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유 업계가 2분기에 디젤 정제마진(크랙)이 예상 밖의 강세를 보인 덕분에 수익성 반등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월가에서 확산되고 있다.
2025년 7월 23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상위 정유사들이 1분기 손실을 만회하고 한층 높아진 이익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비수기에 가까운 시기에 디젤 마진이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연초 이후 정유 업종 주가는 약 20% 상승했다.
연료 제조업체들은 최근 수 개월 동안 핵심 제품군에서 예상치 못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 이는 2022년 COVID-19 팬데믹 이후 수요 회복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가격 급등 때 기록했던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에서 다소 주춤했던 흐름을 되돌리는 움직임이다.
당초 일부 리서치 기관들은 올해 수요 둔화를 이유로 마진 약세를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 분기 대비 회복세가 나타났으며, 다만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이익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TD 코웬의 애널리스트 제이슨 게이블먼은 “정유 업종 주가가 연초 대비 20% 올랐는데, 계절적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디젤 크랙이 예상외로 강세를 보인 것이 업종 전반을 뒷받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품 마진이 가을 정기보수 시즌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TPH & Co의 매슈 블레어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디젤 크랙이 2분기 평균 배럴당 17달러를 기록해 1분기와 유사했지만, 분기 말에는 21달러까지 올라섰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중간제품(distillate) 재고가 5월 초 5년래 최저치까지 감소했다”며 “이는 강력한 수출과 점진적 수요 개선 덕분이며, 이러한 요인이 마진을 지지했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 정제업체들의 중간제품 수율이 낮은 것도 원유 투입 배럴이 상대적으로 가벼워진 데 따른 결과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적 발표 일정과 전망
미국 정유사 가운데 정제 용량 기준 2위인 발레로 에너지(Valero Energy)가 목요일(현지시간) 실적 시즌의 포문을 연다. LSEG 집계 컨센서스에 따르면 발레로의 주당순이익(EPS)은 1.75달러로, 전년 동기의 2.71달러 대비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 최대 체적 정유사인 마라톤 페트롤리엄(Marathon Petroleum)은 주당 3.28달러의 이익이 예상된다. 이는 전년 동기 4.12달러보다 감소한 수치다.
필립스 66(Phillips 66)의 주당순이익 컨센서스는 1.69달러다. 작년 같은 기간 2.31달러에 비해 낮아졌지만, 두 회사 모두 1분기 손실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회복세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용어 설명 및 배경
디젤 크랙 스프레드란 원유 1배럴을 정제해 얻은 디젤 1배럴의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값으로, 정제업체가 디젤 생산으로 거둘 수 있는 단위당 이익을 가늠하는 대표 지표다. 일반적으로 난방 수요가 감소하는 봄·여름에는 마진이 축소되지만, 올해는 물류·건설 활동 증가와 해외 수요가 맞물려 비수기에도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간제품 재고(디스틸레이트 인벤토리)는 디젤·난방유 등 중질류 재고를 의미한다. 미국에선 에너지정보청(EIA)이 매주 발표하는 재고 지표가 시장 변동성에 영향을 미친다. 올해 5월 초 재고가 5년 평균을 크게 밑돈 것은 멕시코·남미·유럽으로의 수출 증가와 국내 트럭 운송 수요 회복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정유 공정 유지·보수(Turnaround)는 보통 봄과 가을에 집중된다. 가을 유지·보수가 본격화되면 설비 가동률이 낮아져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가을 전까지 마진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배경이다.
전망 및 분석
향후 시장은 OPEC+의 감산 기조, 중국·인도 수요, 그리고 미국 경기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 정제 마진은 압박을 받을 수 있지만, 디젤 스프레드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정유사 수익 방어력이 유지된다.
전문가들은 “정유사 주가가 이미 연초 대비 크게 올랐기 때문에 실적 확인 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다만 “견조한 디젤 수요와 타이트한 재고 상황이 당분간 지속된다면, 정제 부문의 펀더멘털이 괜찮다는 점은 변함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결국 투자자들은 발레로, 마라톤, 필립스 66 등 주요 업체들의 콜을 통해 ▲3분기 디젤 수요 전망 ▲가을 정기보수 계획 ▲수익 환원 정책(배당‧자사주) 등을 면밀히 체크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Nicole Jao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