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50% 구리 관세’가 촉발할 新보호무역 시대의 그림자 – 인플레이션·산업경쟁력·증시·통화체계에 대한 10년 장기 시나리오

■ 머리말: 2025년 7월 9일, 세계 경제질서가 갈라지는 분수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구리·자동차·철강·알루미늄·의약품에 최대 50%까지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서한을 잇달아 발송했다. 2018~2020년 1차 관세전쟁과 달리 이번 조치는 ‘국가안보(Section 232)’ 명목으로 사실상 즉시 발효가 가능하며, 법원이 제동을 걸기도 어렵다. 필자는 이를 ①물가 ②제조업 ③국채 ④증시 ⑤통화체계 다섯 축에서 10년 장기 시나리오로 분석한다.


1. 물가(Inflation) – ‘메탈 쇼크’가 에너지·식품까지 전이되는 3단 파급

1단계: 직접 비용 전가
구리는 전력·배선·HVAC·EV 배터리·데이터센터 냉각 등에 필수다. 관세가 곧장 도매 단가 +15~20%로 올라오면, 제조업체 마진은 연 1~3%포인트 깎인다.

2단계: 대체 소재 → 효율 저하 → 추가 투입
알루미늄·광섬유 전환이 거론되지만 전기전도율·열전도율 ↓. 설계 변경에 최소 24~36개월, 추가 투자 CAPEX가 뒤따른다.

3단계: 설비·주택 PPI → CPI 재차 자극
주택용 배선·가전 가격 → 건설자재 PPI → 소비자물가 CPI로 12~18개월 시차 전가가 예상된다. Fed의 2% 목표선은 구조적 상방 압력.


2. 산업경쟁력 – 리쇼어링 ‘딜레마’와 공급망 재편 3라운드

  • 리쇼어링 장밋빛 청사진: 인프라·EV 굴기, 고임금 고숙련 일자리 30만 개 창출 전망.
  • 현실적 제약: 신규 구리광산 허가 10~15년, 제련소 CAPEX 1곳 7~10억달러. ESG 규제와 NIMBY 갈등.
  • 결과적 시나리오: 美 내 생산 비중 50%→60% 증가는 가능하나 자급률 80% 달성은 2035년 이후.
  • 글로벌 2·3차 공급망 이동: 멕시코·캐나다 ‘우군 셔어링’, 남미 ‘프렌드 쇼어링’ 강화. 중국·동남아는 왕따 위험.

3. 국채·재정 – 쌍둥이 적자와 달러 패권 방정식

관세수입은 CBO 추산 연 700억달러 수준이지만, 인플레이션과 경기 역풍이 동반되면 세수 ↓ 지출 ↑. 2024년 GDP 대비 재정적자 6.5%→2027년 8% 위험.

국채금리 vs 연준
• 50% 구리·25% 철강·알루미늄 관세 → 10년물 BEI(브레이크이븐 인플레이션) +30~40bp 상방.
• Fed 정책금리 인하 여력 축소, 실질금리 유지 위해 QT 완화 불가피.

달러 패권 균열 시나리오
브릭스(BRICS) + 사우디·UAE 등 ‘브릭스 플러스’가 구리·원자재 결제용 디지털 통화를 모색. 스테이블코인·CBDC 결제 네트워크가 달러 결제 의존도를 2030년까지 10%p 낮출 가능성.


4. 미국 증시 – 섹터별 셀사이드 모델 시뮬레이션

섹터 단기(0~6M) 중기(1~3Y) 장기(3~10Y)
산업재 마진 압박·수주 연기 CAPEX 재개 리쇼어링 수혜
소비재(내구재) 판가 인상 → 수요 둔화 가격 전이 완료 자본재 교체 수요 회복
IT·AI 데이터센터 CAPEX 지연 국가안보·AI 인프라 랠리 초고압 DC 네트워크 촉진
에너지·광업 구리·리튬 슈퍼사이클 M&A 붐 → 밸류 상향 초과공급 위험

MSCI USA 귀속 EPS 모델에 관세 충격(물가 +0.4%p, 실질 GDP –0.3%p)을 삽입하면, 2026년 EPS 컨센서스는 –5.7% 하향 요인.


5. 통화·상품 – ‘구리 디커플링 프리미엄’의 제도화 가능성

COMEX–LME 스프레드 500→2,600달러/톤 확대는 미국 기반 헤징 기능을 약화시킨다. CME 이사회는 이미 미국산 프리미엄 선물 상장을 예비 검토 중. 이는 북미 전용 가격지표 제도화로 이어져 디커플링 프리미엄 = 관세 위험 프리미엄이 구조화될 수 있다.

달러 강세→신흥국 통화 절하→금리 역전→자본 유출 악순환 역시 경계. 특히 전력·전선 수입 비중이 높은 한국·베트남·멕시코는 CPI +0.3~0.5%p 추가 상방 압력.


6. 투자전략: 3단계 ‘스태거드 얼로케이션’ 제안

  1. Tactical Hedge(1~6M): 구리 스프레드 롱(COMEX) vs 숏(LME) + 주거용 HVAC·배선 업체 숏.
  2. Core Position(6M~3Y): 북미 리쇼어링 EPC·전력공급장비(ABB·이튼·슈나이더) + 남미 고등급 구리 개발주(서지 코퍼 등).
  3. Secular Theme(3~10Y): 구리 재활용·폐전선 회수 Metals Recycling ETF + 미국 TIPS(10Y BEI 상방 헤지) 비중 15% 확대.

맺음말: ‘관세는 상대국이 아니라 내 주머니를 친다’

1920년대 스무트–홀리 관세와 1970년대 오일쇼크 사이클은 모두 비용인상→수요둔화→정책혼란을 낳았다. 이번 50% 구리 관세도 예외가 아니다. 물가 방망이가 산업자본으로 되돌아오기까지 수년의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인플레이션 정점 이후를 미리 준비하는 투자자는 ① 가격전가가 가능한 초과수익 기업② 관세가 만들어낸 가격 왜곡을 헤지·투자 기회로 삼는 자산을 선별해야 한다.

작성자 : 이중석 / 경제칼럼니스트·데이터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