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 캐시 파텔(Kash Patel)과 그가 설립한 Kash Foundation이 인터넷 블로거 겸 팟캐스터 짐 스튜어트슨(Jim Stewartson)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총 25만 달러(약 3억3,000만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2025년 8월 15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연방지방법원의 앤드루 고든(Andrew Gordon) 판사는 8월 5일(현지시간) 원고 측의 기본 판결(default judgment) 신청을 받아들여 이같이 선고했다.
기본 판결이란 피고가 소장 접수 이후 답변서를 내지 않거나 소송 절차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원이 원고의 주장만으로 책임을 인정해 내리는 결정을 뜻한다. 이번 사건에서 피고 스튜어트슨은 소장 송달 후 법정 기한 내에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아 패소 판결을 자초했다.
■ 판결의 주요 내용
고든 판사는 판결문에서 “스튜어트슨의 게시물은 파텔이 ‘크렘린의 자산(Kremlin asset)’이며 미국 정부 전복을 시도했고 2021년 1월 6일 의사당 폭동을 기획했다는 허위 사실을 사실인 양 단정적으로 적시했다”라며 “이는 명백한 악의(actual malice)에 기반한 명예훼손”이라고 지적했다.
그 결과 파텔 개인에게는 10만 달러의 손해배상과 10만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파텔 재단에는 2만5,000 달러의 손해배상과 2만5,000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각각 인정됐다. 재단의 경우 최소 7명의 후원자가 기부를 중단한 사실이 인정돼 재산적 손해가 일부 인정됐다.
판사는 “공적 인물에 대한 사실적 비판이나 의견 표명은 헌법상 보호되지만, 악의적 허위 사실은 표현의 자유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징벌적 손해배상은 피고와 타인에게 유사 행위 재발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 피고 측 해명과 향후 대응
스튜어트슨은 CNBC와의 문자 인터뷰에서 “소장을 한 번도 전달받은 적이 없었고, 최근 트위터를 통해 판결 소식을 알게 됐다”며 절차상 하자를 주장했다. 그는 또한 “이번 소송은 나와 같은 기자·활동가를 겁주기 위한 전략”이라고 비난하면서, “파텔과 플린(Michael Flynn·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QAnon 운동과 1·6 사태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5년간 성실히 보도해 왔다”고 반박했다. 이어 “두 사람은 단 한 푼도 받아 가지 못할 것이며, 오히려 내가 역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소장 송달 과정과 법원의 판단
원고 측 변호인단은 2023년 6월 소장을 제출한 뒤 수개월간 피고가 송달을 ‘피했다(dodged)’고 주장했다. 결국 2023년 10월 말, 피고의 캘리포니아 자택에서 대리인이 문서를 수령하면서 송달이 완료됐다. 고든 판사는 “원고는 기본 판결을 구할 상당한 이유(good cause)를 제시했다”며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가 1,000만 달러의 거액을 청구했지만, 구체적 손해를 입증하는 자료가 충분치 않아 배상액을 축소했다”고 밝혔다. 판결문에는 한 전문가 보고서가 “파텔의 평판이 크게 훼손됐고 향후 사업 기회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적시했지만, 구체적 매출 감소 사례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특히 파텔은 논란 이후에도 미 상원의 인준을 받아 FBI 국장에 올랐다는 점이 평판 훼손 주장을 약화시켰다.
■ ‘Substack’·‘징벌적 손해배상’ 용어 설명
‘서브스택(Substack)’은 이메일 뉴스레터와 블로그 기능을 결합한 미국의 구독형 플랫폼으로, 자유 기고가와 독립 언론인이 글을 배포하고 구독료를 받을 수 있다. 피고 스튜어트슨은 이 플랫폼에서 기사와 팟캐스트를 발행해 왔다.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은 단순 배상이 아닌 가해자의 악의적 행위를 징계하고 유사 행위 억제를 목표로 하는 보충적 손해배상 제도다. 미국 사법제도 특유의 제도로, 우리나라 민사법에는 일반적으로 도입돼 있지 않다.
■ 사건의 배경
스튜어트슨은 2021년 이후 SNS 게시물 및 팟캐스트를 통해 파텔이 러시아 정부와 연계돼 있으며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를 조종했다고 주장해 왔다. 파텔 측은 “근거 없는 허위사실이 개인 명예와 재단 운영에 중대한 손해를 끼쳤다”며 2023년 6월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파텔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국방부 등 요직을 거쳐 2025년 3월 상원 인준을 통해 FBI 국장에 취임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트럼프 측근 인사의 주요 수사기관 수장 임명을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이번 판결로 명예를 일정 부분 회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 향후 전망
스튜어트슨이 “소송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며 불복 의사를 밝힌 만큼, 그는 판결 무효를 위한 재심 신청 혹은 항소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기본 판결의 뒤집기는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응답하지 못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해 쉽지 않다는 게 미국 법조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파텔 측은 공식 논평을 거부했지만, 내부적으로는 판결 확정을 통해 스튜어트슨의 추가 허위 발언을 차단하고 손해배상금을 빠르게 집행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은 공직자에 대한 비판과 허위사실 유포의 경계,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법적·사회적 논쟁을 재점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