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 우크라이나 선수 츠렌코가 제기한 WTA 상대 소송 기각…전쟁 관련 정신적 고통 주장 인정되지 않아

미국 연방법원이 우크라이나 출신 테니스 선수 레시아 츠렌코(Lesia Tsurenko)WTA 투어(WTA Tour)와 전 최고경영자 스티브 사이먼(Steve Simon)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츠렌코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WTA의 러시아·벨라루스 선수 처리 방식이 전쟁을 지지하는 선수들에 대한 정신적 학대를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과 계약 위반, 과실에 따른 정신적 고통(정신적 피해) 배상을 요구했다.

2026년 3월 26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 사건을 심리한 뉴욕 맨해튼의 미 연방지방법원 판사 나오미 라이스 부크왈드(Naomi Reice Buchwald)는 수요일 판결문에서 WTA가 “어떤 행위가 불이익(detrimental conduct)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최적의 기관”이라며 츠렌코의 청구를 기각했다.

판결문에서 부크왈드 판사는 “법원이 스포츠 단체가 선수들에게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한 경우, 그 의무는 선수의 신체적 안전을 보장하는 데 관련된 것이지, 그들의 정서적·심리적 안녕에 관한 것은 아니다”라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또한 WTA가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기 하에서의 출전을 금지하는 등 침공 이후 “합리적(reasoned) 의사결정”을 통해 조치를 취했다고 판단했다.

소송의 주요 쟁점은 츠렌코가 제기한 구체적 사례들이다. 츠렌코는 자신이 상위 25위권에 들었던 선수이며, 한 러시아 선수가 제재 대상 러시아 석유회사 로고를 단 패치를 착용한 사례를 지적했다. 그녀는 당시 사이먼이 특정 선수들의 전쟁 지지 행위를 “괜찮다(OK)”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츠렌코는 2023년 캘리포니아 인디언웰스 BNP 파리바 대회(Indian Wells, BNP Paribas)에서 벨라루스의 아리나 사발렌카(Aryna Sabalenka)와의 경기 도중 공황발작(panic attack)을 호소해 기권했다고 주장했다. 사발렌카는 현재 세계 여자 단식 1위 선수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츠렌코가 WTA가 선수를 금지해야 할 의무 또는 경기를 정서적 학대로부터 자유롭게 유지할 의무가 존재한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츠렌코는 계약 위반 및 과실(또는 태만)에 따른 손해배상과 정신적 고통의 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러한 법적 근거가 인정되기에 부족하다고 봤다.

“법원이 스포츠 단체가 선수들에게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한 경우, 그 의무는 선수의 신체적 안전을 보장하는 것과 관련될 뿐, 정서적 안녕에 관한 것은 아니다.” — 판결문 중

피고 측 변호인들은 소송 각하를 요청하면서 WTA가 러시아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규탄했고 우크라이나 선수들을 지원하기 위해 상당한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피고는 많은 스포츠 리그와 마찬가지로 WTA는 개별 선수들이 그들 국가 정부의 행동 때문에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소송 관련 변호인들의 추가 논평 요청에는 즉각적인 응답이 없었다.

츠렌코는 36세이며, 소송에서 지적된 사례들 및 투어 참가 시 겪은 심리적·정서적 어려움에 대해 공적으로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이번 판결은 스포츠 단체에 대한 정서적 피해 관련 법적 책임 범위를 다루는 선례적 판단으로 평가될 수 있다.


용어 설명 및 배경

WTA(Women’s Tennis Association)는 여자 프로 테니스의 국제 조직으로 대회 운영, 선수 순위 집계, 규정 제정 등의 역할을 한다. BNP 파리바 인디언웰스 대회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주요 하드코트 대회로, 연간 투어에서 상위권 선수들이 참여하는 메이저급 이벤트 중 하나다. 법률 용어로 정신적 고통(emotional distress)은 타인의 행위로 인해 발생한 심리적·정서적 상해를 의미하며, 민사소송에서 인정되려면 일반적으로 피고의 불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및 상당성(또는 가해 행위의 중대성)을 입증해야 한다.

법적 쟁점

본 사건은 크게 두 가지 법리적 쟁점을 포함한다. 첫째는 스포츠 조직이 선수의 정서적·심리적 안녕에 대해 법적 의무를 부담하는가의 문제이고, 둘째는 WTA가 침공 이후 취한 조치들이 합리적 판단에 기반했는가이다. 재판부는 전자를 부정하고 후자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즉, 규율·자격 정지·국기 표기 금지 등과 같은 정치적·윤리적 결정은 단체의 재량적 판단영역으로 남아 있으며, 법원은 이를 직접 재단할 적절한 기관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시장 및 조직적 영향 분석

이번 판결은 스포츠 단체의 운영 리스크와 관련된 실무적·재무적 파급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첫째, 법원이 스포츠 단체의 내부 판단을 존중하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스포츠 조직의 정책·규정 결정 권한이 다시 확인됐다. 이는 향후 유사한 분쟁에서 조직의 자율성이 유지되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스폰서십과 방송권 협상 관점에서는 단기적 불확실성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기업들은 정치적 논란이 있는 선수나 이벤트에 대해 이미지 리스크를 평가할 때 법적 책임의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관련 보험료·계약 조건을 재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사회적·윤리적 책임(ESG) 관점에서의 요구는 계속 증대하고 있어, WTA와 같은 단체들은 규정의 투명성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선수 권익·정신건강 관련 제도 개선 요구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법적 의무의 범위가 신체적 안전에 국한된다는 판결에도 불구하고, 선수단 내부의 심리적 지원 체계 강화, 투어 운영의 정신건강 정책 명문화, 분쟁조정 절차의 독립성 확보 등은 조직 신뢰도를 높이는 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으로는 스포츠 단체에 대한 보험비용, 분쟁 대응 비용, 브랜드 관리 비용 등이 변화할 수 있어 재무적 영향은 업계·단체별로 상이할 것이다. 특히 국제 대회를 다수 운영하는 단체의 경우 규정 변경과 관련된 운영비 증가, 리스크 관리 비용 상승 등을 사전에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결론

이번 판결은 스포츠 조직의 재량권법원의 심사 범위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츠렌코의 주장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해당 사건이 제기한 윤리적·제도적 문제는 남아 있다. 앞으로 WTA를 포함한 국제 스포츠 조직들은 외부 갈등과 관련된 규정의 명확화, 선수 보호를 위한 정신건강 지원 강화,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확대 등 실질적 대응을 통해 조직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