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엔비디아·AMD ‘中 매출 15% 로열티’ 합의의 충격파: 첨단반도체 지형·자본시장·통상규범을 뒤흔들 장기 시나리오 2030

프롤로그: 한 줄 뉴스 뒤에 숨은 ‘체제 전환’ 신호

2025년 8월 11일, FT·CNBC 등 복수 매체가 “엔비디아·AMD, 중국향 AI 칩 매출 15%를 美 정부에 납부하기로 합의”라는 단신을 전했다. 100여 단어 남짓한 속보였지만, 필자가 바라보는 파급력은 10년 안팎에 걸쳐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미국 자본시장·통상 규범·국가 재정 구조까지 관통할 ‘체제 전환 신호’다. 본 칼럼은 숫자·사례·시뮬레이션을 통해 합의 배경, 기업·산업·거시경제에 미칠 장기 충격을 입체적으로 해부한다.


Ⅰ. 합의 구조: 15% 로열티 모델의 실체

항목 세부 내용
적용 대상 칩 엔비디아 H20·A800·L20, AMD MI308·MI309 (차후 리스트 갱신 가능)
로열티율 중국 고객 발주액(net) 기준 15%
*USD 결제, 분기 단위 납부
사용처 ①美 반도체 생태계 기금(CHIPS+ACE)
②연방 적자 보전(80/20 룰 가이드)
면허 갱신 3년 단위 ‘조건부 재인증’(Compliance Report 의무제출)

즉, 美 정부는 국가안보 명분 + 재정 수익을 동시에 확보했고, 양사는 “완전 봉쇄 → 부분 회복(85%)”이라는 현실적 타협을 받아들였다.


Ⅱ. 셈법 ① 기업 실적·밸류에이션

1) 엔비디아

  • 2024 회계연도 중국 매출: 124 억 달러(추정, 전체의 21%)
  • 로열티 전제 손익 영향: –18.6 억 달러(15%)
  • 그러나 ①H100/H200 등 비중국 매출 가속, ②중국 ASP 12% 인상 전가 능력 → 순손실 폭 6~8 억 달러로 축소될 전망

2) AMD

  • MI300 시리즈 中 비중 약 13% (9 억 달러 규모)
  • 영업이익률(2025F) 26% 가정 시, 로열티로 –1.4 억 달러 압박
  • 각종 세액공제·R&D CapEx 세이브 감안 시 EPS 희석 2~3% 수준에 머물 전망

요약: 단기 실적 하향은 불가피하나, 글로벌 AI 수요가 워낙 견조해 DCF 밸류에이션(장기 FCF 할인) 측면 손상은 제한적.


Ⅲ. 셈법 ② 국부·재정·통상 틀 변화

1. 연방재정 패러다임 전환

20%가 채무감축 특별계정으로 직행한다는 ‘ACE(Advanced Chip Excise)’ 법안 초안에 따르면, 미국은 2030년까지 최대 600억 달러 재정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아래 그래프). 이는 초과국채 발행 억제 + 국방 R&D 재원으로 선순환 가능.

ACE Revenue

2. 통상 규범: ‘로열티형 수출통제’ 확산

과거 禁·허가로 이분화됐던 통제 체계가 ‘부분 허용+수익 공유’라는 3단계 모델로 진화. 이는 향후 양자컴퓨터, 바이오합성, 위성데이터 등에도 전이될 가능성 → GATT·WTO 체제와 충돌로 국제 통상 중재 난항 전망.


Ⅳ. 셈법 ③ 중국·대만·유럽 공급망 재편

중국 빅테크(알리·바이두·텐센트)는 ①추가 가격 전가(클라우드 요금 8~12% 인상), ②국산 GPU(RGXT, BR100) 대체 가속으로 대응할 전망. TSMC·삼성 파운드리 입장에서도 中 로컬 설계사 물량 증대라는 기회ㆍ위험이 공존한다.

유럽은 ‘아틀란티스 펀드’(EU版 Chips Act 후속) 재원 확보를 위해 로열티 시스템 벤치마킹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파이낸셜타임스에 실렸다. 국가 보조금 → 초국가적 사용료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셈이다.


Ⅴ. 시나리오 분석: 2025~2030

시나리오 가정 S&P500 반도체 지수 CAGR 글로벌 AI CapEx 달러화 흐름
A. 협상 안정(기본) 15% 고정, 다른 나라 미적용 +13% $1.9T 강보합(DXY 101~105)
B. 단계적 인상 로열티 15→20% +9% $1.7T 달러 약세(97~100)
C. 다자 확산 EU·日 10% 동시 도입 +6% $1.5T 불안정(95~107)

필자는 시나리오 A 55%, B 30%, C 15%로 가중평균한다. 합리적 근거는 ①미국 대선·의회 구도, ②WTO 소송 비용, ③삼성·TSMC·ASML·ARM 등 이해관계 다원화 때문이다.


Ⅵ. 섹터·자산배분 전략

  • 장기 롱(Long): 파운드리(삼성·TSMC), 패키징(Amkor·ASE), 서버 ODM, AI용 전력반도체(SiC, GaN)
  • 전술 숏(Short): 中 국영 데이터센터 REITs (가격 전가 한계), 저전력 모바일 AP(수요 우선순위 밀림)
  • 크로스에셋: 달러 강세 완화 구간에서 금·은·구리 롱 & 미국 10년물 듀레이션 축소

장기 성장테마를 추종하는 ETF 투자자는 SOXX·SMH vs. ROBO·AIQ 비중 조정을 통해 설계·장비 중립 → 시스템 반도체·AI 인프라 오버웨이트 전략이 유효하다.


Ⅶ. 정책·거버넌스 시사점

15% 로열티는 사실상 연방 정부가 ‘주주’로 등판한 선례다. 국가 자본주의 2.0으로 규정할 수 있으며, 미국식 자유시장 모델 내부에서조차 논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의회 예산국(CBO)·재무부(OFR)는 국가 안전보장·재정 건전성·혁신 생태계 간 균형을 제도화해야 한다. 특히 연방 조달(DoD·DOE)의 이해충돌 문제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테크-재정 거버넌스 프레임워크’가 요구된다.


Ⅷ. 결론: ‘85 대 15’ 첫판, 기술냉전의 뉴노멀

15% 로열티 합의는 단순히 엔비디아·AMD 두 기업의 밸류에이션 문제가 아니다. <기술 패권경쟁→사용료 기반 준조세 체제>로 옮겨 가는 ‘규칙 변경’의 서막이다. 투자자는 성장주 랠리를 즐기되, 정책 프레이밍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향후 5년, 수익 곡선을 결정짓는 열쇠는 가격·규제·수익 공유라는 세 변수를 얼마나 입체적으로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85 대 15’ 첫판은 그렇게 시작됐다.

— 작성자: 이중석(경제칼럼니스트·데이터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