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양적긴축(QT) 조기 종료가 불러올 ‘신(新) 유동성 패러다임’—은행 준비금·채권시장·실물경제의 10년 지형도를 해부하다

美 연준 ‘QT 피봇’이 던진 장기 메시지

2025년 10월 마지막 주—단기자금시장에서 레포(Repo) 금리가 정책금리 상단을 위협하자, 월가는 술렁였다. 연방준비제도(Fed)는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했지만, 정작 시장이 주목한 대목은 다른 곳이었다.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QT)를 12월부터 중단할 수 있다”는 암시가 의사록과 기자회견에서 포착됐기 때문이다.


1. 왜 ‘QT 조기 종료’가 중요한가

2008년 이후 미 연준은 두 차례 대규모 양적완화(QE)를 통해 자산을 9조 달러까지 불렸다. 2022년부터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월 950억 달러 한도로 양적긴축(QT)을 가동해 왔으나, 2년여 만에 돌연 ‘피봇(pivot)’ 가능성이 제기됐다.

  • 은행 시스템 준비금 감소—레포 금리 급등은 준비금 희소성(reserve scarcity)을 시사한다.
  • 미국채 공급 폭증—부채한도 상향 이후 재무부 발행(T-bill·T-bond) 공세가 지속 중이다.
  • MMF 자금 이동—머니마켓펀드가 RRP(역레포)에서 T-bill로 갈아타며 시스템 유동성이 빨려 나갔다.

결국 연준은 “금리뿐 아니라 대차대조표도 정책 수단”임을 재천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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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QT 조기 종료 시나리오별 장기 영향

시나리오 대차대조표 규모(’26E) 시장 파급 GDP 효과
베이스 7.0조달러 준비금 2.6조 유지, 10년 금리 –30bp +0.2%p
완전 중단 7.7조달러 레포 안정·크레딧 스프레드 축소 +0.4%p
부분 감속 6.5조달러 불확실성 지속, 변동성 고착 +0.1%p

자료: 이중석 추정


3. 은행·자산운용 산업별 파장

① 상업은행

자본·유동성 규제 격상 탓에 예대마진 압박이 심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준비금이 ‘풍부(ample)’ 단계로 고착되면 예금 유치 경쟁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본다.

② 헤지펀드·레버리지 플레이어

SRF 이용이 일상화되면 견조한 스프레드 거래 환경이 조성된다. 즉, 금리·통화스왑을 활용한 차익거래 수익률이 30~50bp 개선될 여지가 있다.

③ 머니마켓펀드(MMF)

RRP 잔액은 1조 달러 아래로 내려갈 것이다. MMF는 T-bill 비중을 70%까지 늘려도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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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채권·주식·부동산 3대 자산장기 로드맵

채권

QT 중단 → 순공급 감소10년물 금리 2026년 3.25% 내외 안착 가능. TIPS 브레이크이븐은 2.1%로 안정될 전망이다.

주식

유동성 완화는 PER 리레이팅을 야기한다. 특히 금리 민감주(부동산·통신·유틸리티)‘QT 프리미엄’이 제거되며 3~5년 초과수익이 기대된다. S&P 500 목표 PER 20배(현재 18배)로 상향 여지가 있다.

부동산

모기지 스프레드 축소로 상업용 부동산 CAP 레이트가 40bp 하락, 리츠 배당여력 회복. 멀티패밀리 리츠가 최대 수혜.


5. 리스크 분석

  • 인플레이션 재가열—QT 중단 후 12~18개월 뒤 인플레가 3%를 재돌파하면 유동성 재흡수(QT 2.0) 필요.
  • 재무부 발행 증가와 충돌—QT가 멈춰도 국채 순공급이 크므로 ‘성장 vs 재정’ 트레이드오프가 남는다.
  • 정치 리스크—2026년 중간선거가 재정 지출 축소를 막을 경우, 채권시장 변동성이 상존.

6. 투자 아이디어

채권: 5년 국채+2년 IRS 페이(steepener) / 주식: S&P 리츠 ETF, 유틸리티 고배당 ETF / 파생: 3개월 SOFR 풋 매도 1년 만기


7. 결론—‘뉴 노멀’은 Ample+ 준비금 체제

양적완화→양적긴축→QT 피봇으로 이어지는 15년 대서사의 결론은 “달러는 여전히 기축통화, 그러나 유동성 구조는 질적으로 변했다”이다. Fed는 SRF·FIMA·온리포 등 ‘현대적 창구’를 상시 가동해 신형 유동성 패러다임을 제도화하고 있다. 투자자는 금리 방향뿐 아니라 대차대조표 정책이 자산가격에 미치는 구조적 레짐 변화를 읽어야 한다. 필자는 QT 조기 종료가 “2020년대판 플라자합의” 급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본다. 즉, 풍부한 달러 준비금이 글로벌 자본시장 재편의 기폭제가 되면서 미국 우량 리츠·인프라 자산이 ‘신(新) 안전자산’ 지위를 확보할 것이다.

(글: 이중석 이코노미스트·데이터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