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가 Tesla Inc 최고경영자(CEO) 엘런 머스크에게 제안된 1조 달러 규모의 성과급 패키지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이는 미국 기업 역사상 손꼽히는 대규모 보상안을 둘러싼 거버넌스 논쟁에 더욱 불을 지피는 조치다.
2025년 10월 30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CalPERS의 글로벌 공모주식 담당 이사 드루 햄블리는 “CalPERS의 오랜 원칙은 성과 대비 적절한 보상을 추구하는 것이며, 이번 제안은 동종 업계 CEO 보상과 비교해 수십 배 이상 큰 규모”라면서 “해당 패키지는 단일 주주에게 권력을 과도하게 집중시킬 위험이 있어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CalPERS는 최근 공시 기준 500만 주 이상의 테슬라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테슬라 주주들은 2025년 11월 6일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연례 주주총회에서 머스크의 장기 보상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며, 이번 안건은 CEO 리더십과 회사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를 가늠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보상안 핵심 조건
머스크가 받을 수 있는 주식 보상은 10년간 12개 구간(tranche)으로 나뉘어 있으며, $2조에서 $8.5조까지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기업가치(시가총액) 목표 달성과 연동된다. 각 구간은 $2.5조, $3조, $3.5조, $4조, $4.5조, $5조, $5.5조, $6조, $6.5조, $7.5조를 거쳐 $8.5조에 이른다.
운영 지표 역시 대폭 상향됐다. 구체적으로 전기차 2,000만 대 인도, 완전자율주행(FSD) 활성 구독 1,000만 건, 가정·산업용 휴머노이드 테슬라봇 100만 대 출하, 상업용 로보택시 100만 대 가동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조정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영업이익) 목표는 $500억에서 시작해 $800억, $1,300억, $2,100억, $3,000억, 최대 $4,000억까지 단계별로 제시됐다.
“모든 성과 목표 달성 시 머스크는 2025 CEO 퍼포먼스 어워드 명목으로 최대 $1조 이상의 주식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보유 지분을 약 24~29%까지 확대할 잠재력을 지닌다.” – 테슬라 이사회 설명 자료 중
기관투자가들의 반대 움직임
지배구조 자문사 ISS(인스티튜셔널 셰어홀더 서비스)와 글래스루이스 역시 지나친 희석 효과와 이사회의 독립성 결여 등을 이유로 주주들에게 해당 안건을 거부할 것을 권고했다. 주요 자문사의 동반 반대는 기관투자가 표심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표 대결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반면 테슬라 이사회 의장 로빈 덴홈은 서한에서 “적절한 성과보상 체계를 통해 머스크의 헌신을 유인하지 못한다면, 머스크가 직책을 내려놓거나 관여도가 낮아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덴홈 의장은 테슬라의 과거 폭발적 주주가치 창출에 머스크의 리더십이 핵심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거부 시나리오의 경영 공백을 우려했다.
‘테이크 백 테슬라’ 캠페인과 거버넌스 논쟁
머스크의 권한이 과도하다고 주장하는 일부 비판 세력은 ‘Take-Back Tesla’ 캠페인을 출범하고, 연기금·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정치적 리스크와 전략적 집중도 저하를 거론하며, 이사회와 머스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테슬라의 유통주식은 약 33억 주이며, 뱅가드, 블랙록, 스테이트스트리트 등 글로벌 운용사가 대규모 지분을 보유해 이번 표결의 캐스팅보트가 될 전망이다. CalPERS의 공식 반대 표명은 기관투자가와 이사회 간 간극이 커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용어 설명*
*EBITDA는 ‘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이익’으로, 본업에서 발생한 현금흐름을 파악할 때 쓰이는 핵심 재무 지표다. 특히 성장 기업은 대규모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EBITDA가 실질 수익성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곤 한다.
FSD(Full Self-Driving)는 테슬라가 개발 중인 완전자율주행 소프트웨어로, 현재 구독 기반 베타 버전이 제공되고 있다. 머스크의 장기 비전은 FSD를 통해 로보택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소프트웨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전문가 관전 포인트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표결을 이사회의 권한과 CEO의 비전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둘 것인지 시험하는 자리로 평가한다. 특히 거대 기술 기업 전반에 걸쳐 슈퍼스타 CEO의 지배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기관투자가들이 견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울러 만약 보상안이 부결될 경우 머스크의 경영 관여도, 테슬라의 투자 스토리, 그리고 전기차 시장 내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