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철강사 U.S.스틸, 니폰스틸 인수 후 첫 美 국적 이사 3명 선임

U.S.스틸(유나이티드스테이츠스틸)니폰스틸(Nippon Steel)의 인수 완료 이후 처음으로 미국 국적 이사 3명을 새롭게 이사회에 합류시켰다.

2025년 7월 3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회사는 이번 개편으로 전체 7명 규모의 이사회 중 4명을 미국 국적으로 채우게 됐다. 그 가운데 3명은 독립 사외이사(independent director)로 분류되며, 나머지 3명은 니폰스틸 측 인사, 그리고 1명은 이미 재직 중인 미국 국적 임원이다.

니폰스틸의 U.S.스틸 인수2024년 6월 13일149억 달러(미화) 규모로 공식 마무리됐다. 인수와 동시에 U.S.스틸은 법적으론 일본 철강 대기업 니폰스틸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으나, 미국 정부의 국가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이사회 과반은 미국인으로 구성하고, 최고경영자(CEO) 역시 미국인이 맡기로 약속한 바 있다.


▶ 새로 선임된 이사 3인의 면면

존 도노번(John Donovan) —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 대통령 국가안보통신자문위원회(NSTAC) 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AT&T 최고경영자로도 재직했으며, 대규모 통신·보안 프로젝트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버트 스티븐스(Robert Stevens) —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NYSE:LMT) 전 최고경영자(CEO)다. 스티븐스는 방위산업과 관련한 규제 절차•정책 분석 능력이 뛰어나 국가 안보 이슈가 민감한 철강 산업에서 전략 자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티머시 키팅(Timothy Keating) — 예비역 미 해군 제독이자 과거 미 합참(Joint Staff) 작전국장, 미 태평양사령부(USPACOM) 사령관을 지냈다. 그는 군·정보 커뮤니티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 보호와 해외 설비 이전 문제에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 국가 안보 협약과 ‘황금주’ 부여

이번 이사회 구성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니폰스틸 간에 지난달 체결된 ‘국가 안보 협약(national security agreement)’의 핵심 조항을 이행한 것이다. 협약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제적 이해와 무관한 ‘비경제적 (non-economic) 황금주(golden share)를 보유하게 됐다. 해당 주식은 배당이나 의결권 제한 등 경제적 권리와 분리돼 있으며, 대신 특정 사안에 대한 거부권(veto power)을 제공한다.

“정부는 공장 가동 중단, 생산 능력 축소, 해외 이전 등 기업 구조조정 조치 전반에 대해 사실상 최종 승인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로이터는 “트럼프 측이 이번 이사회 인선 과정에서 직접 지명권을 행사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 ‘황금주’란 무엇인가?

황금주(golden share)는 정부 또는 특정 주주가 단 1주만으로도 전략적 의사결정을 거부할 수 있도록 설계된 특수주를 뜻한다. 1980~1990년대 영국 대처 정부가 민영화된 기간산업을 통제하기 위해 처음 도입했으며, 기업의 자율 경영과 공공·안보적 이해 사이를 조정하는 장치로 활용돼 왔다.


▶ 전문가 시각 및 향후 관전 포인트

마켓 인사이트 관점에서 보면, 일본 기업이 미국 안보 산업의 핵심 소재인 철강 생산 자회사를 운영하게 된 것은 사상 초유의 사례다. 미국 정부가 ‘보이지 않는 국유화’라는 무기를 사용해 민간 M&A에 거버넌스 조건을 부여한 만큼, 향후 외국인 직접투자(FDI) 심사에 정치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U.S.스틸의 설비 투자(capex) 승인 절차, 해외 공장 증설 전략, 노동조합과의 임금 교섭 과정에서 정부 개입이 얼마나 현실화될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미국 대선 국면에서 철강업 고용 문제는 정치적 영향력이 큰 이슈이므로, 이사회 독립성 유지장기 투자 계획 간 균형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또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니폰스틸이 약속한 미국 내 친환경 전기로 전환 로드맵의 이행 속도, 탄소배출권(Credit) 확보 전략 등도 투자자 질의에서 비중 있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 결론

니폰스틸은 미국 정부와의 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3명의 미국인 독립 이사를 추가함으로써 이사회 거버넌스 리스크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그러나 ‘황금주’를 보유한 미국 정부가 주요 경영상 의사결정에 사실상 공동 경영자로 참여하게 됨에 따라, U.S.스틸은 민간기업임에도 공공정책의 최전선에 놓인 이중적 지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글로벌 M&A 시장에서 국가안보 논리 강화라는 장기 추세를 재확인시켜 주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