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상 불확실성 속 인도 중앙은행 기준금리 ‘5.50%’로 동결

인도 준비은행(Reserve Bank of India‧RBI)이 6일 기준금리(레포레이트)를 현행 5.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통상 정책 불확실성이 남아시아 경제 전반에 드리우고 있는 가운데, 통화정책 기조에 변화를 주지 않은 것이다.

2025년 8월 6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RBI 통화정책위원회(Monetary Policy Committee·MPC)는 만장일치로 정책금리를 동결하고 통화정책 스탠스를 ‘중립(neutral)’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산자이 말호트라(Sanjay Malhotra) RBI 총재는 “

대외 수요 전망이 관세 관련 논의로 인해 여전히 불확실하다

“면서 “현재의 거시경제 환경과 전망, 그리고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정책금리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에 대한 보복 조치로 대(對)인도 관세 인상 계획을 밝힌 직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외국인 직접투자(FDI) 흐름과 무역흑자에 의존해온 인도 경제에 즉각적인 경계심을 불러일으켰다.


레포레이트(Repo Rate) 이해하기

레포레이트는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단기 유동성을 공급할 때 적용하는 금리다. 한국의 기준금리와 개념적으로 유사하며, 이 금리가 오르면 시중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져 소비·투자·대출 수요가 위축된다. 반대로 레포레이트가 낮아지면 유동성은 확대되고 경기 부양 효과가 난다. 현재 5.50%라는 수치는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기록했던 4.0% 대비 1.5%p 높은 수준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금리 인상 사이클의 결과다.

美·印 통상 갈등이 갖는 함의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원유 가격 상한제를 주도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의 거래를 축소하라는 압박을 세계 각국에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는 자국 내 연료 수급 안정과 성장률 유지를 위해 할인 폭이 큰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수입해 왔다. 이에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관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인도는 자동차·철강·섬유 등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에서 마진 축소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동시에 미국발 수요 감소가 이어질 경우, 2025 회계연도 GDP 성장률 6% 중후반 달성 목표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질 전망이다.

RBI의 정책적 고려사항

인플레이션: 2025년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5.1% 상승해 RBI 목표 범위(4%±2%p) 상단에 근접해 있다.
환율 안정: 달러 강세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외국인 자금 유출 방지를 위해 금리 매력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유동성 관리: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지출이 예정돼 있어, 시중 유동성 공급 경로를 과도하게 좁히지 않는 ‘중립’ 기조가 요구된다.

말호트라 총재는 “관세 불확실성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지만, 국내 신용 사이클이 길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며 “MPC는 필요 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물가 안정과 성장 지원 사이의 균형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반응 및 향후 전망

금리 동결 직후 뭄바이 증시(BSE Sensex)는 0.3% 하락 출발했으나, 통화정책이 예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장 중 낙폭을 일부 회복했다. 채권시장은 단기물 금리가 소폭 상승했지만 10년물 국채금리는 7.10% 부근을 유지했다.

향후 시나리오를 살펴보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인도 중앙은행이 유동성 지원 창구(LTRO·MSS 등)를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관세 압력이 완화되고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면, 연말부터는 점진적 완화 카드가 다시 검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 시각

델리 기반 경제연구소인 ICRIER의 수닐 카푸르 선임연구원은 “관세와 환율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더욱 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외환보유액 방어를 위해 금리 동결 기조가 유지되겠지만, 수입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경우 정책 대응 폭이 좁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 참가자들은 오는 11월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정과 인도 정부의 2026 회계연도 예산안 발표를 주요 변곡점으로 꼽고 있다. 특히 원유와 원자재 가격 흐름이 레포레이트 ‘동결 vs 인하’ 판단에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5.50%라는 현행 기준금리 수준은 물가·성장·외환 안정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추구하는 ‘절충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미국과의 관세 갈등이 완화되지 않는 한, RBI는 당분간 ‘인내의 시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