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보이지 않는 유동성’이 흔들리고 있다
2025년 9월 말, 월가 단기자금시장은 다시 한 번 불안의 파문을 일으켰다. GC 레포 금리가 장중 4.60%까지 치솟고, 연준이 상설로 열어 둔 SRF(Standing Repo Facility)는 예상보다 저조한 이용 실적을 기록했다. 시장은 ‘2019년 9월 레포 쇼크’의 데자뷔를 떠올렸다. 2022년 6월 시작된 대규모 양적긴축(QT)이 3년 차로 접어든 현재, 은행 준비금·역레포 잔액·재무부 일반계정(TGA) 등 시스템 유동성의 마지막 완충판이 동시에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본 칼럼은 ‘연준의 구조적 유동성 흡수 정책(QT·SRF 체제)’이 향후 1~3년에 걸쳐 미국 경제·자산시장·글로벌 달러 시스템에 투영할 장기 충격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파이프라인 자체의 직경 축소’라는 관점에서 리스크를 짚고, 투자·기업·정책 3대 축이 취해야 할 전략을 제언한다.
2. 객관적 사실 정리
2-1. 유동성 스냅샷(2025.9.30 기준)
| 지표 | 최근 값 | YoY | 메모 |
|---|---|---|---|
| 연준 총자산 | $7.56T | -$1.22T | QT 개시 후 누적 감소 |
| 은행 준비금 | $2.89T | -$0.63T | 2021년 이후 최저권 |
| 역레포 잔액(RRP) | $0.41T | -$1.46T | ‘드레인 탱크’ 고갈 진행 |
| TGA(재무부 일반계정) | $0.73T | +0.18T | 부채한도 합의 후 재축적 |
자료: 연준 H.4.1, 재무부, BNY 멜론 계산
2-2. 레포 스트레스 지표
- GC 레포 금리 9/30 피크 4.60% (SRF 4.25% 대비 +35bp)
- SRF 이용액 38억 달러(예상치 200~500억 달러 하회)
- SOFR 변동폭: 최근 3개월 평균 5.5bp → 12bp로 확대
2-3. 제도 변화
• SRF 상시 개방(2021.7) → 이용 데이터 2년 후 공개 규정
• 테일러드 조정TLAC, LCR 산식 개편(2024) → 대형은행 레버리지 한계 강화
• Basel III Endgame 의회 적용 방향 불확실 → 국채 소화력에 구조적 변수
3. 메커니즘: 왜 ‘계량가능한 부족’이 ‘체감유동성 공포’로?
3-1. 준비금 $2.5T 마지노선 논쟁
연준 내부 연구(2023 FOMC 브리핑)에 따르면 은행 시스템이 스트레스 없이 작동하려면 준비금이 약 8~10%의 총 예금 대비 필요
하다. 현재 총 예금은 18조 달러 수준이므로 ‘안전구간 하한’은 대략 2.5조 달러로 계산된다. 2025년 9월 말 준비금은 2.89조 달러로, 물리적 마진 4,000억 달러만 남아 있다.
3-2. 역레포 고갈, ‘완충판 이탈’
팬데믹 QE의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던 RRP 잔액은 2023년 4.6조 달러에서 1년 반 만에 4,000억 달러로 줄었다. 시장 잉여 현금을 빨아들이던 저수지가 사라지며, 같은 양의 QT라도 금리에 미치는 체감 충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3-3. SRF의 ‘낙인효과’와 평형 붕괴
제도를 설계할 때 연준은 시장 금리가 SRF 금리+25bp를 넘기면 자동 안정
을 기대했다. 그러나 딜러·은행은 “차입 사실이 2년 후 공개돼도 Funding-Fragile 이미지가 각인된다”는 우려 탓에 SRF 가격이 ‘안전판’이 아닌 ‘폭탄 맞먹는 옵션’이 되었다. 결국 금리는 SRF 금리에 수렴하지 못하고, 시장은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악순환이 발현된다.
4. 장기적 파급 효과 시나리오
4-1. 금융시장
시나리오 A — 관리된 긴축(확률 55%)
• 준비금 2.6T 부근에서 QT 속도 ‘절반’ 감속(MBS 축소만 유지)
• 레포 변동성 상시화: SOFR 5~15bp 범위
• 장기금리 3.75~4.25% 박스권, 이익스프레드 확대 20bp
• 결과: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없지만, 시스템충격 미발생
시나리오 B — 유동성 사고(확률 30%)
• 예기치 못한 국채 입찰 실패·TGA 급증·역레포 고갈 트리플 충격
• GC 레포 금리 +100bp 스파이크, SRF 대규모 가동(≥1,000억$)
• 신용스프레드 80bp 확대, S&P 500 변동성지수(VIX) 30 상회
• 결과: 연준 ‘미니 재확대(QE-lite)’ 카드 검토, 금리 인하 중단
시나리오 C — 정책 U-턴(확률 15%)
• 실업률 급등+레포 스트레스 동시 발생 → 연준 ‘보유자산 정체’ 선언
• 2026년 상반기 중 연 6000억$ 재확대(QE2.5) 착수
• 장기금리 급락·곡선 가팔라짐, 달러지수 DXY -8%
4-2. 실물경제
- 은행 원가 상승 → 중소기업 대출금리 2025~26년 +70bp 비용 전가
- 주택 모기지 30년 고정 > 6.75% 고착 → 주택 착공 회복 속도 지연
- 국채 이자부담 2028년 GDP 2.5% → 3.2% 상향 위험
4-3. 글로벌 달러 체제
미국 이외 지역 은행은 U.S. Treasury-backed collateral 부족으로 레포 차입 비용 상승 → 비달러 지역 통화스와프 의존도 확대. 중국·일본의 보유 투자가 비우호 환경에서 국채 매각 속도를 높일 경우, 달러 환율과 레포 금리가 동시 불안정해지는 ‘트윈 텐션’ 리스크가 대두한다.
5. 정책·시장·기업 대응 전략
5-1. 연준·재무부
- QT 페이싱 룰 수정: 잔여 준비금 2.6T 하한선 제도화(‘soft floor’)
- SRF 금리-15bp 인하 + 이용 데이터 5년 후 공개로 낙인효과 완화
- 재무부 단기증권 발행 스무딩: T-bill Net Issuance 상한 도입, 국채 입찰 일정 레포 만기와 역상관 설계
5-2. 기관투자자
- AAA 단기채·기관 MMF 편중 해소: DTC repos, 확정금리 RRP 대체 활용
- 10년 금리 4.1% 이상, 2s10s Yield Spread –20bp 이상 역전 시 차익거래형 바터 트레이드 권고
- SOFR 변동성 > 10bp → FRA-OIS 스프레드 5bp 이상 확대 → 매도 베팅
5-3. 기업 실무
재무팀은 커밋먼트 라인 이탈에 대비해 만기 90일 이내 CP 비중을 70% → 45%로 낮추고, 은행 신용공여계약의 HQLA 콜래트럴 유형을 Agency MBS→ T-bill로 전환 필요. 또한 M&A·배당 재원 확보 목적의 CP roll-over stree test를 반기마다 시행해야 한다.
6. 기자 전문 통찰
연준은 QT가 “페인트 마르듯 냉정한 공학”(Powell, 2022)이라고 말했지만, 유동성은 물이고 파이프라인은 종국에는 직경이 정해진 물리 시스템이다. 파이프 끝(역레포)이 마르기 전에 밸브(준비금) 조정 없이는 어느 순간 압력계(레포 금리)가 파열음을 낸다. 2025년 9월 말의 징후는, 유동성 이론에서 ‘한계 준비금’(marginal reserve) 영역 진입
으로 해석된다.
연준이 QT를 ‘퍼머넌트(상시)’라 표현하지만, 실무자는 ‘조건부 상시’라고 읽어야 한다. 준비금 하한·레포 스프레드·역레포 잔액 — 3대 지표가 동시에 경보음을 내면 QT는 물러서도록 설계된 브레이크 없는 퍼레이드카에 불과하다. 향후 12~18개월, 필자는 “QT Downgrade” — 즉, 자산축소 속도 감속이나 보유자산 정체 선언 —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본다. 이는 인플레이션 재가열 리스크를 동반하지만, 금융안정과 물가안정을 저울질할 때 연준은 시스템 붕괴
를 먼저 피할 것이다.
투자자로선 “매파 발언≠긴축 지속”임을 명심해야 한다. 유동성 환경은 주가 밸류에이션의 제로차비용(zero-cost) 양념이다. 양념이 줄면 단기 변동성은 커지지만, 결국 다시 투입되곤 했다. 장기 채권·골드·비중립 주식인 ‘낮은 고정비, 높은 가격결정력’ 섹터(예: 헬스케어·IT 서비스)는 구조 변화 국면마다 상대 수익을 냈다.
7. 결론
QT 3년 차, 연준 유동성 파이프라인은 마지막 완충판 고갈 단계에 들어섰다. 레포 금리 스파이크와 SRF 기피 현상은 ‘한계유동성 체제’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향후 1~3년은 QT 속도 조정→SRF 개편→QT 파킹(QE-lite)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투자·기업·정책 모두 ‘관리된 불안정성’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이는 과거 QE 후기 국면과 달리, 보다 잦고 깊은 변동성 웨이브를 전제한 리스크 관리 프레임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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