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항소법원은 2022년작 블록버스터 영화 ‘탑건: 매버릭(Top Gun: Maverick)’이 1983년 잡지 기사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을 기각했다.
2026년 1월 2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파사데나에 위치한 미국 제9연방항소법원(9th U.S. Circuit Court of Appeals)은 파라마운트 픽처스(Paramount Pictures)가 배급한 ‘매버릭’이 에후드 요나이(Ehud Yonay)가 1983년 발표한 기사 “Top Guns”과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원고는 에후드 요나이의 유족인 쇼쉬 요나이(Shosh Yonay)와 유발 요나이(Yuval Yonay)이다. 이들은 요나이가 1983년에 자신이 쓴 기사에 대해 원작 1986년 영화 Top Gun에 사용될 권리를 파라마운트에 부여했으며, 당시 영화 엔딩 크레딧에 요나이가 기재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2020년에 해당 라이선스를 종료(termination)하고, 2022년작 Top Gun: Maverick의 수익 일부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핵심 쟁점은 두 작품 간의 플롯·등장인물·대사·주제적 요소의 유사성 여부였다. 요나이 가족 측은 두 작품이 모두 “전투기 항공 분야에서 최고 중의 최고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을 그린다는 점에서 공통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매버릭’이 기사와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보호되는 요소는 유사하지 않고, 유사한 요소는 보호되지 않는다”
— 에릭 밀러(Eric Miller) 항소법원 판사
세 명으로 구성된 항소심 패널은 ‘매버릭’에 기사에 없는 상당한 줄거리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 예로는 로맨틱한 하위 줄거리와 톰 크루즈가 연기한 해군 대위 피트 ‘매버릭’ 미첼(Pete “Maverick” Mitchell) 캐릭터가 복귀하여 젊은 조종사들을 훈련시키는 설정 등을 들었다. 또한 재판부는 원고 측이 두 작품을 지나치게 추상적인 수준에서 비교했으며, 그로 인해 주장된 유사성 대부분이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표현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한 1983년 체결된 요나이와 파라마운트 간의 계약이 2022년작 ‘매버릭’을 명시적으로 포함하지 않았다고 보아, 파라마운트가 ‘매버릭’에서 요나이를 별도로 크레딧할 법적 의무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항소심의 결정은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의 퍼시 앤더슨(Percy Anderson) 판사가 2024년 4월에 내린 기각 판결을 유지한 것이다. 항소심 판결은 해당 2024년 판결을 뒤집지 않고 확정한 형태다.
영화의 상업적 성과 측면에서, 원고 측은 ‘매버릭’이 전 세계에서 약 $1.5억(정정: $1.5 billion)의 흥행 수익을 올렸으며, 이는 박스오피스 모조(Box Office Mojo) 기준으로 역대 14위에 해당하고 톰 크루즈의 출연작 중 최고 흥행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원문 표기: “$1.5 billion” — 미화 십오억 달러).
한편 파라마운트는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Paramount Skydance) 그룹의 일부로, 요나이 가족 및 이들의 변호인과 관련되어 즉각적인 논평을 내지 않았다. 요나이 가족의 변호인 또한 즉각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관련 소송 동향을 보면, 파라마운트는 이 사건 외에도 다른 저작권 관련 소송에 직면해 있다. 뉴욕에서 제기된 또 다른 소송은 시나리오 작가 숀 그레이(Shaun Gray)가 제기한 것으로, 그레이는 자신이 쓴 몇몇 장면이 ‘매버릭’에 포함되었다며 수익 일부를 요구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배심원 선정은 3월 9일로 예정되어 있다.
법적·산업적 의미 및 분석
이번 판결은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우선 저작권 소송에서 표현의 보호 범위가 얼마나 좁게 해석되는지를 보여준다. 항소심은 개념적·추상적 아이디어 자체는 보호되지 않으며, 보호되는 것은 구체적이고 표현된 창작물의 요소라는 법리를 재확인했다. 이는 향후 유사한 저작권 분쟁에서 소송 당사자들이 주장할 수 있는 보호 범위를 축소시키는 선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산업적 관점에서 보면, 메이저 스튜디오와 투자자 관점의 리스크 관리에 영향이 클 수 있다. 거액의 흥행 수익을 올린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는 저작권·계약 분쟁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번 판결은 스튜디오가 과거 권리계약의 적용범위를 엄격히 해석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스튜디오는 향후 IP(지적재산) 사용권 계약 작성 시 범위·기간·포함작품 등을 보다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법적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경향이 강화될 전망이다.
또한 이번 사례는 투자자와 배급사, 제작사가 소송 위험을 회계·리스크 모델에 반영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소송 리스크가 낮아지면 콘텐츠 가치 평가에 긍정적이지만, 반대로 라이선스 계약의 불명확성이 법적 분쟁을 유발할 수 있음은 경계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스튜디오는 계약 관리와 법률 검토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
참고: 일부 용어 설명
제9연방항소법원(9th U.S. Circuit Court of Appeals)은 미국에서 관할권이 넓은 연방 항소법원 중 하나로, 캘리포니아 등 서부 지역을 관할한다. 항소법원은 기본적으로 하급심(연방지방법원)의 판결에 대해 법리적 오류가 있었는지를 심사한다.
저작권 라이선스 종료(termination)는 저작권자가 일정 조건 하에서 과거에 부여한 라이선스를 회수하거나 재협상할 수 있는 제도적 권리를 뜻한다. 이번 사건에서 요나이의 유족은 2020년에 그 권리를 행사해 기존 라이선스를 종료했다고 주장했다.
결론
이번 판결은 창작물의 아이디어적 유사성과 표현적 유사성을 구분하는 법원의 접근 방식을 다시 확인시켰다. 법리적으로는 원저작과 새 창작물 간의 구체적 표현 차이를 중시했으며, 산업적으로는 향후 스튜디오의 계약 체결 관행과 소송 리스크 평가 방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파라마운트는 이번 항소심 승소로 ‘매버릭’ 관련 추가 배상 책임을 피하게 되었으나, 뉴욕에서 진행 중인 작가 숀 그레이의 소송 결과는 남아 있어 완전한 종결이라 보기는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