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중석 (경제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Ⅰ. 서론 ― “달러 체제의 균열, 이미 시작됐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 레이 달리오는 싱가포르 ‘퓨처차이나 글로벌 포럼 2025’ 기조연설에서 미국·세계가 직면한 초대형 부채 슈퍼사이클을 경고하며 “앞으로 10년간 금과 비법정통화(non-fiat currencies)가 최고의 가치 저장 수단이 될 것”이라 단언했다. 본 칼럼은 그의 경고가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 장기적인 글로벌 통화·금융 질서의 변곡점을 시사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2024년 말 미국의 연방정부 순부채는 27조 달러, 명목 GDP 대비 103%를 넘어섰다. 현대사에서 달러 기축체제를 유지하며 동시에 이 정도 부채 레버리지를 지속한 전례는 없다. 문제의 핵심은 ① 재정적자 구조화, ② 연준의 통화정책 유연성 훼손, ③ 글로벌 준비통화 포트폴리오의 다변화가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Ⅱ. 미국 부채 구조 점검 ― 숫자로 보는 ‘빚의 산’
구분 | 2020 | 2023 | 2024E* | 연평균 증가율 |
---|---|---|---|---|
연방 순부채(조달러) | 23.2 | 26.7 | 27.9 | 6.3% |
연간 이자비용(억달러) | 3,763 | 6,970 | 10,050 | 22.2% |
국채 평균 만기(년) | 5.9 | 5.4 | 5.1 | – |
국채 평균 쿠폰금리(%) | 1.65 | 2.26 | 2.83 | – |
* 2024E는 의회예산국(CBO) 중간 전망
▲ 이자비용 1조 달러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세입 대비 이자비용 비중이 2024년 16%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국방비(8,800억 달러 예상)를 상회하는 규모다.
▲ 만기 5년의 절벽 구조. 2026~2029년 만기 집중 물량이 한꺼번에 돌아오는 ‘롤오버(Refinancing)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미 재무부가 4년간 최대 12조 달러를 신규 발행해야 한다는 달리오의 계산은 과장이 아니다.
Ⅲ. 글로벌 준비통화 다변화 ― 달러 비중 20년 만에 최저
IMF COFER 자료에 따르면 2001년 71%였던 달러 준비통화 비중은 2024년 1분기 58.4%까지 떨어졌다. 이는 단순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 아니라 新 전략적 위험 관리로 해석해야 한다.
- 위안화 : SDR 편입 후 2.9%→5.4%로 상승.
- 금 : 2023년 중앙은행 순매수 1,082t(사상 최대).
- 비트코인·이더 : 싱가포르·브라질 일부 연기금이 포트폴리오 편입.
요컨대 ‘탈달러’(de-dollarization)는 수년간 지속될 점진적 흐름이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Ⅳ. 세 가지 시나리오로 본 달러 체제의 향방
- 관리된 연착륙 : 미국 의회가 ‘GDP 대비 재정적자 3%’ 준칙을 수용, 중장기 감세 자동종료를 허용해 구조적 적자 축소 → 달러 비중 완만 하락, 금·비법정통화 비중 15~20% 선으로 안착.
- 정책 교착 지속 : 적자 6~7%대 고착, 재정/통화정책 동반 완화 → 연준 실질 금리 마이너스 회귀, 10년물 명목금리 6% 내외에서 불안정. 금 3,000달러, BTC 15만 달러 돌파.
- 급격한 신뢰 붕괴 : 국채 입찰 실패·신용등급 추가 강등·정치 극단화 → 리브라 쇼크와 유사한 민간 디지털 달러 대두·국제결제 통화 블록화. 금은 5,000달러, 달러 인덱스(DXY) 80 붕괴 가능.
현 단계에서 시나리오 ②가 우세하다고 판단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 2025~2026년 미국 대선·의회 선거에서 재정지출 축소를 명시한 초당적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 매우 낮음.
- 글로벌 성장 둔화로 달러 수요가 한시적으로 유지되더라도, 금리·유동성 사이클상 연준이 2026년 이후 재차 완화로 선회할 개연성 높음.
- EU·중국·산유국이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기반 무역 결제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
Ⅴ. 투자자 행동 지침 ― “금 10% 룰” 그 이상을 준비하라
1) 자산배분 전략 표
자산군 | 전통 60/40 포트 | 달리오 제안 | 필자 권고(시나리오② 가정) |
---|---|---|---|
글로벌 주식 | 60% | 30% | 35% |
글로벌 채권 | 40% | 40% | 25% |
금·실물금 ETF | 0~3% | 10% | 12% |
비법정통화(암호자산·토큰화 실물) | 0% | 5% | 10% |
원자재·인프라 | 0~5% | 10% | 8% |
현금·단기 T-Bill | 2% | 5% | 10% |
※ 현금 비중은 전술적 대응(금리 스프레드, 리스크 버퍼) 용도
2) 핵심 포인트
- 금 12% : 실물·ETF 혼합. 국가별 금 매입 트렌드를 추종하는 ‘전략적 헤지’.
- 비법정통화 10% : 비트코인 6, 이더 2, 스테이블·AI 인프라 토큰 2. 규제·커스터디·세제 이슈를 고려해 KYC·기관 커스터디 이용 필수.
- 채권 듀레이션 축소 : 10년 이상 장기물 보유비중 5% 이내. 나머지는 1~3년 국채, TIPS, 투자등급 단기 크레딧.
- 리스크 패리티(위험균형) 접근
Ⅵ. FAQ ― 투자자들이 가장 자주 묻는 다섯 가지
- Q : 금 이미 비싸지 않았나?
A : 실질금리·달러인덱스와 금 가격의 반상관 계수(-0.46) 추세를 보면, 현재 금리·부채 환경은 구조적 상승 추세 초입이다. - Q : 암호화폐 변동성이 너무 크다.
A : 변동성은 고정돼 있지 않다. 2024~2025년 기준 BTC 90일 변동성은 37%, 나스닥100은 28%. 상대 변동성 감소 추세와 기관 커스터디 인프라 확충을 고려하면 ‘포트폴리오 리얼옵션’으로 가치가 있다. - Q : CBDC가 비트코인을 대체할 수 있나?
A : CBDC는 규제된 디지털 달러/위안일 뿐 희소성·검열 저항성이 없다. 스토어 오브 밸류 기능은 제한적이다. - Q : 국채 매도 스큐(sell-off skew) 위험?
A : 핵심은 수급 불균형과 금리 리스크 프리미엄 확대. 물가 기대가 고착될 경우 장기 금리가 구조적으로 5~6%대 상단을 형성할 수 있다. - Q : 금·암호화 자산의 동조화 가능성?
A : 2020~2024년 상관계수 0.12.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 유효.
Ⅶ. 정책 제언 ― “재정 준칙·통화 정책·국제 공조가 필요”
① GDP 대비 재정적자 3% 상한을 초당적 법률로 제정, 자동감세 종료·지출 캡 병행.
② 연준의 리버스 QE(양적긴축) 속도는 국채 시장 흡수능력과 장기금리 급등 리스크 간 균형을 고려해 조정.
③ IMF·BIS 차원의 다자 ‘디지털 준비자산(CDR)’ 바스켓 도입 검토 : 달러·유로·엔·위안·금·BTC 가중합산 지수로 외환시장의 과도한 달러 편향 완화.
Ⅷ. 결론 ― “패러다임 전환은 이미 투자자 손에 달렸다”
레이 달리오의 경고는 음모론도, 일시적 채무한도 쇼크도 아니다. 구조적 인구학·정치경제·기술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작동하며 달러 기축체제에 균열을 내고 있다. 국가·중앙은행의 대응 속도와 별개로, 개별 투자자는 포트폴리오의 20% 정도를 ‘탈달러 헤지’에 배분함으로써 거대한 전환의 수혜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인플레이션 리스크의 피해자가 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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