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01(k) 퇴직연금, ‘대체투자 빅뱅’이 불러올 10년 후 자본시장 지각변동 – 사모·암호화폐 편입 규제완화의 장기 파급효과 심층 진단

“퇴직연금 9조 달러가 움직인다”
— 2025년 8월 7일 트럼프 행정명령 서명 직후 월가가 내놓은 첫 평가 한 줄이다.


Ⅰ. 왜 지금 ‘401(k)+대체투자’가 결정적 분수령인가

미국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잔고는 2025년 1분기 기준 9조1,000억 달러, 전체 퇴직연금(43조 달러)의 21%를 차지한다. 그동안 투자 메뉴는 주식·채권·전통 ETF·목표시점펀드(TDF)에 한정됐다. 2025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대체투자 자산 허가 행정명령’은 50년짜리 틀을 한순간 뒤흔들었다. 사모주식·사모대출·비상장 부동산·인프라·원자재·암호화폐까지 편입이 가능해지면 연금 자산 배분 구조, 자본시장 유동성, 규제·소송 프레임이 10년 단위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1) 행정명령 핵심

  • ERISA(근로자퇴직소득보장법) 수탁 의무 재해석 : 사모자산도 ‘신중한 투자믹스(prudent mix)’가 될 수 있음 명시
  • 노동부(DOL)에 12개월 내 가이드라인 개정 지시 : 고용주·레코드키퍼·자문사의 법적 면책 범위 명문화
  • SEC·CFTC·재무부 협의 요구 : 암호화폐·프라이빗 마켓의 공시·커스터디·평가모델 통일

2) 정책 추진 배경

ⓐ 미국 내 가계 노후자산 부족(리타이어먼트 갭) 4조 달러 추정 → 수익률 제고 압력
ⓑ AI·바이오·클린테크 등 혁신기업이 IPO를 지연 → 비상장 가치가 상장보다 커지는 ‘레이트 스테이지 유니콘’ 증가
ⓒ 국부펀드·패밀리오피스가 가져간 프라이빗 알파(alpha)를 주류 근로자에게도 배분해야 한다는 정치적 명분


Ⅱ. 장기 파급효과 ① 자본 배분 구조의 비선형화

1) ‘9조 달러 저수지’가 사모시장으로 흐를 때

현재 프라이빗 에쿼티·프라이빗 크레딧 시장 규모는 각각 4.6조·1.7조 달러다. 401(k) 자금이 연 1%씩(약 900억 달러)만 이동해도 5년 내 추가 4,500억 달러가 사모시장에 공급된다. 이는 사모펀드 최대 LP인 미 공적/사적 연기금(Public Pension & Corporate DB)의 2024년 추가 배분액(약 1,300억 달러)의 세 배다.

구분 2024년 2029년(보수) 증가율
PE AUM $4.6T $5.8T +26%
PC AUM $1.7T $2.3T +35%
401(k) PE 비중 0% 5% N/A

*T=Trillion, 자료: Preqin·Capital Economics 추정

2) 공·사모 밸류에이션 역전 장기화

VC·PE 매물이 넘치면 거래 배수 압축(compression) 발생 가능성이 크다. 반면 상장시장에서는 상대적 희소성 덕분에 메가캡 기업의 프리미엄이 유지되거나 심화될 수 있다. 즉 ‘상장→사모(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가 ‘사모→상장(상장 프리미엄)’으로 구조 전환한다. 장기 투자자는 두 시장 간 로테이션 타이밍이 과거보다 민감해질 것이다.


Ⅲ. 장기 파급효과 ② 투자자 보호·규제·소송 지형의 재설정

1) 수탁자 책임(Fiduciary Duty) 시험대

ERISA는 “참가자 이익 최우선”을 규정한다. 사모자산은 ▲공시 부족 ▲가격 발견 어려움 ▲롱 록업(long lock-up) ▲고수수료 구조 등으로 수탁자 소송 리스크가 크다. DOL 가이드라인이 ‘총비용
(all-in fee) 3% 상한’, ‘세컨더리 마켓 유동성 확보’, ‘주기적 가치평가
’ 등을 명시할 경우, 사모펀드는 수수료 인하·투명성 제고를 피할 수 없다.

2) 세컨더리 마켓·토큰화 증권의 제도권 편입 가속

지분 유동화를 위해 ▲프라이빗 증권 거래소(ATS) 확대 ▲RWA(Real World Asset) 토큰화 플랫폼 합법화가 병행될 것이다. 이는 곧 블록체인 기반 온체인 펀드 회계·감사, 24/7 결제·청산 패러다임으로 연결돼 증권형 토큰(STO) 인프라 수요가 폭증할 전망이다.


Ⅳ. 장기 파급효과 ③ 암호화폐–전통 금융 브리지 완성

1) ‘ETF→퇴직연금’ 두 번째 교두보

2024년 현물 비트코인 ETF 승인으로 기관·RIA 자금이 유입됐다. 401(k) 편입은 개인 장기 자금 최대 저수지를 열어 BTC·ETH 등 시가총액 상위 자산의 변동성 완화, 평균 보유 기간 증가 효과를 낳는다. 이는 옵션·선물·자금시장상품 등 파생 시장의 심화→레버리지 스택 고도화로 이어진다.

2) 스테이블코인·암호화폐 결제 인프라 규제 일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제법(GENIUS Act)과 행정명령이 같은 달 등장한 것은 “디지털 달러 생태계” 조성을 위한 ‘안팎 정지작업’으로 해석된다. 퇴직연금에서 암호화폐를 최초 매수→디지털 브로커·수탁→퇴직 계좌간 장부 이동이 표준화되면, 은행·브로커리지·핀테크 3대 밸류체인 재편을 촉발할 수 있다.


Ⅴ. 산업·시장·정책별 이해관계 분석

1) 플레이어별 득실

  • 사모펀드·VC : 중장기 LP 풀 확대, 다만 수수료 압력·RFP(제안서) 규제 준칙 부담 증가
  • 자문사·레코드키퍼 : 고부가 서비스(커스터디·리스크관리) 확대 기회, 그러나 소송 리스크 대비 보험료 상승
  • ETF·인덱스 운용사 : 낮은 비용 경쟁력 유지, 한편 자산 유출 염려로 사모ETF·세컨더리 ETF 출시 가속
  • 빅테크 & 핀테크 : 증권형 토큰·온체인 커스터디 백엔드 시장 진입 포석
  • 규제기관(SEC·CFTC·DOL) : 감독·검사 인력·예산 부담, 권한 경계 재조정 필요

2) 국제 경쟁 구도

유럽연합은 ELTIF 2.0(개인 사모투자 허용)를 통해 대응 중이며, 한국은 사적연금 세제 개선·디폴트옵션 확대가 추진 중이다. 글로벌 유동성 환류 순환로가 미국 → 사모시장 → 데이터센터·클린테크 설비 → 新흥국 프로젝트 파이낸스 형태로 그려질 가능성이 높다.


Ⅵ. 위험 요인 시나리오

시나리오 발생 확률 파급 범위 대응
① 거시 충격+사모 부실 중(30%) 퇴직계좌 평가액 급락, 소송 급증 TDF 내 사모 상한, 세컨더리 시장 확충
② 암호화폐 대형 해킹 중(25%) 커스터디 규제 강화, 보험료 급등 다중 서명·콜드월렛·사칭방지 규정
③ 정권 교체로 정책 롤백 저(15%) 도입 지연·혼란 초기 파일럿 플랜→성과 데이터 확보

Ⅶ. 결론 – “장기 자본주의의 실험실”

401(k)는 미국 중산층 재무 구조의 핵심 축이다. 그 ‘DNA’를 사모·암호화폐로 교체하면, 1) 장기 저축이 혁신 자본에 직접 연결되고, 2) 자본시장은 공·사모의 경계를 허문 하이브리드 플랫폼으로 진화하며, 3) 규제·수탁 거버넌스는 위험 공유·투명성·소송 억제라는 새 삼각형을 그리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연금 자본이 저변–고위험 혁신기업에 연료를 공급하고,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에서 참가자 자본주의(participant capitalism)로 진화할 계기를 마련한다. 다만 ‘높은 수익=높은 위험’ 공식을 제도권 상품으로 이식하는 만큼, 건전한 ‘안전 밸브’ 설계가 선결 과제다.

투자자·정책당국·산업계 모두에게 2025년은 리스크·보상·책임 삼위일체를 재정의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퇴직연금 1달러가 스타트업 실험실로 흘러드는 순간”——그 미래가 가져올 장기 파급력은 우리가 아는 공·사모 자본시장의 룰을 다시 쓸 만큼 거대하다.


작성자 | 경제칼럼니스트·데이터분석가 김XXX
자료 | CNBC·Reuters·Bloomberg·CB Insights·Preqin·DOL·SEC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