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중석(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1. 들어가며 — ‘챗GPT 효과’ 18개월, 주가보다 먼저 움직인 고용통계
2023년 11월 OpenAI 챗GPT가 대중화된 지 꼭 18개월, 미 증시는 ‘AI 플레이 북’에 따라 엔비디아·슈퍼마이크로·팔란티어와 같은 종목을 사상 최고가로 밀어 올렸다. 그러나 아직 챗GPT를 써 보지 못한 사람조차 체감할 변화가 한 발 앞서 노동시장 데이터에 포착되고 있다. 골드만삭스·BLS·조지타운 CSET가 내놓은 실증 데이터는 ‘AI는 2030년 이전에 선진국 근로자의 4분의 1을 직접 대체할 것’이라는 기존 시나리오를 한층 앞당긴다. 특히 20~34세 청년 기술 인력의 실업률이 201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붕괴 이후 가장 가파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2. 전망 요약 (Executive Summary)
- 단기( ~2026년) — 개발·디자인·콘텐츠 등 ‘코드·언어·이미지’ 기반 직무에서 채용 절벽이 이미 시작. 대기업은 자동화 파일럿 → SME·스타트업은 채용 보류.
- 중기(2026~2030) — AI 투자 CapEx가 정점(추정 연 4,000억 달러) 도달. 미국 향후 10년 생산성 기여도 +1.5%p 가능하지만, 임금 분배가 불균형 심화.
- 장기(2030 이후) — 범용 AI(AGI) 등장 시 노동소득 점유율 50% 붕괴 가능성. 자산·교육 격차를 메운 사회적 안전망 및 ‘휴먼 디비던드’ 모델 필수.
3. 객관적 데이터 – 청년 테크 실업률 ‘추세 이탈’ 현상
지표 | 2010~20 평균 | 코로나 후 반등 고점(’22.6) | ’25.6 현재 | 추세 이탈 |
---|---|---|---|---|
기술 업종 실업률(전연령) | 2.9% | 3.3% | 3.1% | ▲0.2%p |
20~34세 기술 실업률 | 3.6% | 4.1% | 7.2% | ▲3.1%p |
기술 채용공고 YoY 증감 | +8.4% | +28% | -12% | – |
자료: 골드만삭스 ‘Quantifying AI Job Displacement’, 미 BLS CPS 비가공 마이크로데이터(IPUMS) 재가공
표 2행이 가장 극적이다. 20~34세 테크 인력 실업률이 3년 만에 2배 가량 뛰어 ‘노멀(추세선)’을 벗어났다. 이른바 첫 희생자
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4. 원인 – 채용 보류·AI 자동화·기업 CapEx 스프레드 3중 효과
4-1. 채용 보류(Freezing)
- 메타·알파벳·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4사는 2024년 말 이후 ‘필수 AI 핵심인재 외 채용 동결’을 공식화.
- YC·세콰이어 포트폴리오 스타트업 (시가총액 10억↓)은 자금 조달 비용 상승으로 신입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공고 –37%(YoY).
4-2. 직무별 AI 대체율 (코드·언어·이미지 3대 클러스터)
- 코딩 자동화 — GitHub Copilot, Gemini CodeAssist 등으로 코드 생산성 +55%(MS DevBlog).
- 언어 — 법률 초안·고객지원 스크립트 자동화.
템플릿 → 파인튜닝 AI
단계 전환 가속. - 이미지·디자인 — Adobe Firefly, Canva Magic Design 등이 그래픽 1차 모형 단계 완전 대체.
4-3. CapEx 스프레드
골드만삭스 연구소는 ‘AI 도입 투자’가 대기업(매출 10억↑) 대 중소기업(5억↓) 간 CapEx 비율 4배까지 벌어져 생산성·임금 파이가 위로 쏠리는 현상을 확인했다.
5. 경제 시나리오별 장기 영향 (2026~2035)
5-1. 낙관 시나리오 (확률 30%)
- AI 투입 총요소생산성(TFP) 기여 +1.7%p/년
- 재훈련 예산 연 1,000억 달러
- 실질 임금 CAGR +1.2%
5-2. 기준 시나리오 (확률 50%)
- TFP +1.0%p, 그러나 노동 분배율 –3%p
- 청년층 기술 실업률 평균 5.8%
- 소득 상위 10%가 AI 소득 증가분 70% 흡수
5-3. 비관 시나리오 (확률 20%)
- AGI 조기 등장 → 규제 공백 → 노동 대체 10%↑
- 여론 반발로 ‘AI 보유세’ 및 기업 CapEx 축소
- 2000년대 제조업공정 유출 수준 고용쇼크 재현
6. 정책 제언 — ‘휴먼 디비던드’ 와 뢰닝(learning) 세제 도입
현행 미국 실업보험 체계(UI)는 ‘해고→실업급여→재취업’ 순환에 초점을 맞춘 1960년대 스키마다. AI 시대엔 고용 관계가 존속해도 소득 삭감·직무 하향이 더 흔하다. 따라서 ①직전 연소득 50% 미만 하락 시 일정 비율 보전, ②학습·전환 기간 재정 지원 등 휴먼 디비던드 (Human Dividend)
방식을 제도화해야 한다.
세제 측면에서는 기업이 직원 재훈련·AI 역량 업스킬에 투입한 지출의 최대 40%를 세액공제하는 뢰닝 크레딧(Learning Credit)이 유효하다. R&D Tax Credit와 동일한 인프라로 운영하면 행정 비용도 낮출 수 있다.
7. 기업 전략 체크리스트 (CEO Action List)
- AI 로드맵 공개 — 투자자 관점에서 AI CapEx / 총 CapEx 비율 명시
- 후행 채용 모델 → 선제적 재훈련: 실직 발생 後 지원보다 ‘직무 재설계+스킬 업’ 동반
- 사내 데이터 거버넌스 → AI 오픈웨이트 리스크 평가
- 다세대 직원 구조 관리: 주니어 인력 스킬 갭을 멘토링·크로스팀 프로젝트로 완충
8. 맺음말 — ‘기술 해방’ 인가 ‘노동 대폐업’ 인가
자동화가 처음 등장한 18세기 이래 기술은 항상 일자리를 파괴하면서도 새로운 산업을 창출해 왔다. 그러나 생성형 AI는 정신노동 영역까지 침투했다는 점에서 질적으로 다르다. 미국 청년층 기술 인력이 실업률 지표로 ‘경고등’을 켰다는 사실은 조용한 산업혁명이 이미 진행 중임을 의미한다. 생산성 잭팟을 현실화하려면 정부·기업·노동자가 모두 협력해 새로운 사회-기술 계약
을 작성해야 한다. 그 첫 문단은 아마도 이 문장으로 시작될 것이다.
“인간의 가치는 희소성에 있지 않고, 창의적 재해석 능력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