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발 — 제이피모건(JPMorgan), UBS, 시티그룹(Citigroup) 등 주요 국제 은행들이 2억7천만 파운드가 아닌 2.7억 파운드(2.7 billion pounds)로 표기된 원문 수치를 근거로 한 영국 내 외환(forex) 집단소송에서 소송 진행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2025년 12월 18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외환시장 환율 조작 의혹과 관련해 자산운용사, 연기금 및 금융기관 수천 곳을 대표해 제기된 27억 파운드(약 36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소송을 진행 불능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소송을 이끈 인물은 필립 에반스(Phillip Evans)로, 그는 영국 경쟁시장청(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 CMA)의 전 조사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에반스는 수천 개의 자산운용사와 연금기금, 기타 금융기관을 대리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바클레이즈(Barclays),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 네트웨스트(NatWest) 등도 피고로 포함되어 있다. 원소송의 근거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2019년에 발표한 조사 결과이다. 당시 유럽연합은 일부 은행들에게 총 10억 유로가 넘는 벌금을 부과했다.
국제 규제 당국은 과거 여러 건의 조사에서 일부 은행 트레이더들이 수년간 통화 환율을 조작했다는 혐의를 제기했으며, 이에 따라 세계 최대 투자은행들은 미국·영국·유럽 등에서 누적해 110억 달러가 넘는 벌금을 지불하며 합의를 본 바 있다.
원고 측의 소송 진행은 2022년 영국 경쟁항소법원(Competition Appeal Tribunal, 이하 CAT)에 의해 처음 차단되었다. CAT는 이 사건을 원고 전원 포함(opt-out) 방식으로 인증(certify)하는 것을 거부했고, 대신 원고 개별 선택(opt-in) 방식으로만 진행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CAT는 opt-in 방식이 사실상 소송의 종결을 의미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후 에반스의 소송은 2023년 항소법원(Court of Appeal)에 의해 부활되었으나, 2025년 12월 18일 영국 대법원(Supreme Court)은 은행들의 항소를 인용해 소송 진행을 다시 불허했다.
재판관 비비안 로즈(Vivien Rose)는 판결문에서 “경쟁항소법원(CAT)이 청구의 취지를 약하다고 평가한 것은 옳았다”고 밝혔다. 그녀는 또한 “원고 소속 일부는 실질적인 청구권을 가질 수 있으나, 그들은 이를 추구할 의사를 보이지 않았으며 이 사건 가액의 ‘극히 일부(tiny fraction)’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에 대해 UBS와 MUFG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제이피모건과 바클레이즈는 논평을 거부했으며, 시티(Citi)와 네트웨스트는 즉시 논평에 응하지 않았다.
필립 에반스는 성명에서 “어떤 옵션이 남아 있는지를 검토할 것”이라며 향후 법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또한 “실무적으로 opt-in 절차는 은행들의 불법적 행위로 피해를 본 수만 명의 개인과 기업들에게 의미 있는 구제를 제공할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용어 설명 — opt-out와 opt-in의 차이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집단소송의 인증 방식에 있다. opt-out은 소송의 원고 집단에 자동으로 포함되되, 개인이 원치 않을 경우 탈퇴할 수 있는 방식이다. 반대로 opt-in은 피해를 주장하는 개인이나 기관이 적극적으로 소송에 참여 신청을 해야만 원고로 인정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opt-out 방식은 대규모 집단소송에서 많은 구성원을 포괄할 수 있어, 실효성 있는 집단적 구제를 가능하게 하는 반면, opt-in 방식은 참여 장벽이 높아 소송의 규모 자체를 축소시킬 가능성이 크다.
법적·시장적 함의
이번 영국 대법원의 결정은 다수의 잠재적 원고가 존재하는 대규모 집단소송에서 소송 진행의 문턱을 높였다는 점에서 법적 선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금융시장 관련 집단소송의 경우, 개별 기관이나 개인이 opt-in 방식으로 참여해야 할 경우 실제 소송 참여율이 낮아져 실효성 있는 배상이나 집단적 구제는 어렵게 된다. 이는 향후 유사한 대규모 금융소송의 집단 구성 방식과 소송 전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단기적으로 피고 은행들의 법적 리스크가 줄어들 수 있으나, 규제기관의 추가 조사나 개별 소송은 여전히 가능하다. 또한 근본적으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은행들이 내부 통제와 준법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규제 불확실성의 축소는 해당 은행들의 주가와 채권 가격 안정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새로운 규제 체계나 추가 처벌 가능성은 여전히 투자자들의 리스크 평가 요소로 남는다.
전문가 의견(중립적 분석)
법조계와 금융권의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배상 청구 가능성을 낮추지만, 장기적으로는 규제·정책적 대응을 촉발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한 법률 전문가는 이번 사건이 “집단소송 접근성의 축소와 개별 소송의 증가”라는 구조적 변화를 야기할 수 있으며, 이는 소송 비용과 시간 부담을 높여 실제 피해 구제의 실효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 규제 전문가들은 또한 EU 및 미국 규제 당국의 기존 제재와는 별개로, 각국의 민사법원이 판결을 통해 집단적 구제의 문턱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향후 국제적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제적 영향 전망
이번 판결은 은행권의 잠재적 손해배상 비용을 단기적으로 경감하는 효과가 있어 투자자 심리에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은행들이 법적·규제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준법감시와 내부 통제 시스템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한 운영비용 증가는 금융권의 수익성 지표에 일정 부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유사 사건의 집단소송 접근성이 낮아질 경우 개별 피해자들이 소송을 통해 구제를 받기 어려워지며, 이는 법원 시스템 및 소비자 보호 정책에 대한 재검토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
기타 정보
원문 보도는 로이터통신(London, Dec 18, 2025)에 의해 보도되었으며, 기사 내 환율 표시는 ($1 = 0.7493 pounds)를 기준으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