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 ‘3000억 달러 사이클’의 서막
2025년 여름, 미국 동북부 전력망(PJM) 관할 지역은 뜻밖의 ‘건설 붐’에 휩싸였다. 구글·블랙스톤·코어위브를 비롯한 빅테크·사모펀드·클라우드 신흥주자들이 펜실베이니아·버지니아·텍사스에 데이터센터·발전소를 앞다퉈 짓겠다고 선언하며 향후 5~7년 간 누적 3000억 달러 이상의 투자 파이프라인이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AI 수요 폭증’이 단초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전력 정책·부동산·소재·반도체·통신 등 광범위한 산업지형을 재편할 거대한 지각변동이 진행되고 있다.
1) 데이터 洪水 · 전력 가뭄 — 수요·공급 그래프가 뒤집힌다
JP모건·맥쿼리 분석에 따르면 미국 AI 데이터센터 총전력 소비는 2024년 23GW에서 2030년 70GW 수준까지 3배 이상 뛰어오른다. 이는 2023년 기준 뉴욕주·펜실베이니아주 가정용 전력 합계와 유사한 규모다. PJM 본부는 “현재 패스트트랙 허가를 모두 더해도 2030년 대비 25GW 전력 구멍이 발생한다”고 경고한다.
- 구글 250억 달러 패키지 : PJM 13개 주 전역·수력 PPA 30억 달러 내재
- 블랙스톤 250억 달러 : 가스 복합화력 + 데이터센터 코로케이션 복수 사이트
- 코어위브 60억 달러 : 랜커스터 100MW 1차 → 300MW 확장 설계
- 구글 외 타 하이퍼스케일러 : 2024~26년 애저·AWS·메타 CAPEX 합계 1200억 달러 추정
공급측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력망 증설에는 평균 4~7년이 걸리지만, AI 서버 램프업 속도는 ‘분기’ 단위다. 이 괴리는 ①전력요금 급등 ②그리드 불안 ③재생에너지 PPA 프리미엄 확대라는 3연쇄 쇼크를 예고한다.
2) 구글·블랙스톤 모델 해부 — ‘발전소 옆 데이터센터’ 수직통합
발전 → 송전 → 변전 → 배전 → 센터 5단계 사슬 중 발전·센터를 한 부지에 묶으면 송배전 인허가·손실·요금이 동시에 줄어든다. 블랙스톤이 천연가스 복합화력과 데이터센터를 코로케이션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구글은 수력발전소 업그레이드 대신 장기 PPA+storage 모델을 택해 ‘24/7 탄소중립’ 목표를 가속한다.
구분 | 블랙스톤 모델 | 구글 모델 |
---|---|---|
전력원 | 천연가스 CCGT 다수기 | 수력 + 배터리 |
CapEx/tier 1 MW | 7~8 M$/MW | 8~10 M$/MW |
탄소집약도 | 350g CO2/kWh | <50g CO2/kWh |
규제 리스크 | 가스 가격·메탄 누출 | 수자원·댐 허가 |
* 단가는 부지·냉각·네트워크 포함 추정
두 모델은 결국 ‘에너지 전환 투자’와 ‘디지털 전환 투자’가 동전의 양면임을 보여준다. 투자자 입장에선 유틸리티·파워장비·C&I 배터리·HVDC(초고전압직류) 제조주가 AI 2차 수혜로 부상한다.
3) 반도체·부동산·원자력 … 다중 연쇄 수혜 맵
① 반도체 (▶ Nvidia ↔ TSMC ↔ ASML)
AI 서버 1대(8GPU) 소비전력은 최대 35kW, 12년 누적 소비전력 150MWh 수준이다. 데이터센터 CAPEX의 45%가 GPU·NIC 칩 구매로 배분된다. 따라서 Nvidia·AMD·브로드컴과 TSMC·삼성전자 파운드리 라인 가동률은 전력 공급계획과 직결되는 ‘공생 구조’를 띤다.
② 부동산 (클래스A 창고 → 우주 지원 인프라)
플로리다 스페이스코스트 물류센터 캡레이트(ROI)는 일반 창고보다 200~250bp 낮지만, 장기 3중 넷(Triple-net) 계약과 전력 증설 보조금으로 추가 프리미엄이 붙는다. 이는 리츠(REIT) 섹터 내에서 ‘우주·AI 테마 리츠’라는 신규 니치 상품 탄생을 예고한다.
③ 원전·SMR (소형 모듈형 원자로)
AI 발전수요 증가로 국내 가스 가격·REC(재생에너지 크레딧)이 식을 여지가 작다. 이에 DOE와 각 주 PSC들은 다시 신규 원전 인허가 테이블을 꺼내들었고, 내셔널 그리드·듀크 에너지·엑셀론이 SMR 타당성 조사에 돌입했다.
4) 주식·채권·상품시장 장기 전망
① 주식 : S&P500 내 인프라·유틸리티 비중은 현재 약 5%. 데이터센터 REIT 와 전력 설비주가 ‘제2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종합전력지수)’ 구성 논의까지 거론된다. 밸류에이션은 고점이나, ROIC>WACC 전환 속도가 빠른 업종이다.
② 채권 : 투자등급(IG) 유틸리티 채권 발행은 2024년 500억 → 2026년 800억 달러로 증가 예상. 그린본드·전력망 ABS까지 다층 구조로 확대되며, 수익률 곡선은 10년±30bp 스프레드 수렴 가능성이 높다.
③ 상품 : 구리·알루미늄 전력선 수요가 2040년까지 3배 증가. LME 3개월 구리 가격이 2025년 말 톤당 1만2천달러를 상회할 것이라는 BofA 리포트 재차 인용.
5) 규제·정책 리스크 트리거
- FERC 송전 허가 적체 → 프로젝트 NPV 지연
- EPA GHG New Source Performance Standards → 가스 발전 캡엑스 리스크
- IRA 45X 세액공제 변동 → 배터리·풍력 단가 상승
- 지방 NIMBY 반발 → 데이터센터 부지 획득 지연
그러나 정치권 양당은 ‘AI 패권 경쟁’ 프레임에서 초당적 지지를 보이는 모양새다. 바이든 행정부는 Transmission Build Out Act, 트럼프 측은 초고속 AI보험금 세액공제를 내걸어 규제 완화를 경쟁하고 있다.
6) 투자 포트폴리오 전략 제언
Core & Satellite 구조를 추천한다.
- 코어 : MSCI USA IMI 인프라 ETF, 중립 가중치 5%→10%
- 위성 1(전력망) : Quanta Services (PWR), ABB, Nexans — 총 3%
- 위성 2(데이터센터 REIT) : Equinix (EQIX), Digital Realty (DLR) — 총 4%
- 위성 3(SMR 핵심부품) : BWXT (BWX Technologies), Oklo — 총 2%
- 전술 헤지 : 천연가스 장기 콜옵션, 구리 롱 ETF (하반기 레인지 $4.5~5.5/lb 뷰)
리스크 관리는 1) 프로젝트 착공 단계별 뉴스 플로우, 2) 10y-2y 금리 스프레드, 3) PJM 실시간 스팟 가격 세 지표로 모니터링하라.
7) 맺음말 — ‘전력 빅뱅’ 은 미 자본시장 새 지도를 그린다
한 세대 전 인터넷 붐이 IPv4 → 데이터센터 붐 → 클라우드·스마트폰 생태계로 진화했듯, 2025년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빅뱅은 향후 10년간 전력망·에너지 전환·하드웨어·부동산 전체 벤치마크를 재정의할 것이다. 투자자는 “GPU 한 장의 전력 사용량이 소형 아파트와 맞먹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전력 패러다임을 읽지 못하면 AI 기술주 랠리도 끝 자락에 잡힐 수밖에 없다.
— 이중석 (경제칼럼니스트 兼 데이터 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