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Alphabet) 산하 구글(Google)의 앱 장터 ‘플레이스토어(Play Store)’가 에픽게임즈(Epic Games)와의 반독점 소송 후속 조치로 대대적인 구조 개편에 나서야 하는 가운데, 회사 측이 제기한 ‘명령 집행 추가 정지(stay) 요청’이 또다시 기각됐다.
2025년 9월 12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제9 연방순회항소법원(9th U.S. Circuit Court of Appeals)은 이날 구글이 요청한 플레이스토어 개편 명령의 추가 유예를 허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구글은 ①경쟁 앱 장터를 자사 스토어 내부에 직접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②플레이스토어가 보유한 앱 카탈로그를 경쟁 사업자에게 개방하며, ③개발자·소비자에 대한 결제 선택권 제한을 해소하는 등 이미 선고된 ‘전면적 시정조치’를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
판결 배경
이번 사안은 2020년 8월 ‘포트나이트(Fortnite)’ 제작사 에픽게임즈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이 시발점이다. 에픽은 구글이 모바일 게임·앱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수수료(최대 30%)를 부과하고, 외부 결제 방식·타사 앱 장터 진입을 봉쇄했다며 제소했다. 2023년 12월 캘리포니아주 북부지방법원 배심원단은 “구글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는 평결을 내렸고, 뒤이어 2024년 3월 재판부가 ‘시정 명령’을 확정했다.
구글의 대응과 이번 결정
구글은 일단 명령 이행을 시작하되, 항소를 통해 법리적 오류와 시장 현실 반영 미흡을 주장하며 집행 정지를 요청해 왔다. 올해 4월 항소법원은
“항소가 진행되는 동안 한시적으로 명령 집행을 중지한다”
며 구글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번에 세 명으로 구성된 항소부는 추가 정지 신청을 부결, “공익과 경쟁 회복의 시급성”을 재차 강조했다.
왜 중요한가? — 국내외 시장 파장
글로벌 모바일 생태계에서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은 연 480억 달러 이상(2024년 기준)으로 추산된다. 개발자와 이용자는 물론, 광고·핀테크·콘텐츠 산업까지 수수료 구조 변화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인앱결제 강제’ 관행이 실질적으로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아, 한국·유럽연합(EU)·호주 등에서 추진 중인 디지털 시장 규제(예: 한국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EU DMA)와 맞물려 ‘글로벌 규제 적합 전략’ 재편을 촉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 시각
빅테크 규제 전문가 A 변호사는 “대법원 상고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지만, 이미 법원의 사전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이상 구글이 협상 카드로 삼을 여지가 줄었다”면서 “동일한 수익 모델을 공유해 온 애플 앱스토어에도 압박이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T 거버넌스 연구소 B 연구위원은 “플레이스토어 내부에 타사 스토어를 설치할 수 있게 되면 신흥 게임·콘텐츠 플랫폼이 등장해 수익 배분 구조가 다각화될 것”이라며 “결국 개발자 친화적 생태계 조성이 장기적으로 구글 자체 브랜드 가치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주요 개념 정리
항소법원(stay) 제도 : 하급심 판결에 불복해 상급심에 사건을 가져갈 때 원심 판결의 효력을 임시로 멈추도록 하는 절차다. ‘추가 정지 요청’은 1차 정지가 만료되거나 추가 사유가 발생했을 때 다시 한번 집행을 연장해 달라는 청구를 의미한다.
경쟁 앱 장터(side-loading vs. in-store) : ‘사이드로딩’은 앱을 웹사이트·이메일 등 외부 경로로 설치하는 방식이고, ‘인스토어(in-store) 장터’는 구글 플레이 내부에 별도 스토어 앱을 손쉽게 다운로드하도록 허용하는 모델이다. 이번 판결이 강조한 쟁점은 인스토어 기반 경쟁 촉진이다.
앞으로의 절차
구글은 항소법원 전체판원회의(En banc) 재심 또는 미 연방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 다만 법원이 추가 유예를 불허했으므로, 상고 절차와 별개로 시정 명령 이행을 병행해야 한다. 로이터는 “구글 측은 ‘소비자 편익 감소’와 ‘보안 문제’를 이유로 다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으나, 법원이 이미 공익을 우선시했다”고 전했다.
에픽게임즈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창작자와 이용자를 위한 승리”라며 “모바일 생태계에서 진정한 경쟁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구글 대변인은 “업데이트된 정책이 소비자 보안·프라이버시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아쉬움을 표하고, 동시에 “항소를 통해 우리의 입장을 적극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시사점 및 전망
한국 역시 2021년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일명 ‘구글갑질방지법’)을 통해 앱 마켓 규제를 도입했으나, 실효성 논란이 이어진 바 있다. 이번 미국 판결은 국내 정책 당국과 국회 논의에 “법원 판단이 규제의 정당성을 뒷받침한다”는 근거를 추가로 제공할 전망이다. 특히 2026년 1월로 예정된 전면 시행령 개정 작업에서 “경쟁 앱 장터 허용” 조항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증권가에서는 구글 매출 타격보다는 “앱 생태계 확장에 따른 광고·클라우드 수요 증가” 효과가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단기적으로는 개발자 커미션 인하와 결제 시스템 개방으로 알파벳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병존한다.
“모바일 앱 시장 전반에 걸친 자율 경쟁 규범이 정착되면, 혁신과 소비자 선택권이 동시에 확대될 것이다.” — ICT정책학회 2025년 하계 세미나 결론 중
정리 및 결론
미 제9 연방순회항소법원이 구글의 플레이스토어 개편 명령에 대한 추가 집행 정지 요청을 기각함으로써, 구글은 이미 선고된 구조적 시정조치를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패소로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 규제의 향배를 가를 중대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향후 대법원 판단 여부와 실제 시장에서의 경쟁 환경 변화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