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자심리 지표 부진에 달러 약세…정책·관세 불확실성까지 겹쳐

달러 인덱스(DXY)가 16일(현지시간) -0.41% 하락하며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하락의 1차적 원인은 예상치를 밑돈 미국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였으며, 여기에 미 재무장관이 연준의 금리 인하 폭을 언급한 이후 불거진 ‘정치적 통화정책’ 논란이 외국인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점도 영향을 미쳤다.

2025년 8월 16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달러 약세는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4bp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났다. 통상 금리 상승은 달러 강세 요인이지만, 이날은 매크로ㆍ심리 변수가 지배했다는 평가다.

시장은 이날 오후 열릴 트럼프-푸틴 정상회담 결과를 주목했다. 회담은 관세, 유가, 유럽 안보 등 거시경제 변수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수 있어 외환·채권·원자재 시장 모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유럽 투자자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가능성에 미세한 기대를 걸며 유로화 매수에 나섰다.

달러인덱스 차트


주요 지표: 소매판매·소비심리·산업생산 혼조

7월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5% 증가해 예상치(+0.6%)를 소폭 하회했다. 다만 6월 실적이 +0.9%(종전 +0.6%)로 상향 조정되면서 시장은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0.3%로 컨센서스와 일치했다.

반면 미시간대 8월 예비 소비자심리지수는 58.6으로 전월 대비 3.1p 급락했다(예상 62.0).

조사에 참여한 소비자의 58%가 ‘인플레이션 때문에 지출을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4.9%, 5~10년 기대치는 3.9%로 각각 상승해 고물가 고착화 우려를 자극했다.

같은 달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0.4%로 예상을 상회했고, 전년 대비 낙폭도 -0.2%로 축소됐다. 수입물가(석유 제외)는 +0.3%로 6월 수정치(-0.2%) 대비 반등했다.

7월 산업생산은 -0.1%(예상 0%)로 부진했으나, 6월 수치가 +0.4%로 상향 조정됐다. 제조업 생산은 보합이었고 6월은 +0.3%로 수정됐다. 뉴욕 연은의 8월 엠파이어 제조업 지수는 11.9로 전망치(0)를 크게 웃돌아 제조업 경기 회복 기대를 키웠다.


연준 스피치·PPI 쇼크로 금리 인하 기대 후퇴

시카고 연은 오스턴 굴즈비 총재는 ‘한두 차례 추가 물가 지표를 확인한 뒤 판단해야 한다’며 매파 기조를 유지했다. 그는 7월 CPI에서 서비스 물가 상승이 두드러졌다는 점을 언급, 성급한 완화를 경계했다.

앞서 14일 발표된 7월 PPI(생산자물가)는 전년 대비 +3.3%(헤드라인)·+3.7%(근원)로 시장 예상을 상회했다. 이 여파로 연방기금선물시장은 9월 FOMC에서 50bp 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했고, 25bp 인하 확률도 100%→85%로 낮췄다.

현재 선물시장은 9월 25bp 인하 확률을 85%, 10월 추가 25bp 인하 확률을 40%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중국 경기지표 부진·트럼프發 관세 발언

글로벌 경기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중국의 7월 소매판매(+3.7% y/y), 산업생산(+5.7% y/y) 모두 전망치를 하회했고, 실업률은 5.2%로 상승했다. 부동산 투자 감소율은 -12.0% ytd y/y로 악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음 주나 그다음 주에 철강·반도체에 관세를 설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반도체에 최대 300%의 폭탄 관세를 거론했으며,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인도산 제품 관세도 25%→50%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에는 90일 관세 휴전을 연장했지만 평균 관세율은 정책 실행 시 15.2%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금 선물 차트


외환시장 반응: 유로·엔 강세, 달러 약세 지속

EUR/USD는 달러 약세에 힘입어 +0.47% 상승했다. ECB(유럽중앙은행) 금리선물은 9월 25bp 인하 확률을 5%로 반영해, 유로존 통화정책 전망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USD/JPY는 -0.56% 내렸다. 엔화는 재무장관이 일본은행(BOJ)의 ‘후행적 대응’을 지적하며 추가 금리 인상을 추정한 것이 지지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미국발 관세가 일본 수출에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는 여전히 상존한다.


귀금속: 금·은 약세이나 안전자산 매력 유지

12월물 금 선물은 -0.02% 하락했고, 9월물 은 선물은 -0.25% 떨어졌다. 연준 완화 기대가 약화된 것이 가격을 눌렀다. 그러나 ETF 보유 잔고가 금은 2년, 은은 3년 만의 최고치로 늘어난 점은 지속적 매수세를 시사한다. 지정학적 위험(우크라이나·중동)과 관세 불확실성도 귀금속의 안전자산 프리미엄을 지지한다.


용어 풀이

PPI(Producer Price Index)는 생산 단계 물가를 측정하여 기업의 비용 압력을 파악하는 지표다. CPI(Consumer Price Index)는 소비 단계의 물가를 의미하며, 중앙은행 정책 결정의 핵심 잣대다. 달러 인덱스(DXY)는 미 달러를 6개 주요 통화 바스켓과 비교해 산출하는 지표로, 글로벌 외환시장의 달러 가치를 대표한다.

또한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미국 내 소비자의 경기·물가·소득 전망을 조사한 것으로, 향후 소비 지출을 가늠하는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엠파이어 제조업 지수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하는 지역 제조업 체감지수로, 미국 제조업 전반의 흐름을 조기 파악할 수 있다.


전문가 시각

시장참가자들은 ‘정치 리스크’가 연준 독립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재무장관의 발언은 금리 인하 압박으로 해석돼 달러 가치를 잠재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 반면 미국·중국 간 관세 공방이 재점화되면 위험회피 심리가 달러를 재차 지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요컨대 향후 달러 방향성은 인플레이션 지표, 연준 스탠스, 그리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언 간 복합 함수로 결정될 전망이다.

투자자라면 9월 FOMC 전까지 발표될 8월 CPI·PPI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물가가 재차 고공 행진할 경우 Fed는 ‘인내’ 모드를 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달러 강세·금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물가 안정이 확인되면 위험자산 회복과 달러 약세 기조가 한층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