리에 부통령
세계은행(World Bank)은 올해 1월, 가봉 정부의 미지급금(arrears)이 급격히 늘어난 데 따라 대출 집행을 일시 중단했다. 이로 인해 정부 재정은 유동성 압박을 겪었으며, 중앙아프리카 경제통화공동체(CEMAC) 역내 채권 시장에 더욱 의존하게 됐다.
그럼에도 샹브리에 부통령은 “가봉의 부채와 차입 수준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면서, 정부가 조만간 ‘국가 경제 장기 전략’을 확정해 모든 차입금이 성장 및 개발 목표에 기여하도록 설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같은 날 오전 열린 패널 세션에서 석유 생산량 확대 계획을 언급하며, “가봉은 충분한 재정 여력을 갖추고 있어 상환 능력에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GDP 재기준화(Rebasing)가 의미하는 바
샹브리에 부통령은 GDP 재기준화가 비공식 부문(informal sector)과 ‘천연 자본(natural capital)’ 가치를 더 정확히 반영해, 결과적으로 현재 약 210억 달러(세계은행 2024년 기준) 수준인 GDP 총액을 상향 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재기준화는 “연내 완료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말했다.
GDP가 커지면 분모가 확대되면서 부채‧GDP 비율이 자연스레 낮아진다. 이는 국채 발행 금리와 신용등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명목 GDP 증가가 실질 구매력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생산성 제고 및 산업 다각화가 동반돼야 한다는 점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가봉 정부는 내부 부채 감사가 “청렴성과 책임 경영을 입증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하며, 재원이 ‘증발’하지 않았다는 점을 대외에 시그널링하고 있다. 내부 부채가 투명해지면 국제 투자자 신뢰도 높아질 수 있다.
IMF와의 관계, 차입보다 ‘자율성’ 우선
샹브리에 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정기적으로 접촉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의 최우선 순위는 투자 여력(room for manoeuvre) 확보
이며, IMF 차관 프로그램을 별도로 모색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는 IMF의 재정적 제약보다 정책 자율성을 우선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용어 해설 및 배경
GDP 재기준화(Rebasing)란, 경제 규모 산정 시 사용하는 기준 연도(base year)를 최근 연도로 바꾸고 통계 방법론을 개선해 비공식 부문, 신흥 산업 등을 포괄적으로 반영하는 작업이다. 과거 나이지리아, 케냐 등도 재기준화를 통해 GDP가 대폭 상향 조정된 바 있다.
부채‧GDP 비율(Debt-to-GDP ratio)은 한 국가의 채무 부담을 경제 규모로 나눈 지표다. 국제 투자가들은 해당 비율을 통해 국가 재정 건전성을 가늠하며, 60% 이하를 안정적 수준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국가마다 차이 존재). 가봉의 정확한 현행 비율은 기사에서 언급되진 않았으나, 정부는 재기준화 후 비율이 ‘더 우호적인 수치’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자 해설·시사점
가봉은 중소형 산유국이지만, 글로벌 탈탄소 추세 속에서도 석유 수출 의존도가 높다. 원유 생산 증가 계획은 단기적으로 세수 확보에는 유리하나, 중장기적으로는 산업 다각화 없이는 대외 충격에 취약할 수 있다.
또한 세계은행 대출 정지는 국제채권 시장에서 차입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내부 부채 감사와 GDP 재기준화로 재정 투명성을 높이면, 신용 스프레드 축소와 금리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 최근 신흥국 전반에 걸쳐 데이터 신뢰도가 투자 결정에 중대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가봉의 이러한 조치는 평가받을 수 있다.
다만, GDP 수치가 개선된다고 해서 실제 경제력이 단기간에 향상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정치적 안정성, 제도적 투명성, 그리고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이 병행될 때에야 비로소 채무 부담 완화가 실질적인 개발 혜택으로 전환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가봉 정부는 채무 재조정 회피와 성장 중심 전략을 내세워 국제사회 신뢰를 회복하려 하고 있다. 향후 세계은행과의 협의 재개, IMF와의 관계 설정, 그리고 석유 의존도를 축소하는 산업 구조 전환의 실행력이 가봉의 신용도와 투자환경을 좌우할 관건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