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 2025년 8월 1일, 세계무역 질서의 중력(重力)이 바뀐다
“받아들이거나 말거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상호관세 서한(Reciprocal Tariff Letters)’이 12개국 정부 책상 위에 올랐다. 7월 9일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8월 1일부터 기본 10% + 품목별 최대 50% 관세가 복원된다. 필자는 이를 ‘관세 부메랑’ 국면이라 정의한다. 1990년대 WTO 체제 이후 30년간 유지돼 온 소품종·대량·저관세 세계화가 역(逆)방향으로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1. 시계(時計)를 되감는 정책 — 4월 2일 조치와 8월 1일 회귀
트럼프 행정부는 4월 2일 모든 교역 상대국에 10% 기본관세를 예고했고, 90일 유예를 줬다. 이 유예가 7월 9일 만료된다. 베센트 재무장관은 “합의 못 하면 4월 2일 관세율로 ‘부메랑’ 회귀”를 공식화했다. 실무 협상팀이 밝힌 내부 로드맵은 아래와 같다.
구분 | 기존 관세(평균) | 4·2 발표 후 | 8·1 회귀 시 |
---|---|---|---|
자동차 | 2.5% | 10% 기본 + 25% 추가 | 최대 35% |
의약·바이오 | 0~5% | 10% | 10% |
철강·알루미늄 | 25% (232조) | 기존 유지 | 50% 상향 가능 |
농산물 | 2.0% | 10% | 10~20% |
다시 말해 8월 1일은 실행일이지 交渉 시한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가격list·물류계약·환헤지를 재조정 중이지만, 불확실성은 남는다.
2. 글로벌 공급망 충격 — 3단계 변위 메커니즘
① 단기(2025년 하반기) : 재고·선적 급가속
- 미·EU·일본계 기업은 ‘7월 중 선적 → 8월 관세 피하기’ 전략으로 해상 운임을 끌어올렸다.
- 상하이→LA 컨테이너 스폿 운임은 5월 대비 38% 상승.
→ 운임발 물가압력이 4분기 소비자물가(PCE) 0.2%p 상향요인.
② 중기(2026~2027) : 생산거점 이탈·환율 왜곡
- 자동차 : 독일·일본 완성차사의 멕시코·테네시·앨라배마 증설 프로젝트가 가속.
→ 美 남부 ‘배터리벨트(Battery Belt)’ 형성, 한·중 배터리 업체 3년 내 美 점유율 55%→70% 전망. - 전자·반도체 : 대만·韓 파운드리 업계, 관세 회피 위해 USMCA 활용.
→ 멕시코 마킬라도라(Maquiladora) 지역 전자수출 40% 성장 예상.
③ 장기(2028~2030) : 탈(脫)달러 블록·이중定價체제
- E CNY·디지털 유로화가 역내 무역결제 비중 12%→25% 상승 전망.
- 브라질·인도·아세안 “美 시장 의존도 하향 + 역내 가치사슬 강화” 공조.
3. 물가·통화정책 파급 — 연준의 ‘템퍼링 투트랙’ 시나리오
필자는 2026년 연준이 디스인플레이션 재정체(re-sticky inflation) 시나리오에 대비해 두 갈래 대응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본다.
· 시나리오 A — 관세 10% 고정
- PCE 2026년 +0.4%p 상방, FOMC 기준금리 4.00% → 4.25%로 상향 중단.
- 양적긴축(QT) 규모 유지, 10년물 국채 4.1%대 제한.
· 시나리오 B — 관세 10%+α 순차 상향
- PCE 2026년 +0.9%p, 연준 ‘짝수 회차’ 회의마다 25bp 재인상 복귀.
- ‘OPERATION TWIST 2.0’ 통해 단기증발·장기매입 재배열.
즉, 물가 요인이 재부상하면 ‘금리 동결+QT 지속’ ↔ ‘재인상+자산교환’을 병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2022년형 긴축 패키지와 다른 템퍼링 투트랙 접근이다.
4. 자산시장 — 5대 섹터별 장기 로테이션
① 방위·국방테크 : 관세발 지정학 갈등 지속 → Kratos, AeroVironment 등 무인·AI 기반 국방 주도.
② 미국 내 생산 인프라 : 건설·산업 ETF RSPN, ITB 수혜.
③ 주택·인프라 원자재 : 관세로 수입 건자재 가격↑ → 국내 공급사 호조.
④ 금·디지털금(비트코인 ETF) : 달러 불확실성·브릭스 통화 논의 확산.
⑤ 미 소비 내수 : 고관세→수입제품 가격↑→월마트·코스트코 PB 확대.
특히 국경세 조정(BAT) + 산업육성 크레딧이 동시 추진될 경우 ‘글로벌 동일제품, 이중가격’ 구조가 2027년까지 고착될 수 있다.
5. 투자전략 — ‘3重 헤지 포트폴리오’ 제언
- 달러 인덱스 숏 1/3 : 관세 인상 = 재정적자 + DXY 중장기 하락 압력.
- 원자재 인컴 1/3 : WTI 콜옵션 스프레드 + 금 ETF + 구리 선물 분할.
- 美 리쇼어 ETF 1/3 : BKGI, PPI 등 배당·인프라 혼합.
이 구조는 “달러 약세→원자재 강세→美 내수·리쇼어 수혜”라는 대체·상계 효과를 의도한 것이다.
맺음말 — 관세 부메랑 이후, 기업과 투자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8월 1일 관세 회귀는 단발적 이벤트가 아니다. 리쇼어·프렌드쇼어·탈탄소·AI 자동화가 한데 얽힌 새로운 세계화 2.0의 방아쇠다. 향후 5년, 기업은 공급망 탄력성 지수가 재무제표만큼 중요한 투자지표가 될 것이며, 투자자는 정책 리스크-환율-원자재 3D 맵을 읽어야 생존한다.
— 경제칼럼니스트 이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