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I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에 ABB, 2분기 사상 최대 수주 기록

스위스 종합 엔지니어링 기업 ABB(취리히 증시: ABB)은 2025년 2분기에 사상 최대 분기 수주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시장의 폭발적인 주문 증가와 인공지능(AI)용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수요가 실적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2025년 7월 1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ABB의 미국 주문액은 전년 동기 대비 37% 급증해 그룹 전체 주문 성장률(14%)을 크게 웃돌았다. 미국은 ABB 매출의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모르텐 비에로드(Morten Wierod)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성장은 대형 프로젝트 한 건이 기여한 측면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제조·산업 고객이 자동화 및 전력화 솔루션에 적극 투자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중 무역 갈등에 따라 미국이 부과한 추가 관세를 피하기 위한 선(先)주문 물량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비에로드 CEO는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AI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부문이 전력 소비를 늘리고 있다”고 부연했다. ABB는 미국 판매 제품의 약 80%를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2분기 주요 실적 지표

코어 영업이익(EBITA): 17억1,000만 달러(전년 동기 대비 9% 증가, 시장 예상치 16억5,000만 달러 상회)
매출: 89억 달러(8% 증가, 컨센서스 87억2,000만 달러 상회)
순이익: 11억5,000만 달러(시장 예상치 11억2,000만 달러 상회)
주가: 실적 발표 직후 취리히 증시에서 7% 급등

이번 분기에 ABB 로보틱스 부문만이 무역 불확실성의 영향을 받았다. 자동차 업계 고객이 최종 관세 수준을 지켜보며 설비 투자를 보류한 탓이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솔루션 부문은 오히려 10~20%의 추가 주문 성장을 기록하며 회사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관세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미리 구매할 필요가 없다.” — 모르텐 비에로드 ABB CEO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가져온 구조적 변화

미국 내 AI 경쟁이 가열되면서, 대규모 연산 능력을 갖춘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고 있다. ABB는 전력 분배 장치, 스위치기어, 전력 변환 장비 등 핵심 전력 인프라를 공급한다. 전체 데이터센터 매출의 약 50%가 미국에서 발생하며, 나머지는 아시아·아프리카·중동(30~35%), 유럽 순이다.

이번 주 초 미국 기업들은 대통령령에 발맞춰 AI·에너지 분야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러한 정책 드라이브는 ABB의 수주 확대에 직접적인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용어 설명

코어 영업이익(EBITA)는 이자·세금·영업권 상각 전 이익을 의미한다. 기업의 실제 영업 성과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투자자들이 많이 참고한다. 데이터센터는 클라우드·AI 서비스를 위한 대규모 서버 시설로, 전력·냉각·보안 설비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관전 포인트

기자 관점에서 볼 때, ABB의 이번 실적은 전력 인프라 시장이 AI 붐의 핵심 수혜 산업임을 재확인해 준 사례다. 특히 자국 생산 비중이 높은 ABB의 탄력적 공급망은 무역 마찰 국면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성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로보틱스 부문의 투자 지연은 향후 관세 정책에 따라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다.

향후 투자자들은 ① 미국 반도체·AI 투자 법안 추진 속도, ② 글로벌 금리 기조에 따른 설비 투자 여력, ③ 중국을 포함한 신규 수주 흐름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수는 ABB 주문잔고뿐 아니라 경쟁사 지멘스·슈나이더일렉트릭 등 유럽 전력·자동화 기업들의 실적에도 연동될 가능성이 높다.

ABB는 2025 회계연도 가이던스를 유지하며, 연간 매출 한 자릿수 중후반대 성장과 견고한 마진을 자신했다. 회사 측은 “AI·데이터센터·배터리 공장 등 구조적 성장 영역의 지속적인 투자가 장기적 성장 동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