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높아진 지면비용’이 올 증시의 장기 변수다
2024년 하반기 들어 시장의 시선은 단기 실적과 AI 모멘텀에서 ‘돈의 가격’—즉 국채 금리—로 급속히 이동했다. 2023년 연준의 강도 높은 긴축에도 미국 경제는 완만한 둔화에 그치며 ‘소프트 랜딩’ 기대가 강화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미국 재정적자는 또 다른 궤적을 그렸다. 2023회계연도 기준 적자 규모는 2조 달러를 넘어 GDP 대비 7.5%에 달했고, 의회예산국(CBO)은 2034년까지 누적 적자가 20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과거 어떤 경기국면에서도 전례가 없는 속도다.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다.
- 과도한 국채 발행이 장단기 금리 구조에 미치는 구조적 압력
- 높아진 무위험이자율이 ‘주식 리스크 프리미엄(ERP)’ 전반을 어떻게 재설정하는가
- 기업 이익·배당·밸류에이션 멀티플에 걸친 중장기 파급효과
본 칼럼은 ‘미국 재정적자 확대 + 장기 고금리 체제’라는 단일 주제가 향후 최소 1년 이상, 실제로는 향후 5~10년간 미국 증시에 미칠 구조적 변화를 심층적으로 고찰한다. 필자는 이를 ‘제2의 리스크 프리미엄 시대’라 명명한다.
1. 데이터로 본 재정적자와 국채 발행량의 궤적
연도 | 재정적자(조달러) | GDP 대비 비율 | 총 국채 잔액(조달러) | 추가 발행 전망(CBO, 향후 10년) |
---|---|---|---|---|
2019 | 1.0 | 4.6% | 22.7 | — |
2020 | 3.1 | 14.9% | 26.9 | — |
2023 | 2.0 | 7.5% | 33.2 | +20.3 |
2024E | 1.9 | 6.8% | 35.1 |
① 절대 규모: 팬데믹 이전 1조 달러 수준이던 연간 적자가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고착화됐다. ② 구조적 성격: 고령화로 인한 복지지출과 금리비용 증가가 ‘비경기성 적자(non-cyclical deficit)’를 만들어낸다.
2. 장기 고금리 체제의 3단 논법
- 통화적 요인: 연준의 중립금리(r*) 추정치 상향. 2022년 0.5%→2024년 0.7%로 소폭 올랐으나, 시장(Blue Chip Survey)은 1.25%까지 재평가하는 추세다.
- 재정 요인: 국채 공급 증가에 따라 10년물 수급 균형금리가 최소 40~60bp 상향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뉴욕연은·Treasury Borrowing Advisory Committee).
- 글로벌 요인: 탈세계화·방산 재무장·에너지전환 투자가 동시다발적으로 자본수요를 끌어올린다.
결과적으로 ‘제로금리’ 시절 주식가치를 지탱한 장기 할인율 저하가 구조적으로 역전되는 흐름이다.
3. 주식 리스크 프리미엄(ERP)의 재정의
과거 10년간 S&P500의 순현금흐름 수익률(shareholder yield) 대비 10년물 국채금리 차이—즉 전통적 ERP—는 평균 3.5%p였다. 2024년 5월에는 1.4%p까지 축소됐으며, 10월 기준 10년물 4.9% vs S&P500 EPS 수익률 5.8%로 0.9%p까지 좁혀졌다. 이는 닷컴버블 직전(2000년 3월)과 유사한 밸류에이션 위험을 시사한다.
“높아진 무위험수익률은 주식할인율의 ‘재정 스프레드’ 역할을 하며, 실질 ERP가 200bp 이하로 내려앉을 경우 멀티플 수축이 불가피하다.” — Goldman Sachs Global Investment Research, 2024.09
4. 부채·금리 비용이 기업이익에 미치는 이중 압력
4-1. 이자보상배율의 구조적 하락
구분 | 2019 | 2023 | 2025E(연준 최종금리 4% 시나리오) |
---|---|---|---|
S&P500 전체 | 7.8x | 5.4x | 4.2x |
하이일드 비중 상위 25% 기업 | 3.2x | 2.1x | 1.5x |
총부채는 늘었는데 EBIT 성장은 둔화하면서 이자보상배율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이는 설비투자(CAPEX) 축소 또는 주주환원 감소로 이어져 장기 EPS 성장률(g) 가정을 낮춘다.
4-2. 은행·부동산·소비재 섹터의 차별적 타격
- 은행: 순이자마진(NIM)은 상승했으나 미실현채권 손실이 다시 확대.
- 부동산(REITs): 고정금리 부채 만기도래가 집중되는 2025~2026년 리파이낸싱 리스크.
- 소비재: 할부·신용카드 금리가 20%를 상회, 수요 스프레드 확대.
5. ‘재정지배(Fiscal Dominance)’ 가능성과 연준의 정책 제약
연준이 물가목표(2%) 복귀 전에도 국채시장 안정을 위해 완화적 정책으로 조기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재정지배라 한다. CBO는 2028년 이후 연간 순이자비용이 국방지출을 초과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정책금리가 스스로를 제약하는 역설을 낳는다.
5-1. 세 가지 경로
- Yield Curve Control(YCC) 경로: 일본식 금리캡 도입 시 통화가치·자본유출 리스크.
- 인플레이션 용인 경로: 실질부채 경감을 위해 3~4% 물가를 묵인.
- 증세·지출삭감 경로: 정치적 저항이 가장 거세다.
결국 국채금리가 다시 2%대로 돌아갈 시나리오는 ‘정치적 불가능성’에 가깝다.
6. 시나리오별 장기 자산가격 영향
시나리오 | 10년물 평균 | 2025~2028 S&P500 EPS CAGR | PER(2024→2028) | 가장 유리한 섹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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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Soft Landing | 4.0% | 7% | 20x → 17x | 테크·건강관리 |
② Fiscal Dominance | 5.5% | 5% | 20x → 14x | 에너지·방산 |
③ Stagflation | 6.5% | 2% | 20x → 12x | 원자재·TIPS |
현재 옵션시장은 ② 시나리오에 45% 확률, ③에 20% 확률을 부여한다. Soft Landing 기대가 지수 레벨을 지탱하고 있으나, 리스크 조정 기대수익은 금융위기 직후(2009)보다 낮다.
7. 산업·섹터별 구조적 영향과 밸류에이션 재조정
7-1. IT·AI 플랫폼 대형주
클라우드·AI 수요는 구조적으로 견조하지만, CapEx→Depreciation→Free Cash Flow Ratio가 다시 높아진다. 서버팜·파운드리 투자금액이 금리 민감 인프라가 되면서 FCF Yield가 희석될 가능성.
7-2. 에너지·자원주
인플레이션 헤지 가치와 배당여력이 돋보인다. 리그 수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유가 80달러 이상이면 in-line EPS 성장 대비 멀티플 할인 폭이 축소될 전망.
7-3. 금융
대형은행은 고금리 + 규제 강화(베젤 III Endgame) 이중 부담. 지방은행은 상업용부동산(CRE) 리스크가 확대.
7-4. 헬스케어·필수소비재
디펜시브 성격으로 주목받지만 Medicare 약가 인하, 소비 둔화로 순이익 방어폭이 제한될 수 있다.
8. 장기 투자전략: 리스크 프리미엄 시대의 포트폴리오 리셋
8-1. 자산배분 원칙
- Duration Barbell: 0~1년 초단기 T-Bill + 7년 이하 중단기 회사채.
- Quality Value Tilt: 이자보상배율 > 8배, 배당성향 < 60% 기업 중심.
- 인플레이션 헤지: TIPS·원자재·MLPs(마스터 리미티드 파트너십).
8-2. ETF·인덱스 예시
자산군 | 티커 | 설명 |
---|---|---|
T-Bill | BIL | 1-3개월 국채 ETF |
중단기 회사채 | IGSB | 1-5년 IG Corporate Bond ETF |
Quality Factor 주식 | QUAL | S&P Quality ETF |
에너지·MLP | AMLP | 미국 에너지 인프라 MLP ETF |
TIPS | VTIP | 단기 물가연동채 ETF |
8-3. 전략적 체크리스트
- 금리 상승기에 Growth → Value 로의 섹터 로테이션 신호 점검
- Fed Balance Sheet 및 Treasury Quarterly Refunding Announcement(QRA) 모니터링
- 실질 ERP < 150bp → 주식 비중 축소, > 250bp → 비중 확대
9. 리스크 요인 및 반론
9-1. 기술혁신으로 인한 생산성 붐 가능성
AI·로보틱스 도입이 총요소생산성(TFP)을 연 1.5%p 이상 끌어올릴 경우, GDP 대비 부채비율 자체는 상승해도 부채 부담 지표(DTI)는 안정될 수 있다.
9-2. 글로벌 안전자산 수요의 회귀
지정학적 불안이 커질수록 달러·미국채에 자금이 쏠리는 ‘안전자산 프리미엄’이 반대힘으로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Tail Risk Hedge로서의 수요이지, 구조적 금리 하락을 보장하지 않는다.
결론: ‘돈의 시간가치’ 재발견이 몰고 올 밸류에이션 패러다임의 전환
2009~2021년 미국 증시는 양적완화(QE)·제로금리가 구축한 할인율 하락을 수익률의 주된 원천으로 삼았다. 지금부터의 10년은 반대로 할인율 상승을 어떻게 상쇄할 것인가가 장기 수익률을 결정한다. 재정적자 예산경로가 변경되지 않는 한, 무위험이자율은 과거 평균으로 회귀하는 대신 ‘위로 이동한 뉴노멀’에 안착할 공산이 크다.
투자자는 ‘제2의 리스크 프리미엄 시대’를 맞아 다음 세 가지를 냉정히 점검해야 한다.
- 국채금리 4~5% 구간을 ‘정상’으로 수용할 심리적 준비
- 밸류에이션 모델의 Discount Rate Re-rating 반영
- 현금흐름·재무레버리지·가격결정력 기반의 Real Cash Yield로 종목을 재평가
이는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니라, 자본비용과 가치평가 논리가 영구적으로 상향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다. 선제적 포트폴리오 재편만이 차기 10년의 복리수익을 방어할 방패가 될 것이다.
— 이중석 / 경제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