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금리는 결국 재정에서 나온다’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2023년 하반기부터 2024년 봄까지 4%대를 고착화하자 월가에서는 ‘터미널 레이트(terminal rate)는 이미 높아졌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 경기·물가 사이클보다 더 깊은 근본 요인이 있다. 바로 장기 재정적자 구조와 이에 따른 국채 공급의 기하급수적 증가다. 본 칼럼은 향후 적어도 10년 이상 지속될 이 현상이 어떻게 미국 금리 구조와 주식시장 밸류에이션 패러다임을 바꿀지 집중 조망한다.
■ 1. 미국 재정의 구조적 악화: 숫자로 보는 현실
1) CBO 중기 전망
- 의회예산국(CBO)은 2024년 2월 베이스라인에서 연방 재정적자가 2034년 GDP의 6.9%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 같은 기간 총 연방 부채(대외·내자 모두 포함)는 GDP 대비 115%→130%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 가장 두드러진 항목은 순이자 비용(net interest)이다. 2023년 6590억 달러(연방 지출의 10%)였던 이자 지출은 2034년 1.6조 달러로 급증해 국방예산을 넘어선다.
2) 구조적 적자 요인
항목 | 2023년(억달러) | 2034년(억달러) | 주요 요인 |
---|---|---|---|
사회보장(SSA) | 1.31 | 2.05 | 베이비부머 은퇴, COLA 상승 |
메디케어 | 9,743 | 1.78 | 고령화+의료 서비스 인플레 |
국방 | 8,140 | 1.16 | 우크라·대중 견제 예산 |
순이자 | 6,590 | 16,000 | 금리·부채 동시 상승 |
즉, 미국은 저금리 시대(2009~2021)에는 ‘이자 비용 억제’ 덕에 재정통제가 어느 정도 가능했으나, 고금리와 고부채가 결합된 ‘이중 압력’으로 정책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 2. 국채 발행 증가와 수급 불균형
1) 발행량 추정
재무부(Treasury Borrowing Advisory Committee)는 2024~2026년 총차입수요를 연평균 2.3조 달러(순발행 기준)로 제시했다. 2009~2019년 평균 5600억 달러 대비 4배 규모다.
2) 기관·해외 수요 변화
- 연준: 2022년 6월 시작된 양적긴축(QT)으로 매월 600억 달러 미만의 국채를 환매하지 않는다. 연준은 더 이상 ‘가격 민감도 0’의 최대 수요자가 아니다.
- 해외 중앙은행: 중국, 일본의 총보유량은 2014년 2.4조 달러(미 국채 잔액의 18%)→2024년 1.7조 달러(11%)로 감소했다. 무역불균형 축소와 지정학적 리스크 회피가 원인이다.
- 미국 가계·연금: 주식 고평가, 머니마켓펀드(MMF) 금리 5%대에 더해 포트폴리오 다변화 수요로 일부 수조 달러 유입 예상이나, 발행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3) ‘균형 금리’ 재산정
경제학자 Laubach & Williams의 r* 추정 모델 업데이트치(2024년 1분기)는 미국 중립금리를 실질 0.8% 수준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이는 재정 지속 가능성을 가정한 값이다. 지속 불가능한 재정은 국채 리스크프리미엄(term premium)을 끌어올려 명목금리를 1~1.5%p 추가 상향할 가능성이 크다.
■ 3. 장기 금리 3.5~5% 시대가 주식 밸류에이션에 미칠 구조적 충격
1) DCF 모델의 할인율 변화
전통적 주식 밸류에이션 모델(배당할인, FCFE)에선 무위험이자율 + 주식시장 위험프리미엄(ERP)이 할인율이다. ERP*는 2009~2021년 저금리기에 평균 5.3%로, S&P500의 CAPE(Cyclically Adjusted P/E)가 30배까지 높아지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10년물 4.5% 고착 + ERP 5%면 할인율 9.5%다. 현금흐름 증가율이 4%라면 적정 CAPE는 21.1배(9.5%-4% 역수)에 불과해, 현행 32배(2024년 5월 기준) 대비 33% 디레이팅 압력이 존재한다.
2) 섹터별 감수성
섹터 | 현 시가총액(조$) | 금리 민감도(β) | 잠재 밸류에이션 조정폭 |
---|---|---|---|
Tech (Big 7 제외) | 4.8 | 1.4 | -40% |
Big Tech 7 | 12.5 | 1.1 | -28% |
금융 | 3.2 | -0.3 | +5% |
에너지 | 1.9 | -0.5 | +8% |
방위산업 | 0.8 | -0.1 | +2% |
장기 고금리는 현금흐름이 먼 미래에 집중된 성장주에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한다. 반면 은행·보험(순이자마진 확대), 에너지·방산(현물 자산 & 실물 운용) 같은 섹터는 방어적 상대강세가 예상된다.
■ 4. 전술·전략적 투자 시사점
1) 주식—채권 상대매력도 역전
- FED 모델(ERP vs 10y yield)를 보면 2021년 말 ERP 3.4%p에서 2024년 1.1%p로 축소. 과거 1% 이하 구간은 2000년, 2007년 등 버블 정점 시기와 유사하다.
- 즉, 국채 10년물 실질수익률(TIPS 기준)이 1.8%를 상회할 경우 포트폴리오 내 채권 비중 확대가 합리적이다.
2) 섹터·테마 로테이션
① 현금흐름 가시성이 높고 배당 성향이 높은 기업(배당성장률 5% 이상, FCF Yield 7% 이상)이 재평가될 것이다.
② 방산·인프라·에너지는 국가안보+인플레이션 헤지 양면에서 구조적 수혜.
③ AI 인프라처럼 자본집약적 CapEx 사이클이 필요한 업종은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옥석 가르기가 심화된다.
3) 옵션·디레이션 전략
장기 금리 상승 변동성(σ_r)이 확대되므로 금리 콜옵션(상승 헷지)과 그로스주 풋스프레드를 결합한 대안적 인컴 포트폴리오 구성이 유효하다.
■ 5. 정책적 변수와 리스크 요인
1) 재정·통화정책 ‘불편한 공생’
연준은 물가안정을 명분으로 QT를 지속하겠지만, 재정적자 심화로 ‘재정지배(fiscal dominance)’ 리스크가 커진다. 2026~2027년 국채 이자비용이 국방비를 넘어서는 순간, 당국은 QT 종료·장기채 매입 재개를 유혹받을 수 있다. 이는 달러화 약세 및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키운다.
2) 지정학·선거
2024년 美 대선에서 여야 모두 재정 확장성 공약(보호무역, 산업보조금 확대)을 내걸고 있어 적자 축소 가능성이 낮다. 또한 미·중 전략경쟁 심화로 방산·AI·반도체 Subsidy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 6. 장기 전망 및 결론
종합하면 ‘펀더멘털 재정악화→국채 공급 증가→term premium 상승→주식 할인율 상향’이라는 새로운 구조적 사슬이 완성되고 있다. 과거 40년(1981~2021) 미국 시장을 지배한 ‘저금리·고밸류에이션’ 구도로는 더 이상 설명되지 않는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10년 장기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구분 | 저확률(20%) | 베이스(60%) | 고위험(20%) |
---|---|---|---|
재정정책 | 초당적 적자 축소 합의 | 현 수준 유지 | 선심성 지출 확대 |
10년 금리 | 3.0~3.5% | 4.0~5.0% | 6% 이상 스파이크 |
S&P500 CAPE | 25배 유지 | 17~22배 | 15배 이하 급락 |
USD 인덱스 | -5% | -10~-15% | -20% |
실질 GDP | 2.0% | 1.4% | 0.8% |
투자자는 베이스 시나리오 하에서 미국 주식의 구조적 디레이팅과 채권·실물자산의 상대적 매력 상승을 전제로 자산배분 전략을 재설계해야 한다. 단기 랠리에 휩쓸려 PER 30배 이상 성장주 비중을 과도하게 늘리는 전략은 향후 1년 이상 리스크/리워드 비중이 불리하다.
끝으로 역설적이지만, 재정위기를 방치한 채 달러 기축통화 지위를 영속적으로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 2030년대 초, 미 재정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심판이 본격화되면 ‘달러·미국 장기채·대형 기술주’라는 트리플 크라운에 대한 동시 재평가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은 디레이션 축소, 실질현금흐름 중시, 다변화라는 고전적 원칙을 재확인해야 할 시기다.
■ 필자 주: 데이터·모델링 근거
본 칼럼은 CBO 2024 Baseline, Treasury TIC Data, Bloomberg Terminal(2024.05), Robert Shiller CAPE 데이터, Laubach-Williams r* Model(2023Q4), IMF Fiscal Monitor 2024 등을 종합 분석해 작성하였다.
이중석 필자(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