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오피니언·칼럼]
1. 서론: ‘중립 금리 시대’가 아닌 ‘장기물 과잉 시대’의 서막
2025년 8월 미 재무부(Treasury)가 20년 만기 국채를 월 기준 사상 최대치인 1,600억 달러 규모로 입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2020년 팬데믹 대응을 위해 20년물을 부활시킨 이후 월간 발행 규모가 세 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동시에 10년·30년물 발행도 늘리겠다는 방침이 겹치면서, 장기 국채 서플라이 쇼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필자는 이번 조치를 ‘중립금리 논쟁’보다 훨씬 복합적이고 장기적인 충격으로 본다. 본 칼럼은 향후 최소 1년 이상 지속될 구조 변화를 ①금리 커브, ②연준 통화정책, ③주식 밸류에이션, ④기업 신용스프레드, ⑤달러·신흥국 자본 흐름 다섯 축으로 나눠 해부한다.
2. 데이터로 보는 장기물 증발(增發) 트렌드
구분 | 2019 | 2024 | 2025(발표치) | 증가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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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물 월간 발행 | — | 550억$ | 1,600억$ | +191% |
10년물 월간 발행 | 300억$ | 700억$ | 820억$ | +173% |
30년물 월간 발행 | 180억$ | 380억$ | 450억$ | +150% |
*자료: 미 재무부 QRA·CBO·블룸버그 집계
표가 보여주듯 장기물(10·20·30년) 합산 순증은 연 1조2,000억 달러에 육박하며, 이는 2009년 금융위기 직후 최대치를 넘어서는 수치다.
3. 파장 ①: 금리 커브 리플레이션 스티프닝
객관적 근거 –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미니 T-노트 선물 스프레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7월 이후 2s/30s 스프레드가 -40bp → +27bp로 반전됐다. 장단기 역전이 18개월 만에 해소되고 있다는 뜻이다.
- 20년물 응찰 배수(BTC)가 2024년 평균 2.61에서 2025년 6월 2.14로 급락 → 수요 탄력성 약화
- 연준이 QT(양적긴축)를 유지하고 있어 국채 소화 능력이 공급 > 흡수 구조로 고착
전문적 통찰 – 커브 스티프닝이 일시적이냐 구조적이냐가 관건인데, 필자는 ‘구조적’ 판단을 내린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연준의 ‘T-Bill 한계’: 단기물 비중이 이미 22%에 달해 더 늘리기 어렵다. 둘째, 보험·연기금 ALM 포트폴리오는 IFRS17·LDTI 도입 이후 듀레이션을 인위적으로 더 늘리기 어렵다.
4. 파장 ②: 연준의 9월·12월 인하폭 제한
시장(FedWatch)은 9월 -25bp, 12월 -25bp 연 2회 인하를 기본 시나리오로 가격에 반영했으나, 파월 의장은 잭슨홀에서 “장기물 변동성이 금융상황지수(FCI)를 긴축시켰다”는 언급으로 선제적인 ‘시장에 의한 그림자 긴축’을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 즉, 실제 인하는 12월 1차, 2026년 3월 2차로 늦춰질 수 있다.
단기 결론: 리볼빙 대출·자동차 대출에 적용되는 가변금리가 하반기에도 7%대를 유지, 가계 디레버리징 속도가 기대보다 느려질 전망이다.
5. 파장 ③: 주식 밸류에이션 – ‘5배수 디스카운트 룰’ 복귀
에퀴티 리스크 프리미엄(ERP)은 2024년 말 3.85%에서 2025년 8월 3.15%까지 떨어졌다. 만일 20년물 금리가 4.8% 선을 돌파, 5.2%까지 올라설 경우 S&P500 적정 PER은 18배 초반으로 낮아진다. 즉, 2026E EPS 컨센서스 295달러 기준 지수 5,300선이 ‘합리적 고점’이다. 현재 5,500포인트 안팎은 미래 수익률을 상당 부분 선반영한 셈이다.
섹터별 영향
- 메가캡 테크(GARP) – 성장률 > 자본비용이 유지되나, 장기 할인율 상승으로 멀티플 리레이팅은 제한.
- 금융(은행·보험) – 순이자마진(NIM)은 개선 VS HTM 평가손 확대 딜레마.
- 유틸리티·리츠 – 듀레이션 리스크 상승. PM사업·데이터센터 리츠만 부분 회피.
6. 파장 ④: 기업 신용스프레드 & ESG 채권
하이일드 OAS는 2024년 평균 360bp → 2025년 8월 415bp로 확대. 투자등급 스프레드는 아직 110bp 수준이지만 Baa3 하위권 하방 압력. 특히 인프라·녹색채권(ESG) 시장은 그린 디스카운트가 금리 상승을 상쇄하지 못해 발행량이 12% 감소했다.
기업들은 ①단기 CP 발행으로 만기 미스매치 위험, ②스텝업 쿠폰이 붙은 ESG채 무더기 콜옵션 행사 불가 변수에 직면. 무디스는 2026년 미국 하이일드 부도율을 4.7% → 5.3%로 상향.
7. 파장 ⑤: 달러 강세 & 신흥국 자본유출
장기물 금리 상승은 달러 인덱스(DXY)를 99 → 103 레벨로 되돌릴 잠재력이 있다. 금리차·유동성 요인으로 EM 채권 ETF에서 2주 연속 순유출이 발생했고, 특히 고위험국(아르헨티나·터키·나이지리아) 통화가 한 달 새 평균 -6% 절하.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연준보다 선제 인하해 온 스텝을 일시 중단하거나 역전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는 글로벌 위험자산 밸류체인 전체에 하방 압력을 가중시킨다.
8. 투자 전략: ‘세 가지 대안’
- 미 6개월 T-Bill 롤링 전략 – 할인율 5.4% 내외, 리스크프리 캐시 파킹.
- 미드 듀레이션 IG 통신채·방산채 – 국방예산 확대, 규제 프리 캐시플로우.
- 에너지·물 인프라 MLP·셜캐시 리츠 – 실물자산 인플레 헷지, 배당 재투자.
※ 고배당 리츠는 부채비율·만기 구조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9. 결론: ‘퍼시스턴트 리플레이션’ 시대의 생존법
20년물 초과 발행은 일시적 이벤트가 아니라 재정 적자 구조 고착과 맞물린 장기 현상이다. 결과적으로 금리는 위로 경직, 아래로 탄력 구조로 재편된다. 연준의 완화 기대만으로 위험자산 랠리가 지속될 것이라는 ‘구조적 낙관론’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향후 1년 이상 투자자들이 취해야 할 태도는 ①할인율 현실화 ②현금흐름 우선 ③듀레이션 관리라는 세 단어로 요약된다.
필자는 특히 “기준금리가 낮아져도 장기물 금리가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것이 바로 ‘장기물 과잉 시대’가 가져올 최대 리스크이며, 동시에 통제 가능한 유일한 변수는 포트폴리오 듀레이션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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