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TSB, 치명적 블랙호크·여객기 충돌 사고…헬리콥터 고도 데이터 오류 여부 집중 조사

[워싱턴=인베스팅닷컴] 미 교통안전위원회(NTSB)2024년 1월 29일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내셔널공항(RKDCA) 인근 포토맥강 상공에서 발생한 미 육군 UH-60 블랙호크 헬리콥터와 아메리칸항공 여객기 간 충돌 사고에 대해 본격적인 공개 청문회를 개최했다. 해당 사고로 67명이 사망해 지난 20여 년간 미국에서 발생한 항공 사고 중 가장 높은 사망자를 기록했다.

2025년 7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NTSB는 이번 청문회에서 블랙호크의 에어데이터 시스템(ADS)알티미터(고도계)가 사고 직전 실제 고도 대비 최대 130피트(약 39.6m)까지 오차를 보였다는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이는 해당 기종의 임무 비행 절대고도 한계인 200피트를 최대 65% 초과한 고도에서 충돌이 발생했음을 시사한다.

청문회를 주재한 제니퍼 호멘디 NTSB 위원장은 “

‘승무원이 계기판에서 읽은 고도가 실제 고도와 현저히 달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 지적했다. 그녀는 특히 “특정 구간의 안전 마진이 75피트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80~130피트에 달하는 오차는 매우 중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고도계 오차, 왜 문제인가?
헬리콥터는 지면 효과(Ground Effect)와 장애물 회피를 위해 초저고도(LOW-LEVEL)로 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고도계가 100피트 이상 과대 표출(over-read)될 경우, 조종사는 실제보다 높다고 착각해 지상·수면 또는 구조물과 충돌할 위험이 극적으로 증가한다. 블랙호크의 복합형 고도계는 압력센서·온도 보정·GPS 데이터를 통합해 고도를 산출하지만, 센서 편차나 소프트웨어 필터 오류가 누적되면 막대한 오차를 유발할 수 있다.

육군 항공작전본부 소속 관계자들은 증언에서 “100피트 이내 편차는 블랙호크 운용 절차상 ‘수용 가능 범위’에 해당한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NTSB 토드 인먼 이사는 “

‘수용 가능’하다는 명목 아래 추가 시험·정비·조종사 경고 절차가 미흡했다

”며 육군 측 대응 속도를 질타했다. 그는 “Could you hurry it up?”이라는 직설적 표현으로 긴박성을 강조했다.

FAA(연방항공청)의 역할·감독 의무
NTSB는 사고 전·후 FAA의 워싱턴 수도권 공역 관리 실태도 집중 조사했다. FAA는 2024년 5월 1일 펜타곤 상공 근접 사고가 발생하자 육군 헬리콥터의 수도권 비행을 즉시 중단시켰다. FAA는 2025년 7월 1일 육군과 신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시험 비행 재개는 아직 허가하지 않았다. 이는 고도 데이터 신뢰성 검증이 완료되기 전까지 ‘선(先) 안전, 후(後) 운용’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고 당시 통제탑 교신 기록
NTSB는 청문회에서 사고 전후 3분간의 관제탑·조종실 녹음 일부를 틀었다. 자료에 따르면, 관제사는 아메리칸항공 274편 여객기에게 활주로 변경을 요청했으며, 동시에 블랙호크에 표준 고도 200피트를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실제 충돌 지점인 포토맥강 상공에서는 양 항공기의 상대고도가 0에 수렴했고, 기체 잔해는 강 수면과 넓은 범위에 걸쳐 발견됐다.

야간 비행·NVG(야간투시장비) 착용
블랙호크 승무원은 모두 야간투시장비(NVG)를 착용하고 있었다. NVG는 빛을 증폭해 어두운 환경에서도 시야를 확보하지만, 녹색 단색 영상, 깊이 왜곡, 주변 시야 제한 등의 한계가 있어 계기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고도계 오차와 NVG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상황 인식(SA, Situational Awareness)을 떨어뜨렸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블랙호크와 시코르스키(Sikorsky) 민수 헬기 영향
호멘디 위원장은 “시코르스키社가 제조한 민수용 헬리콥터에도 유사한 고도계 계통을 사용하는 기종이 존재할 수 있다”며 범(汎) 시코르스키 기종에 대한 광범위한 점검과 소프트웨어 패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코르스키는 이미 헬기용 데이터 인터페이스 모듈(DIM) 업데이트 계획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 시행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헬리콥터 조종사·운항사 대응 지침
국내외 운항사는 이번 사례를 참고해 ①항공계기 정합성 검증(Instrument Cross-Check), ②표준호출 절차 복습, ③추가 시뮬레이터 훈련 등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육·공군 항공안전단도 UH-60PHH-60 기종의 고도계 점검 주기를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전망
항공안전 컨설턴트 박성현 박사는 “고도계 오차는 단순 계기 결함이 아니라, 센서 설계·소프트웨어 필터·정비 문화·조종사 CRM(승무원자원관리)이 복합적으로 얽힌 시스템적 문제”라며 “NTSB 권고안이 채택되면 군·민수 헬리콥터의 계기검사 규격이 상향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FAA가 수도권 공역을 ‘성층형 공역(층별 분리)’으로 재설계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용어 설명
에어데이터 시스템(ADS)기압·온도·습도·속도·각도 등 센서 데이터를 통합해 고도와 대기 정보를 산출하는 항공 전자장비다. 알티미터는 이러한 데이터를 조종사에게 수치 또는 지시기로 표시해 ‘현지기압보정고도’를 제공한다. NVG(Night-Vision Goggles)는 미세광 증폭관을 통해 야간 환경에서 육안시야를 확보하지만, 흑백/단색 영상 특성상 거리감이 실제보다 왜곡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