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부의장(은행감독 담당) 미셸 보우먼이 정치적 압력으로부터의 통화정책 독립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연준이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의회의 감시와 투명성 확보라는 책무를 다하되, 금리 결정 과정 자체는 정치권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5년 7월 22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연준 본부에서 은행 규제 관련 종일 회의를 주재하기 직전 CNBC와 인터뷰를 진행한 보우먼 부의장은 “통화정책과 관련해 우리가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립성은 곧 책임성과 투명성이라는 쌍두마차와 함께 가야 하며, 이를 위해 폭넓은 의견 수렴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연준 이사회에 몸담은 2018년 이후 줄곧 강조해 온 부분이지만, 우리는 경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경청해야 한다. 이러한 시각이 통화정책 수립에 어떻게 반영될지 꾸준히 고민할 의무가 있다.” — 미셸 보우먼 부의장
보우먼 부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1기 때 연준 이사로 지명됐고, 현재는 연준 내 최고 은행감독 책임자로 활동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제롬 파월 의장이 금리를 내려야 할 때 내리지 않는다”며 공개 비판을 강화하고 있다. 정치권으로부터 잇단 공세를 받는 상황에서, 연준 수장의 ‘정치적 독립’ 언급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남긴다.
연준 독립성(Fed Independence) 설명*
독립성은 중앙은행이 단기 정치 일정이나 선거 주기와 무관하게 물가 안정·고용 극대화라는 법정 목표 달성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는 신뢰도·예측 가능성을 높여 금융시장 변동성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장기적 경제 성장에 이바지한다는 것이 다수 경제학자의 합의다.
그러나 독립성 개념은 ‘책임성(accountability)’과 ‘투명성(transparency)’이라는 조건부 속성을 지닌다. 책임성이란 의회·국민에게 정책 의사결정 과정을 설명할 의무를 말하며, 투명성은 정책 변화를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 금융시장 급변을 완화시키는 장치로 쓰인다. 보우먼 부의장은 이러한 상호 보완적 관계를 강조하며 “독립성을 지키려면 오히려 더 넓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현재 미국 경제는 견조한 노동시장과 물가 재상승 가능성이 맞물리고 있어 연준 내부에서도 ‘언제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하는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중앙은행의 자율성 보장은 더 큰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전망 및 전문가 견해
CNBC 패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노골적 금리 인하 요구가 내년 대선 국면에서 한층 거칠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 애널리스트들은 “연준이 독립성을 수호하지 못할 경우, 장·단기 금리 곡선 왜곡과 달러 가치 급변 등 부정적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한편,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은 2025년 상반기 중 최소 두 차례 기준금리를 25bp씩 인하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으나, 정치 환경과 인플레이션 경로에 따라 일정이 변동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우먼 부의장의 발언은 이런 관측에 ‘정치적 변수’를 배제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
※ 용어 해설
bp(basis point)는 금리 단위를 나타내는 말로, 1bp는 0.01%p(퍼센트포인트)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25bp 인하’는 금리를 0.25%p 내린다는 뜻이다.
결국 보우먼 부의장은 “금리 수준을 판단하는 주요 잣대는 실질 경제지표”임을 강조하며,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 전까지는 성급한 완화를 자제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러한 메시지는 ‘정치적 독립성 강화’라는 프레임으로 월가와 정치권 모두에게 전달되면서 향후 통화정책 경로를 둘러싼 논쟁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 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