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新) 스태그플레이션’의 망령—장기 금리·달러·주식·원자재까지 뒤흔들 파급 시나리오 2025~2027

■ 머리말—“물가는 끈적이고, 성장은 둔하다”
2025년 10월 들어 미국 경제는 서로 충돌하는 두 개의 추세, 즉 완만한 성장 둔화근원 인플레이션 재가열이 동시에 관측되고 있다. 연준 부의장 필립 제퍼슨이 “고용은 하방·물가는 상방 위험”을 공식 거론한 것은 그 신호탄이다. 본 칼럼은 최근 발표·보도된 노동·물가·제조업·소비·국제 원자재 데이터를 종합해, 향후 1~3년간 ‘미국형 스태그플레이션’이 실현될 확률과 자산시장에 미칠 구조적—장기적 영향을 짚는다.


1. 실시간 지표로 보는 스태그플레이션 징후

① 노동시장—JOLTS는 뜨겁지만, 시간당 임금·이직률은 냉각

지표 최근치 YoY/전월 해석
JOLTS 구인 건수 7,227천 +1.9만 구인난 지속, 임금상승 압력 잠복
비농업 신규고용(컨센서스) +51K* -68% *예상치, 추세 급둔화
실업률 전망 4.3% +0.6%p 완전고용에서 이탈 조짐

② 실물·심리지표—제조 PMI 40선·소비자신뢰 5개월 최저

주목
  • MNI 시카고 PMI: 40.6 (-0.9p)로 수축권 심화
  •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 94.2, 예상 96.0 하회
  • S&P 코어로직 주택가격지수: +1.82% YoY, 상승폭 2년 저점

③ 물가·원자재—에너지·농산물 공급과잉에도 ‘코어 서비스’ 재점화

  • WTI: $62.58/bbl(-1.7%), OPEC+ 증산·IEA 초과공급 333만b/d 경고
  • 대두·옥수수 재고 서프라이즈, 곡물 전년比 가격 -20~30%
  • 금 선물: $3,865.5/oz(+0.47%) 사상 최고

유가는 하락하고 곡물은 공급과잉인데 근원 CPI는 3% 중후반에서 꿈쩍 않는다. 이는 서비스·주거·보험·의료 등 비에너지·비식품 요인이 구조적으로 단단해졌음을 시사한다.


2. 왜 ‘1970년식’이 아닌 ‘2020년식’ 스태그플레이션인가?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은 OPEC 1·2차 석유쇼크라는 단일 공급 충격이 촉발했다. 반면 2020년대 미국은 다핵(多核) 공급·수요 왜곡이 복합 작용한다.

  1. 고령화·이민 규제→숙련 노동 공급 부족→서비스 인플레 상시화
  2. 친환경 전환→구식 화석연료 CAPEX 위축·신재생 전환비용 전가
  3. 중·러 지정학→방산·물류·보안코스트 상시 프리미엄
  4. ‘리쇼어링’ 제조 패러다임→설비투자 급증→초기 생산성 저하

결국 생활밀착 서비스+지정학 프리미엄이 물가 바닥을 떠받치고, 동시에 고금리·실질소득 훼손이 내구재·주택·설비 투자를 제약해 성장률을 깎는 구조다.

주목

3. 연준의 ‘곱슬머리(커브) 난제’—10월 25bp 보험성 인하의 득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 기준, 시장은 10월 FOMC 97% 확률로 25bp 인하를 가격에 반영한다. 문제는 실질금리·장단기 스프레드가 이미 약 스티프닝 국면에 진입해 있다는 점이다.

만기 현재 금리(%) 3개월 전 변동(bp)
2년 4.24 4.66 -42
10년 4.15 3.89 +26
10Y-2Y -9 -77 +68

단기 인하는 곧바로 장단기 역전 해소·리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해 장기물 금리 상승, 나스닥 고PER주·신흥국 자본유출 압력으로 번질 수 있다.


4. 자산군별 장기 시나리오(2025~2027)

① 달러 인덱스(DXY)
셧다운·정치리스크·조기 인하로 2026년 상반기 98→92까지 약세 구간을 가정한다. 그러나 유럽·일본發 테이퍼링 미진·물가 재발 시 달러는 리플레이션 헤지 통화로 재부상, 2027년 95선 회복 가능.

② 미국 국채
인하→경기 둔화→스태그 인플레의 굴곡 탓에 10년물은 4.0~4.6% 박스권 상단을 높여갈 전망. 인플레이션 연결채(TIPS) 비중 확대 필요.

③ 주식—Style Rotation 3단계

  • 2025 H2: 실적 모멘텀 남은 〈반도체·AI 인프라〉만 차별 강세
  • 2026: 금리 인하 → 스티프닝 → 은행·보험·에너지 등 가치주 리레이팅
  • 2027: 인플레 재반등 확인 시 필수소비재·헬스케어·방산 수비주 초강세

④ 원자재
곡물·에너지 모두 공급 과잉이지만, 기상이변·지정학은 불규칙 쇼크를 던진다. 특히 옥수수·대두 선물은 2026년 태평양 ENSO 사이클 전환 때 재차 15~20% 급등 리스크.

⑤ 금·은·비트코인
달러 약세+실질금리 역전 구간에서 금 4,200달러, 은 55달러, BTC 12만 달러 상단 열릴 것. 단, 연준이 인하를 멈추고 물가 4% 이상 고착 시 금보다 현금 EPS 창출 자산 선호 전환.


5. 투자전략—“극단 대신 벨크러(Bell Curve) 포트폴리오”

스태그플레이션은 성장·가치 어느 한쪽에만 베팅할 경우 실패 확률이 높다.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정규분포 양꼬리에 자본을 배치할 것을 제언한다.

✦ 코어 50%: 배당 성장주(의료, 공공요금) + 단기 국채 ETF
✦ 오펜시브 25%: AI 리더(반도체·클라우드) + 방산 + 석유 메이저 콜옵션
✦ 디펜시브 15%: 물가연동채(TIPS) + 금 ETF + 농산물 롱 ETF
✦ 전술 10%: S&P 인버스·변동성(VIX) 콜 스프레드

이를 통해 물가급등·경기둔화·금리불안·정치리스크 중 어느 시나리오가 현실화돼도 포트폴리오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6. 정책·규제 변수 체크리스트

  • 연방정부 예산안·부채한도: 셧다운 장기화 시 2026년 국가신용등급 추가 강등 우려
  • 바이오 약가 협상: 화이자·머크 사례처럼 약가 인하 ↔ 관세유예 딜 확산 시 헬스케어 주가 변동성
  • 관세전쟁 2.0: 트럼프·바이든 공히 ‘중국산 추가 관세’ 공약, 수입물가→CPI 전가
  • OPEC+·러시아: 220만b/d 증산 시 유가 50달러대 고착, 반대로 전쟁 격화 시 80달러 이상 점프

7. 결론—“저속 성장·고착 물가” 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

현재 관측되는 옥수수·대두·WTI 가격 약세를 근거로 “인플레 종료”를 선언하기엔 시기상조다. 서비스·임대료의 점착성과 지정학·기후 변수는 오히려 비에너지 코어 인플레를 3%대에 묶어둘 것이다. 연준이 2025~2026년 ‘보험성 인하’를 단행해도 장단기 금리 재역전 + 달러 약세 + 상품 불안정이 뒤따르는 ‘뉴노멀형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자는 1) 고정금리 부채 축소, 2) 물가연동·실물 자산 편입, 3) 성장주·가치주 교차 보유, 4) 변동성 헤지를 통해 다층 방어막을 구축해야 한다. “인플레는 일시적”이라는 2021년의 과오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 본 칼럼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필자(이준석 칼럼니스트)는 언급된 자산·상품에 직·간접적 투자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