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법원이 펜타곤의 언론 접근 제한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는 내용의 판결이 나왔다. 이 정책은 기자들이 국방부가 공개를 허가하지 않은 정보를 취득하려 할 경우 보안 위험 인물로 분류하고 취재증을 박탈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으로, 언론·표현의 자유와 적법절차 문제를 둘러싸고 법적 다툼을 빚어왔다.
2026년 3월 20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뉴욕 타임스는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 국방부의 작년 정책 변경이 언론기관과 기자들을 사실상 배제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은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적법절차를 침해한다고 주장했으며, 정부는 해당 정책이 합리적이고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미국 연방지방법원 판사인 폴 프리드먼(Paul Friedman) 판사는 판결문에서 군 병력과 작전계획의 보호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대통령의 대외정책 움직임과 관련된 상황을 내세우며 공공의 알 권리와 다양한 관점의 정보 접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판사는 해당 판결에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대통령의 최근 ‘침범’과 이란과의 전쟁 상황을 언급하며 공익적 관점에서 언론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방부와 뉴욕 타임스는 판결에 대한 즉각적인 논평 요청에 즉시 응답하지 않았으며, 연방법원 측은 정부가 항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정책 변경은 2025년 10월,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의 승인을 받아 시행된 것으로, 기자가 군 내부 인사에게 비공개 또는 기밀 정보를 공개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할 경우 안전·보안 위험 인물로 간주하고 취재증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규정은 어떤 경우에는 비기밀 정보의 공개 유도까지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 소송에서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펜타곤 프레스 협회(Pentagon Press Association)에 소속된 56개 언론사 가운데 새 정책에 대해 서약서에 동의한 곳은 단 1곳뿐이었고, 서명하지 않은 기자들은 취재증을 반납해야 했다. 이후 펜타곤은 친(親)트럼프 성향의 매체와 미디어 인물들로 새로운 취재진을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타임스는 이를 해당 정책이 불리한 보도를 억누르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는 증거로 지적했다.
해당 정책은 일반적으로 민감한 정보의 게재가 ‘수정헌법 제1조에 의해 보호된다’고 규정하면서도, 그러한 정보를 요청하거나 유도하는 행위는 관료들이 기자를 ‘보안 또는 안전 위험’으로 판단할 때 고려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소장에서 이 정책이 필수적인 취재 기법을 불법적으로 제한하며, 펜타곤에 취재증을 취소할 수 있는 무제한적 재량권을 부여해 헌법이 금지하는 관점별 기반의 언론 제한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변호인들은 정책이 일부 주관적 요소를 포함하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취재증 발급·취소 결정은 여전히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규율된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또한 군 인사에게 불법 행위를 저지르도록 유도해 비공개 정보를 공개하게 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보호받는 표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정책 변경은 언론단체의 비판을 받았으며, 이들은 이를 트럼프 행정부의 또 다른 언론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했다. 언론자유재단(Freedom of the Press Foundation)의 홍보 책임자 세스 스턴(Seth Stern)은 성명에서 이번 판결을 환영하며, 정부가 “정부에 질문하는 기자들을 범죄자로 간주할 수 있다”고 주장한 점이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추가로 연관된 사건으로, AP(Associated Press)는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현재 백악관 취재단에서의 퇴출 문제와 관련해 별도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AP는 멕시코만(Gulf of Mexico)의 기존 명칭 사용을 계속하기로 했고,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권고하는 ‘Gulf of America’ 표기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출되었다고 주장했다. AP는 이 결정이 불법적인 관점 기반 차별이라고 주장했으며, 정부는 비공개 공간에 대한 취재 접근 결정에 넓은 재량권이 있다고 반박했다.
용어 설명
취재증(press badge) : 정부 건물·군 시설 등 제한구역에 접근할 수 있도록 발급되는 신분증으로, 접근권을 통제하는 주요 수단이다. 취재증의 발급·취소는 언론인의 현장 취재 능력과 정보 접촉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펜타곤 프레스 협회(Pentagon Press Association) : 펜타곤 내 취재에 관여하는 언론사들의 단체로, 취재 보안 정책과 접촉 권한에 있어 중요한 협상 주체다.
수정헌법 제1조(First Amendment) : 미국 헌법의 일부분으로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한다. 정부의 언론 규제는 이 조항과 충돌하면 연방법원에서 위헌으로 판단될 수 있다.
법적·정치적 함의 및 전망
이번 판결은 언론 접근권과 국가안보를 둘러싼 균형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법원은 명확한 국가안보의 필요성과 공공의 알 권리 사이에서 신중한 균형을 요구했으며, 행정부의 광범위한 재량권을 제한할 여지를 남겼다. 정부가 항소할 가능성이 크므로 연방 항소법원에서의 추가 심리가 예상된다. 항소심에서는 ‘안보’를 이유로 한 취재 제한의 범위와, 그 제한이 표현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다 엄격한 심리가 이어질 것이다.
언론계에 대한 즉각적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펜타곤 내부 취재 환경의 복원 가능성이다. 취재증 반환을 요구받았던 기자들과 언론사는 이번 판결을 근거로 취재 권리의 회복을 요구할 수 있으며, 펜타곤 측의 재량이 제한될 경우 향후 유사한 정책 도입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경제·시장에 미칠 영향(분석) : 직접적인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공산이 크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정부의 투명성 및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정보 접근성 변화가 정치적 불확실성을 완화하거나 증폭시킬 수 있어 일부 섹터에 간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예컨대 국방 관련 기업은 작전·정책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인식 변화에 따라 단기 변동성을 경험할 수 있으며, 언론 보도의 접근성 제약이 해소되면 정책 관련 정보의 유통이 늘어 특정 방산·안보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위험평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영향은 정책의 실제 집행 방식과 항소심 결과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미디어와 정부의 향후 관계 전망 : 이번 판결은 행정부가 취재 접근을 제어하기 위한 제도적 시도를 법적 심판대에 올려놓았다. 향후 유사한 조치가 시행되려면 법적 기준과 절차의 명확화가 필요하며, 국방부와 언론 사이의 공식적·비공식적 협의가 재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시민단체와 언론단체의 감시 활동이 강화되면서 제도적 투명성 확보 요구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판결의 핵심 인용
“정부가 무엇을 하는지에 관해 다양한 관점의 정보에 대중이 접근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 폴 프리드먼 판사
“기자가 정부에 질문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할 수 있다는 정부의 논리는 충격적이다.” — 세스 스턴, 언론자유재단 발언
이번 사건은 언론의 취재권과 국가안보를 둘러싼 법적 경계선을 재정의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항소 절차와 추가 소송 결과가 향후 언론 접촉 규범과 정부의 정보통제 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