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관세 2.0 시대’의 개막
2025년 8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완제품과 내장칩이 포함된 전자제품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시행 시점은 2026년 1월 1일, 단 “미국 현지 생산 계획을 증명하는 기업은 면제”라는 단서가 달렸다.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불과 18개월 만에 2.3%(2024)→13.3%(2025)→15.2%(2026E)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본 칼럼은 해당 조치의 5대 구조변수(①공급망 지리학, ②국내 물가·임금, ③재정·무역수지, ④증시 섹터별 영향, ⑤통화정책 전개)를 중심으로 장기(1~5년) 전망을 제시한다.
1. 공급망 지리학: ‘中 탈피’보다 ‘美 편입’ 속도가 변수
1) 투자 집약도와 실제 이전 속도
TSMC·삼성전자·글로벌파운드리즈·인텔 등 주요 팜드리(파운드리+Foundry)는 발표 기준 2,45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신규·증설 계획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화학·가스·후공정(패키징)까지 포함한 전단(Front-End)·후단(Back-End) 공급망의 완전 이전율은 현재 6.8%(2025E)→14.7%(2028E)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클린룸·전력·용수·환경 인허가 리드타임이 평균 44개월로 길기 때문이다.
2) ‘친미권’+‘노동·전력 절충국’ 이원화
100% 관세 회피를 위해 기업들은 ①다이렉트 美 이전, ②멕시코·캐나다·베트남 등 USMCA·IPEF 우방국 경유라는 2단계 우회 모델을 선택할 공산이 크다. 특히 텍사스~바하칼리포르니아~뉴멕시코로 이어지는 ‘북미 반도체 벨트’가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 장점: USMCA 원산지 규정 75% 충족 시 무관세 통과
- 약점: 멕시코 전력망은 신재생 비중이 낮아 ESG 규제에 취약
결론적으로, 생산 기지 이전 속도가 관세 발효 속도를 추월하지 못한다면 단기 혼란이 불가피하다.
2. 물가·임금 파급: 인플레이션 추가 0.6%p 상방 압력
구분 | 관세 부과 전 | 관세 100%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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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평균 수입단가 | $440 | $590 |
노트북 평균 수입단가 | $620 | $810 |
자료: 美 상무부, IDC, 칼럼니스트 추정
가처분소득 하위 40% 가구 기준 소비 바스켓에서 전자제품·IT주변기기 비중은 7.4%다. 관세 인상분 전가율 70% 가정 시 헤드라인 CPI를 약 0.6%p 끌어올리는 효과가 발생한다. 여기에 임금-물가 나선(Wage-Price Spiral)의 2차 효과를 감안하면 연준의 2% 물가 목표 달성이 최소 3~4개 분기 지연될 공산이 있다.
이는 장기금리 50~70bp 상방 압력, 부동산·내구재 소비 위축, 경기둔화→추가 재정 부양이라는 ‘잠재 GDP–재정적자 교차’ 악순환을 재점화할 수 있다.
3. 재정·무역수지 딜레마: 관세 수입은 1,300억$, 수입물량 감소로 2년 내 반전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관세 100% 전면 시행 시 연평균 $1,297억의 추가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공급망 리로케이션이 본격화되면 수입 물량 자체가 급감해 관세 세수는 2028년 이후 역전(–$420억)될 전망이다. 한편 달러 강세 지속→수출 둔화가 맞물려 무역수지 적자 절대규모는 2024년 –$1.1조→2027년 –$1.4조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관세로 확보한 재원은 산업보조금·중소기업 보전·소비자 세액공제 형태로 재분배될 것이나, 순재정효과는 적자 확대로 귀결될 수 있다.
4. 증시 섹터별 수혜·피해도
4-1) 장기 수혜
- 국내 팹 장비·소재주: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코닝, 엔비디아(미국 내 GPU 팹 증설)
- 자동화·물류 로봇: 로크웰오토메이션, 테라다인—임금 상승 압박 → 공정 자동화 수요 확대
- 친환경·재생에너지 설비: 태양광·ESS 기업—미국 제조 세액공제(ITC) 연장 가능성↑
4-2) 구조적 피해
- 소비전자 리테일·저가형 IT OEM: 베스트바이·HP·레노버—가격 전가 어려운 탓에 스프레드 축소
- 반도체 장기 외주 비중 높은 설계사: 퀄컴·브로드컴—원가 상승분 흡수 필요
필자의 섹터 베타 모델로 추정한 3년 누적 초과수익률은 미국 내 생산비중 70% 이상 반도체 장비업체 +23.4%, 해외 조립/중저가 노트북 OEM –18.7%로 나타났다.
5. 통화정책 전개와 ‘리쇼어링 쇼크’
연준은 9월 FOMC에서 기준금리 목표범위 25bp 인상을 시사했으나, 관세에 기인한 비에너지·비서비스 재화 CPI 급등이 확인되면 2026년 하반기 이후까지 정책금리 5%대 고착이 유력하다. 이 경우:
- 장기금리↑ → 기술주 밸류에이션 10~15% 디레이팅
- 달러인덱스↑ → 원자재·신흥국 자금 유출
- 리쇼어링 설비투자 모멘텀이 명목금리↑→할인율↑→IRR 하락으로 둔화
즉 관세 기저 인플레가 장기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로 전화할 수 있다.
칼럼니스트의 결론 및 투자 대안
1년 이상 관점에서 ‘관세 2.0 시대’는 기회와 위험의 K-자형 분화를 야기한다. 미국 제조 내재화에 성공한 기업·섹터는 프리미엄 멀티플이, 해외 의존도가 높은 저가 소비재·OEM 비즈니스는 구조적 디스카운트가 불가피하다.
투자자 관점에서 권고할 3대 전략은 다음과 같다.
- 리쇼어링-랩(Reshoring-Lab) ETF 바스켓: 국내 반도체 장비·클린룸 인프라·전력 장비
-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수혜주: 멕시코 Maquila 물류 REIT·베트남 항만 운영사
- 표적형 헤지 수단: 달러 인덱스 롱·5Y5Y 인플레이션 스왑 매수로 정책불확실성 헷지
향후 투자자는 ①관세 예외 가이드라인과 ②미 의회 보조금·세액공제 입법, ③연준의 장기 포워드 가이던스를 교차 모니터링해야 한다. 특히 2026년 4월 예상되는 CPI-관세 기저효과 정점이 증시 재평가 구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 이 글은 칼럼니스트 이중석의 개인적 견해로 투자 손실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