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 증시는 미국 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과했던 대규모 관세를 ‘불법’으로 판단한 소식에 힘입어 소폭 상승세를 나타냈다. 관세 정책 변수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투심을 지지한 가운데, 일부 종목의 개별 재료가 지수 상승 폭을 확대했다.
2025년 9월 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U.S.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은 7대 4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긴급 경제권 남용’에 해당한다며 위법 판정을 내렸다.
법원은 하급심 결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10월 중순까지 관세 효력을 한시적으로 유지하도록 했다. 이는 트럼프 측이 연방대법원(Supreme Court)에 상고할 시간을 확보해 주기 위한 조치다. 따라서 관세가 즉각 철폐되지는 않았지만, 글로벌 교역 질서가 재조정될 여지를 열어두었다는 점에서 시장에는 긍정적 시그널로 해석됐다.
■ 주요 지수 동향
범유럽 STOXX 600 지수는 전장 대비 0.4% 상승한 552.21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주 4주 만에 기록한 첫 주간 하락 이후 회복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독일 DAX 지수와 프랑스 CAC 40은 나란히 0.5% 안팎 상승했고, 영국 FTSE 100 역시 0.3% 올랐다.
트레이더들은 미 상고심 절차가 남아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해소됐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미국·중국 무역 갈등이 심화됐던 2018~2019년 당시 경험상 관세 완화만으로도 글로벌 수요 전망과 기업 이익 추정치가 동반 상향된 전례가 있다는 점이 투자 심리를 지지했다.
■ 기업별 이슈
덴마크 제약사 Novo Nordisk 주가는 3% 가까이 급등했다. 회사 측은 블록버스터 비만 치료제 ‘웨고비(Wegovy)’가 미국 제약사 Eli Lilly의 경쟁 약물 대비 심근경색·뇌졸중·사망 위험을 57% 추가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해당 데이터는 대규모 임상 3상 연구 결과로, 향후 유럽 의약품청(EMA) 및 미국 FDA 허가 확장 신청의 근거가 될 전망이다.
영국 방산업체 BAE Systems는 노르웨이가 차세대 호위함(프리깃) 사업의 전략적 파트너로 영국을 선정했다는 소식에 2.7% 상승했다. 방산 분야는 장기 수주 계약이 실적 안정성을 높이는 업종으로, 이번 계약이 수조 원 규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애널리스트 평가가 뒤따랐다.
배관·주거용 솔루션 업체 Genuit는 5,560만 파운드(약 950억 원)에 Monodraught Topco Limited를 인수한다고 밝히며 3.4% 상승했다. 회사는 친환경 건축 솔루션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Domino’s Pizza는 2,000만 파운드 규모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공시해 7.4% 급등했다. 배당·자사주 매입을 중시하는 영국식 주주환원 정책이 투자 매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 법원 판결 의미와 시장 영향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특허·국제무역 등 전문 사안 전담 법원으로, 이번 판결은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대통령의 관세 권한 남용 여부를 최초로 본질적으로 다룬 사례다. 다만 대법원 상고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법적 공방은 최소 수개월 이상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대법원이 관세를 최종적으로 무효화할 경우, 유럽 제조업체들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자동차·화학·기계 업종에 대한 관세 부담 완화가 실적 추정치 상향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철강·알루미늄 업계는 보호무역 장벽이 낮아질 경우 가격 변동성 확대에 노출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술적 측면에서 STOXX 600은 550선 부근에서 저항을 재차 돌파하며 6월 고점을 상회했다. RSI(14)가 63 수준으로 과열 구간에는 진입하지 않았고, MACD 시그널도 양(+)전환을 유지하고 있어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 제시된다.
“관세 불확실성 해소는 유럽뿐 아니라 글로벌 위험자산 전반에 우호적인 변수다.” — 런던 소재 대형 자산운용사 포트폴리오 매니저
■ 용어 해설
무역확장법 232조(Section 232 of the Trade Expansion Act)는 국가안보를 빌미로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등 특정 품목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미국 법률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해당 조항을 근거로 전 세계에 최대 25% 관세를 부과해 ‘무역 전쟁’을 촉발시켰다.
연방순회항소법원(Federal Circuit)은 워싱턴 D.C.에 위치한 전담 분야 항소법원으로, 국제무역·특허·연방청구 등 특수 사건을 처리한다. 이번 판결은 동일 법원이 국가안보 명분 관세에 대해 ‘위법’ 판단을 내린 첫 사례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 기자의 시각
이번 결정은 보호무역 기조의 상징이었던 트럼프 관세 체계를 사실상 부정한 것으로, 차기 미 행정부의 통상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정치권이 대선 국면에 진입하며 ‘경제 애국주의’ 기치를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법원 판단이라는 사법적 제동이 걸렸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유럽 투자자 입장에서는 달러 강세와 글로벌 수요 둔화라는 복합 리스크 가운데 ‘관세 완화’라는 희소 호재가 등장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향후 시장은 10월 중순까지 이어질 대법원 상고 여부, G7 정상회의에서의 통상 합의, 그리고 미·EU 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협상 등의 변수를 주시할 전망이다. 실제 관세 철폐 여부가 확정되면, 유럽 경기민감주와 글로벌 가치주에 대한 재평가 랠리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법적 공방이 재점화될 경우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 미국 의회가 별도 입법으로 관세 권한을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라면 정치·법률 리스크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섹터 분산과 현금 비중 조절을 통해 방어적인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