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현지에서 영국과 중국 간 경제협력의 향방을 가늠할 고위급 회담이 열렸다. 영국 무역장관 피터 카일(Peter Kyle)과 중국 국무원 부총리 허리펑(He Lifeng·何立峰)은 11일(수) 베이징에서 만나 양국 기업의 시장 진출과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2025년 9월 1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관영 통신사 신화통신(新華社)은 허 부총리가 영국 기업의 중국 내 사업 확장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양국 간 경제·무역 협력의 ‘안정적이고 건강한 발전’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은 특정 성과나 수치가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허리펑 부총리는 “영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더 큰 기회를 발굴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피터 카일 장관도 “영국 정부 역시 상호 호혜적 관계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 파트너십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인용 내용은 신화통신 보도 내용을 기반으로 한 간접 인용
“중국과 영국의 경제·무역 협력은 양국 국민에게 실질적 혜택을 제공하는 중요한 축이다.” —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
양국 간 교역 확대에 대한 논의는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 기조 강화 속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중국 정부가 외국인투자법(2019) 개정을 통해 일부 산업의 규제를 완화한 이후, 다국적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 리스크’와 ‘중국 기회’를 저울질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최고위 경제 책임자 중 한 명인 허리펑 부총리가 “영국 기업의 중국 활동 확대를 환영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영국 투자자들에게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피터 카일 장관은 영국 국제통상부(Department for Business and Trade)를 이끄는 인사로,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과 무역 파트너십 다변화를 위한 정책을 총괄한다. 이번 방중 일정은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Brexit) 이후 새로운 무역 파트너를 확보하려는 일환으로 이해된다. 영국은 EU를 떠난 뒤 아시아·태평양 지역과의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추진해 왔으며, 중국과의 교류 역시 그 전략적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꼽힌다.
경제·무역 협력의 ‘안정적·건강한 발전’은 무엇을 의미하나
① 예측 가능성: 양국 정책 변동성이 최소화돼야 기업들이 장기 투자계획을 세울 수 있다.
② 상호 호혜: 특정 산업에 편향되지 않은 균형적 교류가 필요하다.
③ 지속 가능성: 글로벌 환경·기후 변화 대응 등 새로운 규제 환경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
무역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을 두고 “외형적 성과는 제한적이지만, 양측이 기본적인 ‘대화의 창구’를 유지했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미국·EU의 대중국 견제 분위기 속에서 영국이 어느 정도 ‘독자 노선’을 추구할지 여부가 시장의 관심사다. 다만, 이와 같은 전문 분석은 현재 공개된 자료 범위 내에서 추론한 견해이며, 양국 정부의 공식 통계나 계약 발표가 없는 한 구체적 경제적 효과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기술·금융·에너지 같은 전략 산업에서의 협력 가능성이다. 현재 영국 기업들은 전기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핀테크 분야에서 중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허리펑 부총리가 “영국 기업 지원”을 직접 언급함에 따라, 관련 기업들의 투자 움직임이 가시화될지 주목된다.
한편, 중국 정부가 외국계 기업의 지분 규제를 완화하고 일부 제조업·서비스업 분야에서 소유권 제한을 해제한 것도 영국 기업들에게 기회 요소로 평가된다. 그러나 중국 내수 경기 둔화, 지정학적 긴장, 공급망 리스크 등 불확실성 요인을 감안할 때 양국 기업 모두 ‘리스크 관리’ 전략이 요구된다.
전문가 시각
한국무역협회 한 관계자는 “허리펑 부총리의 메시지는 외국 자본의 이탈을 우려하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다”면서, “영국뿐 아니라 한국·EU 기업들도 유사한 신호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견해는 이번 회담이 중국의 ‘대외 개방’ 정책 기조를 재확인해 주는 사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국 이번 허리펑–카일 회담은 단순한 의례적 만남을 넘어, 국제적 지정학·경제적 구도 속에서 ‘중국 시장 접근성’을 둘러싼 전략적 셈법이 교차한 자리로 평가된다. 앞으로 구체적인 후속 조치—예컨대 실무급 협의, 통계 공개, 기업 사례 발표—가 뒤따를 경우, 양국 기업들의 투자가 실제로 확대될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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