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 전해진 미ㆍ일 무역협상의 최신 기류
미국 재무부의 수장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장관이 소셜미디어(X, 구 트위터)를 통해 “좋은 협정이 졸속 협정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일본과의 양자 무역협정 체결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2025년 7월 1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베센트 장관은 이날 게시글에서 “A good deal is more important than a rushed deal”이라는 문구로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했고, 동시에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계속될 대화를 기대한다”라고 덧붙이며 미국 정부가 협상의 ‘문’을 닫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미국과 일본은 세계 1ㆍ3위 경제 대국으로, 상호 교역 규모가 2024년 기준 연간 2500억 달러* 안팎에 달한다.
베센트 장관의 짤막한 언급이지만, 양국 간 무역 규범이 재정비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일본 자동차ㆍ부품 업계와 미국 농업ㆍ첨단 제조업계가 협상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는 점에서, 관련 업종 투자자들도 합의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베센트 장관의 발언, 왜 중요한가
통상 협상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주도하지만, 재무부 또한 통화 정책·관세·환율 등 경제 전반과 맞물린 의제를 다루기 때문에 장관의 메시지는 시장의 신뢰도를 결정짓는 신호로 해석된다. 베센트 장관이 “좋은 협상”을 강조한 것은 협상 내용의 질(質)이 우선이며, 정치적 일정이나 단기 성과에 좌우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조가 ‘단숨에 타결’을 기대했던 일부 시장 참여자들의 속도전에 제동을 거는 동시에, 협상 의제를 세밀하게 조율하려는 의지로도 읽힌다고 분석한다. 다만 베센트 장관이 구체적인 일정·어젠다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은, 실무진 협상 단계가 아직 무르익지 않았음을 방증한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좋은 협정(good deal)’이란 무엇인가
통상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시장 접근성 확대, 지적재산권 보호, 공정 무역 규범이라는 세 가지 축을 충족해야 ‘좋은 협정’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한다. 미ㆍ일 양국은 이미 2019년 일부 관세를 인하하는 ‘미ㆍ일 상품협정’에 합의한 전례가 있으나, 자동차 관세・디지털 무역 규제와 같이 핵심 분야를 두고 남은 쟁점이 많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베센트 장관의 발언은 “미완의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이냐”를 둘러싼 협상 전략의 윤곽을 드러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편, ‘서두르지 않겠다’는 표현은 국내 정치 일정, 특히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의회 내 보호무역 정서와도 맞물린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이는 협상 지연이 아닌 정치적 여유 확보를 위한 ‘시간 벌기’ 전략으로 볼 수도 있다.
용어 해설
무역협정(Trade Deal)은 두 국가 또는 다자 간에 체결되는 관세·비관세 장벽 완화, 투자 규제, 서비스 시장 개방 등에 관한 상호 구속력 있는 국제 합의를 말한다. ‘FTA(자유무역협정)’가 대표적 예시다.
“A good deal is more important than a rushed deal”은 협정 체결 과정에서 ‘속도’보다 ‘내용’이 중시돼야 한다는 원칙을 일컫는 문구로, 브렉시트 협상을 비롯해 다수의 국제 협상장에서 인용돼 온 표현이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물자 확보가 국가 경제안보의 핵심 의제로 부상함에 따라, 미ㆍ일 무역협정이 새로운 전략적 틀을 제시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의 산업 생태계에도 적잖은 파급을 미칠 수 있어, 국내 기업 및 정책 당국은 협상 추이에 촉각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다만, 베센트 장관의 발언이 단 한 문장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은 ‘가시적 진전’보다 ‘정치적 메시지 관리’ 차원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USTR과 일본 경제산업성 간 실무 협상이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되는지가 협정 타결 시점과 내용을 판가름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결론 및 시사점
결국 “좋은 협정”이라는 베센트 장관의 발언은 미국 정부가 품질과 실익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본 측 역시 국내 농업 및 자동차 로비의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만큼, 협상 테이블은 시간과 인내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투자자와 기업들은 중장기 전략을 재점검하며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출처: 미 상무부 2024년 교역 자료(공개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