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정보국장(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DNI) 툴시 개버드(Tulsi Gabbard)가 국가지역정보국(ODNI)의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오는 10월 1일까지 전체 인력의 40% 이상이 추가로 감축되며, 연간 7억 달러(약 9조4,000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2025년 8월 2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개버드 국장은 “ODNI가 본연의 임무인 ‘사실 규명과 대통령·정책결정자에게 객관적이고 시의적절한 정보를 제공’에 집중하도록 구조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 개편 사항으로는 외국의 여론 조작 활동을 추적하던 ‘외국악성영향센터(Foreign Malign Influence Center·FMIC)’ 폐지, 대량살상무기(WMD) 및 사이버 위협 추적 부서의 해체, 장기 글로벌 트렌드를 전망해온 분석 그룹의 폐지 등이 포함됐다. ODNI는 해당 기능이 이미 다른 정보기관에서 수행 중이라는 점을 근거로 중복 해소를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연방정부 조직 슬림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번 ODNI 구조조정 역시 그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한편 개버드 국장은
“정보기관 내부에 만연한 권한 남용·기밀 유출·정치화된 정보 무기화 문제를 근절해야 한다”
며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조작했다는 당시 정보당국의 분석이 “제조되고 정치적으로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ODNI는 2017년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미 의회 상원 정보위원회의 초당적 보고서와 CIA 존 래트클리프 국장의 재검토에서도 그 결론이 재확인된 바 있다. 또 2020년과 2024년 대선에서도 러시아의 온라인 여론 조작 시도를 평가·감시해 왔다.
국가지역정보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18개 미 정보기관을 조정·통합하기 위해 창설됐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현재 ODNI는 ‘비대하고 비효율적’이라는 내부·외부 비판에 직면해 왔다.
인력 규모 변화를 살펴보면, ODNI는 개버드 국장 취임 당시 약 1,800명을 고용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25%를 감축했으며, 이번 추가 감축이 완료되면 전체 인원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해체되는 대량살상무기 및 사이버 위협 추적 부서의 기능은 미 국방정보국(DIA)·국가안보국(NSA)·연방수사국(FBI) 등으로 이관된다. 또한 장기 글로벌 트렌드 분석팀이 생산하던 보고서는 “내부 수요가 낮고, 중복성이 높다”는 이유로 폐지된다.
미국 의회 예산국(CBO) 추산에 따르면 연방정부가 연간 약 65억 달러를 정보기관 운영에 지출하고 있으며, 이번 ODNI 축소는 전체 정보 예산 대비 10% 이상의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Foreign Malign Influence와 같은 개념은 한국 독자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다. 이는 “외국 정부가 허위 정보·금전·협박 등을 통해 타국의 여론 형성과 정책 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미국은 러시아·중국·이란 등을 주요 위협으로 지목해 왔다.
전문가 시각에서 볼 때, ODNI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정보기관 간 역할·책임 구도를 재편하고 ‘정치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정치적 승부수로 해석된다. 그러나 대규모 인력 손실이 정보 수집·분석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톰 인그램 전 CIA 차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정보기관의 슬림화가 곧 효율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복 해소보다 ‘검증된 정보의 깊이’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발표가 실제 정보 생태계에 미칠 파급력과 일선 현장의 대응 방향은 △정보 공유 체계 재설계 △예산 재배분 △인력 재교육 등으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용어 및 배경설명
ODNI(Office of the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 18개 미국 정보기관을 통합·조정하는 컨트롤타워. 국가정보국장이 수장을 맡는다.
FMIC(Foreign Malign Influence Center): SNS·전통매체·사이버 공간을 통한 외국의 여론 조작, 허위정보 전파 등을 감시하는 전담 조직. 이번 개편으로 폐지된다.
WMD·사이버 위협 추적 부서: 핵·화학·생물무기 및 사이버 공격 위협을 분석해 대응 전략을 수립해 왔다.
장기 글로벌 트렌드 분석팀: 10~20년 후 국제질서·경제·기술 변동을 예측하는 ‘Global Trends’ 보고서로 유명했다.
국가안보 전문가들은 “정보기관 간 중복 해소와 기밀 유지 강화라는 명분이 있지만, 러시아·중국 등 지정학적 위협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정보력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개버드 국장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정보기관의 존재 이유”라며, 본인의 개편안이 정보기관의 신뢰성 회복과 정치적 중립성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