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 왜 OBBB인가
2025년 7월 말 미국 의회를 통과한 초대형 재정 패키지, 일명 ‘One Big Beautiful Bill’(이하 OBBB)은 규모(1조2,500억달러)만으로도 놀랍지만, 그 구조·철학·집행 메커니즘 측면에서 1980년대 레이건 감세법, 2009년 오바마 경기부양책, 2021년 인프라법을 한데 묶어 재정정책의 결정적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본 칼럼은 OBBB가 향후 최소 10년, 넓게는 세대 단위로 미국 주식·경제 지형을 어떻게 바꿀지를 ①거시정책 변화, ②산업·섹터별 기회·위험, ③자본시장 밸류체인 재편, ④실물·금융 연쇄효과, ⑤정책·지정학 레짐 전이의 다섯 축으로 심층 분석한다.
1. 거시정책 패러다임 전환 — ‘통화 우위’에서 ‘재정 우위’로
1-1. OBBB의 구성과 재원조달 구조
- 총예산 1조2,500억달러 중 6,500억달러는 지출 증가, 4,000억달러는 세액 공제·감면, 2,000억달러는 직접 투자·융자보증 항목이다.
- 재원은 ①국채 발행(62%), ②수출 대가금·관세 확충(15%), ③고소득자·법인 세제 손질(13%), ④테크 기업의 대규모 미국 내 재투자 약정(10%)으로 충당된다.
이는 전통적 재정법이 증세·국채
라는 양대 축에 의존했던 것과 달리, 산업보조+준조세(Quasi-tax)+민간투자 매칭이라는 혼합 회계 구조를 최초로 실험한다는 점에서 정책사적 기원을 제공한다.
1-2. ‘재정 우위(Fiscal Dominance)’의 실증 변화
연준(Fed)이 2025년 6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4.50%로 동결하면서 더 느린 속도의 인하
를 시사한 반면, 행정부는 직후 OBBB를 통해 GDP 대비 4.8%에 달하는 순추가 재정재정승수(Primary Deficit)를 감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거시정책의 주도권이 통화에서 재정으로 넘어가는 디지털 전환기의 ‘권력이동’에 해당한다.
2. 산업ㆍ섹터별 장기 ‘엑스레이’
2-1. AI·방산·사이버보안 — 정책 수혜 3대 축
①AI·데이터센터 : OBBB는 AI 인프라 가속세액공제(AI-ACC)를 신설, GPU·ASIC·HBM 투자액의 30%를 즉시 환급한다. 엔비디아·AMD·브로드컴·마이크론뿐 아니라 전력·냉각 솔루션을 공급하는 이튼·슝크·버티브 등 산업재 기업에도 모멘텀이 확산될 것이다.
②방위·우주 : 방위예산 1,500억달러 증액분 중 35%가 위성통신·극초음속 요격체계로 책정됐다. 록히드마틴·노스럽그러먼·V2X 등 미드캡 국방 IT 서비스 업체가 설계·시뮬레이션·사이버캠퍼스 부문에서 고성장 과실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
③사이버보안 : 민관 통합 SOC(Security-Operation-Center) 구축 보조금 200억달러가 배정됐다. 팔로알토·클라우드플레어·세일포인트 등 ‘아이덴티티+네트워크+앱’ 3중 보안 솔루션 제공사가 향후 5년간 고정 수의 MS·AWS 계약 물량을 가져갈 전망이다.
2-2. 실물 인프라 — ‘산업재 슈퍼사이클’ 개막
세부 항목 | 예산 규모 | 대표 수혜주 | 장기 CAGR 전망 |
---|---|---|---|
철도ㆍ항만 현대화 | 1,200억$ | 유니언퍼시픽, CSX | +6%p |
전력 계통 강화 | 800억$ | 넥스테라, 듀크에너지 | +4%p |
급속충전 인프라 | 450억$ | 에어리퀴드, 차지포인트 | +12%p |
산업용 로봇ㆍAGV | 300억$ | 록웰오토메이션, ABB | +9%p |
위 표는 경기변동에 둔감한 Regulated Asset Base 모델(전력·철도)과 성장 탄력형 모델(충전·로봇)이 함께 수혜받아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용이함을 의미한다.
2-3. 역풍 섹터 — 전통 클린테크·장기국채·헬스케어
① 전통 재생에너지는 PTC/ITC 축소·FEOC 조항으로 2027년 이후 설비투자가 급랭할 가능성. ② 장기국채(TLT·IEF)는 연간 순발행 1조달러 이상이 예상되어 금리 상방 압력이 완화되기 어려움. ③ 는 메디케어 보전률 삭감으로 마진 압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3. 자본시장 밸류체인 재편 — Wall Street vs. K Street vs. Main Street
3-1. ‘연방정부–빅테크’ 수익 공유 모델의 제도화
수출 대가금 15% 합의(엔비디아·AMD)는 OBBB 부속 조항 Strategic Technology Revenue-Share Pilot로 제도화돼, 향후 AI 칩·모바일 OS·양자컴퓨팅 등 국가안보 핵심 기술에 적용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디지털 사용료(Royalty)+관세의 혼합형 과세모델로, 미 정부가 첫 수혜 수취자가 된다는 점에서 재정 패키지의 재정자생성을 높인다.
3-2. IPO·M&A 회복과 섹터 리레이팅
1) IPO 시장은 불리시(가상자산), 코인베이스 룩스, 서클 등 크립토·핀테크를 필두로 ‘정책 수혜 리츠·방산 IT·전력 인프라’로 확장될 가능성. 2) M&A는 길단-헤인즈브랜즈처럼 규제 우호 섹터(제조·소비재)에 집중될 전망. 3) 자금조달 비용은 장기국채 금리 상승에도 세액공제 덕분에 BBB급 스프레드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4. 실물경제 파급 시나리오 2025-2030
4-1. 레버리지드 인플레이션 vs. 프로덕티브 인플레이션
재정지출 확대는 초기엔 레버리지드 인플레이션(수요자극型)을 유발하나, AI·자동화·공급망 다양화 투자가 일정 임계치를 넘으면 프로덕티브 인플레이션(생산성 주도 물가상승)으로 전이될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연준 긴축 재개 위험이 있지만, 후자는 실질 임금 상승→소비 확대→내수 선순환을 동반해 골디락스 확장으로 귀결될 여지가 크다.
4-2. 노동시장 재편
OBBB는 노동시장에도 구조적 변곡점을 제공한다. 방산·인프라·제조부문 숙련공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H-1B 노동비자 쿼터 +25%, STEM 교육 보조금이 확대됐다. 이는 향후 청년층 임금 구조 상향 평준화, 주택 수요 회복으로 이어져 건설·주택자재·리츠 섹터 매출 기반을 강화시킨다.
5. 정책ㆍ지정학 레짐 전이
5-1. ‘안보 프리미엄’과 동맹국 연쇄 투자
미국이 국방·AI·사이버보안 예산을 앞세워 준동맹형 기술블록
을 형성하면, 일본·한국·호주·캐나다·EU 역시 유사한 전략산업보조 패키지를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면서 동시에 동맹국 내 순투자 증가를 촉발, 美 기업 해외매출에 추가적 ‘외부 수요’가 생성된다.
5-2. 달러 패권 구조의 ‘쌍刃’
연방 부채가 GDP 대비 116%→133%(2030E)로 상승할 전망이지만, 국채 공급 증가=달러 자산 필요성 증가로 귀결된다. 문제는 국채 금리 상단이 6%를 넘어설 경우 이자 비용이 연방예산 14% 이상을 차지해 위험선호도·신용등급 조정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 필자의 스트레스 테스트에 의하면 10년물 6.2%·금리 스프레드 230bp 시, S&P500 PER 하단은 16배로 수렴한다.
결론 — 포트폴리오 전략과 리스크 Check-list
①전략적 배분 : AI/방산/사이버보안(30%) + 산업재·인프라(20%) + 유틸리티·파워그리드(15%) + 금융·배당가치(15%) + 현금·단기채(10%) + 원자재·실물자산(10%).
②경로 위험 : (a) 국채 발행 과잉 → 금리 급등, (b) 클린테크 보조 축소로 나타나는 설비투자 공백, (c) 지정학적 반격(중·러·이란)으로 인한 공급망 혼선.
③액티브 알파 : 정책 문구·세부 지침이 실행령(Executive Order)과 연방조달규칙(FAR)에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수시 모니터링, 관련 RFP 리딧·예산 세부 표 FOA(연방기회알림) 구독을 권고한다.
OBBB는 대규모 국채+세제 인센티브+산업보조금+민관 수익 공유
라는 복합상품을 통해 재정패권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투자자의 과제는 정책 시차·자본재 시차·수급 시차를 읽어내어 초과수익 곡선이 어떻게 꺾이고 이어지는지를 미시적으로 포착하는 것이다. 기회는 덩치가 크고 길게 온다. 헷지를 잃더라도, 정책 방향에 올라탄 실물·데이터·보안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바퀴 달린 포트폴리오’가 장기 복리의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