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 왜 지금 ‘조세·지출 초격차 법안’을 논해야 하는가
2025년 7월 4일 새벽(현지 시각) 미 하원은 ‘One Big Beautiful Bill Act’(이하 OBB 법)이라는 거대한 재정 패키지를 통과시켰다. 감세·복지 삭감·인프라 확충이 한데 섞인 이 법안은 상원을 이미 통과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 둔 상태다. 의회예산국(CBO)이 계산한 순재정 효과는 향후 10년간 –3조4,000억 달러; 즉 세수 결손과 지출 감액을 상쇄하고도 3조 달러 이상 추가 부채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대공황 이후 단일 법안으로는 최대 규모의 재정변수가 가시권에 들어온 만큼, 필자는 채권·달러·주식·실물자산을 망라한 장기 충격을 ①국가 재정·부채 ②금리·유동성 ③달러 패권 ④산업·세제 ⑤글로벌 자산배분 다섯 축에서 정밀 해부하고, 국내외 투자 로드맵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재정 흑맥(黑脈)의 생성 – 美 국가부채 50조 달러, 가능성인가 현실인가
1-1) 부채 궤적 시뮬레이션
구분 | 2024 회계연도 | 2034 회계연도(기존) | 2034 회계연도(OBB 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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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부채(총계) | $34.2T | $45.6T | $50.1T |
GDP 대비 부채비율 | 122% | 130% | 145% |
연간 순이자비용 | $870B | $1.47T | $1.78T |
※ 자료: CBO ‘2025 long-term baseline’, 이중석 계산(연평균 명목 GDP 4%·10년물 평균 4.25% 가정)
가장 먼저 주목할 숫자는 순이자비용이다. 2034년 1조7,800억 달러는 국방·사회보장·메디케어를 제외한 모든 부처 예산 합계를 추월한다. ‘이자 갚기 위해 국채 발행 → 더 큰 이자 비용’이라는 부채 스노볼 효과가 구조화되는 순간이다.
1-2) 신용등급·CDS 프라이싱
무디스(Moody’s)는 이미 ‘AA+’로 한 단계 내린 상태다. 동사가 사전 시뮬레이션한 GDP 대비 145% 부채비율은 2026~2027년 추가 강등 라인과 정확히 일치한다. 신용디폴트스왑(CDS) 5년물 프리미엄은 4월 최저치 22bp→6월 38bp→7월 초 44bp로 뛰었다. 시장은 “트리플A 신화의 종언”을 가격에 선반영하기 시작했다.
2. 금리·유동성 – ‘너무 큰 국채’와 연준의 이중 과제
2-1) 공급 충격 vs. 완화적 스탠스
2024년말 이후 연준은 QT 페이스(월 950억→600억 달러) 완화, 2026년엔 사실상 균형시트 길이로 재정착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러나 OBB 법에 따른 추가 국채 순발행 3.4조 달러는 수요-공급 미스매치를 일으킨다. 10년물 균형금리가 4.5% 선을 상회하면, 연준은 ‘성장 방어’와 ‘시장소화 비용’ 사이에서 스탠스를 재조정할 수밖에 없다.
2-2) 가산금리 스프레드 전망
• 10y-2y 스프레드: 2025년 Q4 기준 –35bp → 2026년 Q2 +40bp
• 30y TIPS 실질금리: 2.05% → 2.40%로 상승 압력
채권 포트폴리오에서는 듀레이션 중립·크레딧 고평가 구간 축소가 정석이 될 공산이 크다.
3. 달러 패권 – ‘안전통화→쏠림통화’로의 패러다임 변환
3-1) 트리핀 딜레마 2.0
미국은 글로벌 결제·외환보유 인프라를 공급하는 대가로 지속적 경상수지 적자를 감당해 왔다. OBB 법은 재정적자 확대를 통해 동일 메커니즘을 몰이할 수 있으나, 이를 소화해 줄 유동성 수용국 (일본·중국·OPEC)이 반(反)달러 블록으로 재편 중이다.
3-2) DXY·미러시아(米露) 스프레드
달러인덱스는 6월 96.3 → 7월 95.8(2년래 최저), 러시아·중국 역내 은행들이 위안화 결제 시스템(CIPS)을 4년 새 4배 확대했다. 미국이 초장부터 ‘부채 고속성장-달러 약세-수입물가 상승’이라는 쌍둥이 적자→수입인플레 악순환에 노출될 리스크가 높아졌다.
4. 산업·세제 구조조정 – 친환경→전통에너지·방위 산업 재평가
4-1)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세액공제 소멸
• EV 크레딧 종료(‘25.9.30)… 테슬라, GM, 포드 등 북미 OEM 마진 직격
• 주택 태양광 30% 크레딧 조기 일몰… 실적 가시화 단계의 엔페이즈·선런 리스크 대두
• 반면, 섹션45Q 탄소포집·재생에너지 PTC(생산세액공제)는 유지돼 유틸리티 하이브리드 전략이 부각
4-2) 메디케이드·SNAP 구조조정
의료·소매 섹터에 상반된 영향을 미친다. 메디케이드 디스인롤(dis-enroll) 780만 명 추정치는 병원·제약 매출 타격, 반면 저소득층 소비 감소로 대형 리테일 매출이 압력 받을 수 있다.
5. 자산배분 전략 – ‘중위험·멀티애셋·인컴’ 3대 축
- 채권: 듀레이션 3~5년, BBB 트랜치·중위험 CLO ETF(JAAA 등) 비중 확대
- 주식: 동일가중·배당가중 ETF(RSP, BKGI)로 메가캡 쏠림 해소, 유틸리티·에너지 인프라(PPA·XLE) 편입
- 원자재/실물: 금·구리·우라늄 3각 포트폴리오, 달러 약세 헤지와 탈탄소 투자 수혜 동시 노림
- 해외주식: 달러 약세 구간의 유럽 고배당(IEUR HDY), 인도 소비재(NIFTY Next 50), 한국 2차전지 ETF(KS200 배터리) 관심
- 옵션 전략: VIX 13~14 구간에서 6개월물 Protect Put, 유동성 우려 구간에 콜 매도 통한 커버드콜 인컴 병행
6. 결론 – ‘미 재정 스노볼’ 시대, 투자자는 세 가지 질문을 던져라
- 부채·달러·금리 삼각축의 절대변수에 대해 내 포트폴리오는 어떤 민감도를 가지는가?
- 정부 주도 산업 순환(방위·에너지→헬스케어 재편) 속에서 3년 실적 가시성이 담보된 섹터는 어디인가?
- 지속가능한 인컴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멀티애셋·국가 분산이 충분한가?
투자를 ‘가격’이 아닌 ‘구조’로 사고하는 순간, OBB 법이 던진 경고음은 분명한 기회 신호로 다가올 것이다. 필자 이중석은 향후 12~18개월간 중위험·다각화·현금흐름 중심 포트폴리오가 달러 약세·금리 상승·경기 국지 경기침체 리스크를 동시에 흡수하는 최적 해법이 될 것이라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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