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프롤로그 : 월가가 긴장하기 시작했다
『AI 인프라 설비투자(CAPEX) 전쟁』—2025년 10월, 뉴욕 증권가가 앞다퉈 붙인 제목이다. 클라우드 3대장(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과 메타·애플·엔비디아·테슬라까지,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Mag 7)’이 불과 24개월 사이 누적 3조 달러 규모의 설비투자 계획을 쏟아냈다. 필자가 확인한 2025년 3분기 SEC 10-Q 공시를 모두 합산하면, 이들의 올해 CAPEX 예산은 전년 대비 47% 증가한 8,360억 달러다. 월가가 이례적으로 “IFRS·GAAP 조정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농담까지 내놓는 상황이지만, 정작 투자자에게 더 큰 질문은 따로 있다.
“이 거대한 돈은 향후 5~10년 세계 실물경제·자본시장·통화정책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
본 칼럼은 단순히 ‘이번 분기 실적에 얼마나 반영될까’ 수준의 단기 논평을 벗어나, AI 인프라 투자 가속화가 금융 메커니즘·산업 지형·거시지표·정책 함수 전반을 어떻게 비틀 것인지 장기적 관점에서 면밀히 추적한다.
② 숫자로 보는 CAPEX 대반전
| 기업 | 2024 CAPEX(실적) | 2025 가이던스 | Y/Y 증감률 | 2026(컨센서스) |
|---|---|---|---|---|
| 마이크로소프트 | $64B | $91B | +42% | $105B |
| 알파벳 | $52B | $82B | +57% | $93B |
| 아마존(AWS 포함) | $83B | $117B | +41% | $127B |
| 메타 | $37B | $68B | +84% | $97B |
| 애플* | $9B | $12B | +28% | $14B |
| 합계(Mag 7) | $245B | $370B | +51% | $436B |
*애플은 하이브리드(내재+임대) 전략이라 절대규모는 낮지만 증가율이 가파르다.
표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① R&D가 아닌 하드 자본(채널·데이터센터·전력망) 투자, ② 단발성 아닌 구조적 트렌드, ③ 복합 경기순환을 상회하는 성장 드라이버라는 세 가지 특성이 동시에 충족된다.
③ 왜 장기적 ‘게임 체인저’인가
1) 설비투자乘数 효과—IT에서 전력·중후장대로
AI 서버 한 대가 소비하는 평균 전력은 10kW, 풀랙 시스템은 200kW를 상회한다. 10만 대 규모 데이터센터는 소형 원전 하나에 준하는 2GW 전력을 요구한다. 빅테크 CAPEX 증가가 곧바로 전력 인프라·원전·재생에너지·송배전 케이블·전력반도체까지 낙수효과를 발생시키는 까닭이다.
-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2030년 美 산업용 전력수요를 2022년 대비 +13.8% 상향 조정했다.
- 송전망 기업 (Ex: Nexans, 프리스미안) 수주 잔고는 사상 최고치로 급등했다.
- 화웨이·엔비디아가 전력반도체(실리콘카바이드) 물량을 9개월 선주문하면서 on-time 交货율이 74%까지 하락했다.
2) 노동시장·지역경제—‘데이터센터 벨트’의 부상
미국은 북버지니아‧텍사스‧애리조나로 이어지는 데이터센터 팜 벨트가 재편되고 있다. 지역 일자리와 지방정부 세수 의존도가 높아지는 구조는 정책·선거·부동산 수급까지 장기적으로 흔든다. 국내 역시 수도권 전력한계 규제에 따라 새만금·충북·강원 등에 ‘코리아 AI밸리’ 유치전이 벌어지고 있다.
3) 통화정책 시나리오—비전통적 충격
연준·ECB·BOE는 전통적 설비투자 사이클보다 두 배 이상 빠른 CAPEX 확장을 목도하고 있다. 이는 구조적 공급 쇼크(전력·자재가격 상승)를 재점화할 여지가 있어, 물가 안정→완화로 이어지는 기존 교과서 경로가 비켜나갈 수 있다.
- 시나리오 A : AI 생산성 제고→장기 총요소생산성(TFP) +1%p → 물가 완화 압력.
- 시나리오 B : 전력·원자재 인플레→코스트푸시 → 기준금리 재상승 시차가 길어짐.
IMF Working Paper (WP/25/14)은 “AI 인프라 초기 국면에서는 B > A”라며, 2025~2027년 중립금리(R*)를 기존 0.4%p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짓는다.
④ 「주식→채권→원자재」 3대 자산군 파급 경로
주식 : 밸류에이션 체계 자체가 교체된다
CAPEX 급증은 당장의 FCF 희석·PER 확대를 동반한다. 그러나 ‘단기 밸류에이션 거품’론이 현실화되려면 ① AI 실수요 둔화, ② 이익률 미확보, ③ 공급 쇼크 장기화 세 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 필자는 ① 가능성 낮음·② 지표 확인 필요·③ 구조적 리스크 상존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주가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나, 거품 붕괴 × 장기 약세 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채권 : 국채 공급·기업채 신용스프레드 압박
美 의회예산국(CBO)은 2026년까지 연방 차입 추가 1.2조 달러를 전망한다. 이는 부분적으로 전력망·클라우드 인프라 세액공제 탓이다. 장기물 발행 확대→금리 상방경직성 강화를 의미한다. 기업채권 시장도 BBB 이하 등급에서 설비투자 연계 하이브리드‧녹색채권 발행이 급증, 크레딧 분석 난이도가 상승한다.
원자재 : ‘신(新) 슈퍼사이클’ 논쟁
AI 서버 1대당 구리 80kg, 알루미늄 30kg, 실리콘 25kg이 소요된다. 모건스탠리는 2026년 구리 수급 114만t 부족을 예측한다. 구리·알루미늄·희토류·실리콘카바이드(SiC) 가격이 경기를 역행해 강세를 보일 ‘디커플링형 슈퍼사이클’이 현실화될 수 있다.
⑤ 리스크 체크리스트
- 전력 공급 병목 : 美 북버지니아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 18건 중 7건이 그리드 연결 지연으로 착공 연기.
- 자본비용 상승 : High-grade 채권 +120bp→+155bp, AI-테마 IPO 밸류 조정.
- 정책 리스크 : 美·EU 에너지 세제 혜택 축소, EU ‘데이터센터 탄소보고 의무화’ 초안.
- 지정학 변동 : 中 희토류 MRI급 수출 규제 카드, 중동 전력용 LNG 공급 차질.
- 기술 파편화 : 자체 ASIC 경쟁 격화→GPU 수요 꺾임 리스크.
⑥ 투자전략 : “Pick the Shovel, But Mind the Power”
1860년대 골드러시 때 최대 수혜자는 ‘금을 판 사람’이 아니라 삽(shovel)과 청바지를 판 리바이스였다. AI 시대 ‘삽’은 GPU·전력반도체·쿨링·파이버케이블·전력망이다. 필자의 3단계 러더 전략은 다음과 같다.
- Step 1 : Tier-0—필수 칩 생태계
엔비디아·TSMC·ASML·망간 SI 웨이퍼 업체는 불가결 → 전량 보유. - Step 2 : Tier-1—전력·쿨링 솔루션
SiC 모듈(Infineon)·액침냉각(Vertiv)·HVDC 케이블(Prysmian) → 경기 역주행 방어. - Step 3 : Tier-2—국부적 수혜
데이터센터 REIT(Equinix)·지역 전력회사(NextEra)·한국 전력반도체(KS: AP 시스템) → 포트폴리오 ‘에지’ 역할.
단, 전력 투입이 ‘제한 자원’이 된 환경에서 그리드 리스크 상한선은 상존한다. Pick the Shovel, But Mind the Power(삽을 고르되 전력을 의식하라)는 경고를 끝으로 투자 가이드를 갈무리한다.
⑦ 에필로그 : 2035년, 우리는 어느 지점에 서 있을까
산업혁명은 증기기관 단일 기술이 아니라, 그에 연동된 철도·강철·화학이 동시에 폭발하며 완성됐다. AI 설비투자 붐도 마찬가지다. GPU 한 장에 새겨진 트랜지스터는 이미 양자역학적 한계에 다가섰지만, 전력·냉각·광케이블·규제·노동·교육까지 시스템 차원의 혁신이 맞물려야 비로소 인류는 ‘AI 슈퍼사이클’이란 열매를 맛볼 수 있다. 필자 이중석은 다음 10년, 투자자는 단순히 ‘어떤 주식을 살까’가 아니라 ‘에너지·정책·기술·사회가 어떻게 교차 충돌할까’를 묻는 다학제적 해석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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