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타트업 xLight, 4,000만 달러 투자 유치…EUV 레이저로 ‘반도체 게임체인저’ 노린다

실리콘밸리에서 새롭게 떠오른 레이저 기술 기업 xLight가 4,000만 달러(약 538억 원)의 시리즈 A 자금을 유치하며 세계 반도체 시장의 핵심 장비 주권을 둘러싼 미·중 간 경쟁 한가운데에 섰다.

2025년 7월 2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팰로앨토 본사의 xLight는 이 자금을 통해 차세대 극자외선(Extreme Ultraviolet·EUV) 리소그래피 장비용 고출력 레이저 첫 번째 시제품을 2028년까지 완성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EUV 리소그래피는 나노미터(㎚) 단위로 회로를 그려 넣어야 하는 최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을 지원한다. 현재 세계에서 EUV 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은 네덜란드의 ASML이 유일하며, 한 대당 가격이 2억 달러(약 2,690억 원)를 넘어 ‘팹(fab·반도체 공장)의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다. xLight가 개발 중인 레이저는 바로 이 장비의 ‘심장부’에 해당하며, 장비 성능과 생산 비용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다.

반도체 웨이퍼 이미지

xLight의 레이저는 미 에너지부 산하 국립연구소들이 사용하는 입자 가속기 기술을 소형화해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CEO 니컬러스 켈레즈(Nicholas Kelez)는 “EUV 장비는 팹 내에서 가장 비싸고, 동시에 웨이퍼 생산량과 원가를 가장 크게 좌우하는 설비”라며 “우리가 레이저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면 전 세계 칩 공급망 전체가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왜 레이저가 중요한가? – 용어 해설

• EUV(극자외선) 리소그래피: 파장이 13.5나노미터에 불과한 극단적으로 짧은 빛을 이용해 실리콘 웨이퍼에 미세 회로를 새기는 공정. 3nm 이하 공정에서 필수적이다.

• 팹(Fab): 반도체를 양산하는 전문 공장을 뜻하며, 티셔츠 공장처럼 ‘대량 찍어내는’ 곳이 아니다. 엄격한 청정 환경과 수십 조 원이 드는 장비가 필요하다.

• 웨이퍼(Wafer): 지름 300㎜(12인치)짜리 실리콘 원판으로, 여기에 수백~수천 개의 칩이 깎여 나간 뒤 잘라져 제품화된다.


자금 조달과 동시에 xLight는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수억 달러 규모로 추정한다. 회사는 2028년 레이저 동작 시제품을 공개하고, 이후 2030년 전후 상용 장비에 탑재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우리는 이번에는 반드시 미국이 기술 주도권을 되찾도록 하겠다.”
— 팻 겔싱어(Pat Gelsinger) xLight 이사회 의장 겸 인텔 전 CEO

‘Terrible mistake’ 발언의 배경
겔싱어 의장은 과거 미 샌디에이고의 사이머(Cymer)가 세계 최초로 EUV 광원을 상용화했음에도, 2013년 ASML에 25억 달러에 인수돼 유럽으로 기술이 넘어간 사례를 ‘끔찍한 실수’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번 xLight 프로젝트를 통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공급망 재편의 ‘중추’ 역할을 자임했다.

미 정부는 트럼프, 바이든 두 행정부에 걸쳐 EUV 장비의 대(對)중국 수출을 원천 차단해 왔다. 한 고위 관료는 이를 “미국과 유럽이 보유한 가장 중요한 단일 수출 통제”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역시 화웨이의 협력사 및 국책 연구소들을 통해 자체 EUV 레이저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국제 학회 발표 논문만도 12편 이상이 xLight가 추구하는 동일 기술 경로를 따라가고 있어, 2030년대 초·중반 ‘레이저 주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편, xLight의 시제품 핵심 부품 상당수는 로스앨러모스·로런스버클리 등 미국 국립연구소에서 이전 받아 제작될 예정이며, 회사는 향후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투자 라운드 세부 정보
이번 라운드는 실리콘밸리 대표 하드웨어 펀드 플레이그라운드 글로벌(Playground Global)이 주도했고, 보드맨 베이 캐피털 매니지먼트(Boardman Bay Capital Management)가 공동 참여했다. 여기에 모피어스 벤처스, 마블 캐피털, IAG 캐피털 파트너스 등도 이름을 올렸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전망과 분석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3nm 이하 첨단 공정 웨이퍼 수요는 2030년까지 연평균 2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EUV 장비 공급이 여전히 병목이라는 점을 시사하며, xLight와 같은 신규 레이저 공급자의 등장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들의 원가 경쟁력과 증설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xLight가 출력·안정성·에너지 효율성 세 분야에서 목표치를 충족할 경우, ASML과의 협력 또는 인수합병(M&A)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본다. 다만, 첨단 장비 산업 특성상 ‘단일 고객 의존도’와 ‘정부 규제 리스크’가 크다는 점은 잠재적 위험 요소로 지적된다.

결론적으로, 미·중 기술패권 구도가 강화되는 가운데 xLight의 행보는 반도체 공급망 안전보장장비 국산화라는 두 가지 국가적 목표를 동시에 겨냥한다. 향후 3년간 시제품 성능 검증과 투자 유치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글로벌 반도체 제조 지형에 중대한 변곡점을 가져올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