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은 보존제 ‘티메로살’ 함유 인플루엔자 백신 공급 전면 중단

미국 보건복지부(HHS)수은 기반 보존제티메로살(thimerosal)을 포함한 모든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의 국내 공급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환경운동가 출신으로 지난해 취임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장관이 백신 정책을 재편하기 위해 단행한 최신 조치다.

2025년 7월 23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케네디 장관이 지명한 위원들이 참여한 면역실무자문위원회(ACIP)는 지난달 회의에서 “티메로살이 포함되지 않은 독감 백신만을 미국 시민에게 권고”한다는 안건을 가결했다. 이 같은 권고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 서명해야 발효되는 관례가 있으나, 현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수전 모나레즈 국장 후보가 미 상원 인준을 기다리고 있어 케네디 장관이 최종 서명권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티메로살은 다인용(multi-dose) 백신 바이얼에 세균 오염을 막기 위해 1930년대부터 사용돼 온 에틸수은(ethyl-mercury) 화합물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티메로살이 백신에서 안전성 문제를 일으킨다는 증거는 없었다”면서도, 1999년 소아 백신에서 해당 물질을 단계적으로 줄인 것은 영아의 총 수은 노출량을 낮추기 위한 예방적 조치였다고 설명한다.


5%에 불과했으나 ‘무수은’ 원칙 채택

지난 2024-2025년 독감 시즌 동안 미국에서 접종된 독감 백신 가운데 약 5%가 다인용 바이얼 형태였으며, 이 제품에만 티메로살이 포함돼 있었다. 해당 제품은 CSLAfluria·Flucelvax, 사노피Fluzone 등으로, 모두 FDA 허가 시점부터 ‘티메로살 포함’이 명시돼 왔다.

위원회에 반대표를 던진 한 패널은 “보존제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접종을 거부할 경우 독감으로 인한 입원·사망 위험이 티메로살 노출 위험보다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반(反)백신 운동과 수은 공포

티메로살과 자폐증·신경발달 장애를 연관 짓는 주장은 1990년대 말 인터넷과 일부 단체를 통해 확산됐다. 케네디 장관 역시 2014년 출간한 『Thimerosal: Let the Science Speak』에서 “백신에서 수은을 즉각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다수의 대규모 역학 연구와 세계보건기구(WHO)·미국 CDC 검토 결과, 인과관계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FDA는 홈페이지에서 “현재까지 티메로살 함유 백신이 건강에 해롭다는 결정적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HS는 공중 신뢰 회복수은 노출 최소화를 명분으로 ‘무(無)티메로살’ 독감 백신 전환을 추진해 왔다.


제조사 “공급 차질 없다”…대체 생산 능력 확보

HHS는 성명에서 “백신 제조사들이 다인용 바이얼을 단일용량(single-dose) 프리필 주사기 제품으로 전환할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며 공급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노피는 “새 정책을 인지하고 있으며 올 시즌 충분한 물량을 공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전했다. 반면 CSL은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다인용 바이얼은 한 병(5~10회분)을 여러 명에게 접종할 수 있어 대규모 접종 캠프에 유리하다. 하지만 바늘이 병을 여러 차례 관통하면 오염 위험이 증가하므로 보존제를 넣어야 한다. 단일용량 주사기는 보존제가 필요 없지만 제조 단가와 물류비가 상대적으로 높다.


용어 설명

1티메로살(thimerosal): 에틸수은을 함유한 유기수은 화합물로, 백신 바이얼 내부에서 박테리아와 곰팡이 성장을 억제한다.
2다인용 바이얼(multi-dose vial): 1병에 여러 회 접종분이 들어 있는 용기. 각 접종 때마다 주사기를 새로 꽂아 내용물을 뽑는다.


독감 백신 이미지

향후 전망
CDC 새 국장 인준이 마무리되면, ACIP가 6월 회의에서 채택한 다른 권고안(소아 접종 일정 조정 등)에 대한 검토가 재개될 예정이다. 보건 당국은 이번 결정을 ‘백신 안전성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고, 독감 예방접종률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