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로이터통신 – 미국 채권(bond) 투자자들이 장기간의 방어적 포지션을 접고 포트폴리오 위험(Risk-on)을 다시 확대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적당히 따뜻한)’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섯 번째 연속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 배경이다.
2025년 7월 29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기업채(corporate bonds)를 매수하고 포트폴리오의 듀레이션(duration)도 소폭 늘리며 만기 구간을 길게 가져가고 있다. 이는 금리 하락에 대한 확신이 높아졌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현지시간 수요일 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현재의 4.25%~4.50% 범위에 유지할 것으로 시장은 광범위하게 예상한다. 지난해 12월 이후 ‘관망 모드’를 고수해 온 연준은 안정적인 고용 시장과 완만한 물가 흐름을 이유로 추가 움직임을 보류하고 있다.
🔎 시장 참여자들의 평가와 인용구
“우리 시스템은 경제성장이 상당히 견조하다고 진단한다. 다만 일부 지표에서 약간의 약화 조짐이 엿보이긴 한다.” – 제프 영(Jeff Young), PGIM 퀀티터티브 솔루션즈 투자전략 총괄
영 총괄은 “일부 상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이는 광범위한 인플레이션이라기보다 일회성 요인”이라며, “이 때문에 연준이 대기·관망(wait-and-see) 기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은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65%를 반영하고 있다. 10월 또는 12월 추가 인하 가능성도 가격에 일부 반영돼 2025년까지 총 44bp(0.44%p) 완화가 점쳐진다.
연준은 2024년 세 차례 금리를 내린 뒤 올해 초부터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이러한 ‘동결→관망’ 전략이 채권 투자자들에게 위험 자산 재진입의 신호탄으로 작용했다.
📈 포트폴리오 재조정 움직임
“우리는 3~4월 불확실성 확대 당시 줄였던 크레딧 리스크를 다시 늘리고 있다.” – 비샬 칸두자(Vishal Khanduja), 모건스탠리IM 광역채권 총괄
칸두자 총괄은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침체(recession) 수준까지는 아니다”라며, 소비자·기업의 재무 건전성이 강력해 투자등급 및 하이일드 채권 모두에 기회를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우려가 완화된 조짐은 최근 몇 주간 채권 시장에서 뚜렷하다. JP모건의 최신 트레저리 서베이에 따르면, 벤치마크 대비 듀레이션을 ‘롱(Long)’으로 가져가는 고객 비중이 26%에서 30%로 뛰었다. 듀레이션을 늘리는 것은 금리 하락 시 채권 가격 상승 폭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듀레이션·스프레드·MOVE지수란?
• 듀레이션(duration)은 금리 1%p 변동 시 채권 가격이 얼마나 변화할지를 연도(년)로 환산한 민감도 지표다.
• 크레딧 스프레드(spread)는 동일 만기 미국 국채 대비 기업채가 제공하는 추가 수익률 프리미엄을 뜻한다. 좁아질수록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가 확대됐음을 의미한다.
• ICE BofA MOVE Index는 미국 국채 시장의 변동성을 측정하는 지수로, 수치가 낮을수록 시장이 안정적임을 시사한다.
📊 스프레드·변동성 동향
4월 2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발언 이후 급등했던 스프레드는 빠르게 정상화됐다. ICE BAML 데이터 기준, 투자등급(IG) 채권 스프레드는 121bp에서 78bp로 축소돼 1998년 기록(77bp)에 불과 1bp 차이로 근접했다. 하이일드(High-yield) 스프레드도 461bp에서 284bp로 내려왔다.
스프레드 축소는 투자자들이 기업 부도 위험을 낮게 평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국채 대비 추가 수익 요구가 낮아졌다는 뜻이다.
채권 시장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MOVE 지수 역시 7월 마지막 주 82.09를 기록하며 2주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 여전히 남은 ‘신중 모드’
“장기 평균 대비 낮은 위험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기회가 보이면 과감히 대응한다.” – 댄 실룩(Dan Siluk), 재너스헨더슨 단기채·유동성 총괄
실룩 총괄은 “BBB등급·하이일드까지 보유 범위를 넓히되 3년물을 1년물로 바꿔 만기를 짧게 가져간다”고 밝혔다. 이는 포트폴리오 회전율을 높여 시장 변동에 빠르게 대응하려는 목적이다.
“포트폴리오의 전반적 신용 등급(퀄리티)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방어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현금을 배분하며 상대가치(relative value)를 찾고 있다.” – 데이비드 노리스(David Norris), 트웬티포 애셋매니지먼트 파트너
노리스 파트너는 “스프레드가 과도하게 팽창하거나 특정 기업에 기회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현금(캐시)을 투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전문가 시각
1) ‘골디락스’ 경제 – 성장이 지나치게 뜨겁지도, 과도하게 냉각되지도 않은 이상적인 균형 상태를 뜻한다. 현재 미국 경제가 이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채권 시장의 위험선호 회복을 이끌고 있다.
2) 연준의 정책 시그널 – 금리가 장기간 동결되면서 완화 여지만 열어둔 점이 ‘보험성 인하’ 기대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장기채·기업채 모두에 우호적이다.
3) 포트폴리오 전략 다변화 – 투자자들은 채권 내부에서도 등급·만기·통화 등을 세분화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 특히 변동성이 낮아진 구간에서 스프레드·듀레이션 조정을 병행해 초과 수익을 노리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물론 성장 둔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거나 지정학적 이벤트가 재부각될 경우 스프레드 급등·금리 급락 같은 ‘리스크 오프’ 국면이 재차 찾아올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금리 인하 전망과 안정적인 기업 실적이라는 쌍두마차가 채권 시장의 완충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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