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주요 지수 선물이 13일(현지시간) 새벽 상승세로 출발했다. 전날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2025년 8월 1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동부표준시(ET) 06시 10분 기준 다우존스30선물은 130포인트(0.3%) 상승했고, S&P 500 선물은 15포인트(0.2%), 나스닥 100 선물은 65포인트(0.3%) 각각 올랐다.
전날 뉴욕 본장에서는 다우, S&P 500, 나스닥 세 지수가 모두 1% 넘게 뛰었으며, S&P 500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사상 최고 종가를 새로 썼다.
완만한 물가 상승 덕분에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
는 평가가 나온다.
■ 연준 금리 인하 기대감 확산
미 노동부가 12일 발표한 7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7%로, 6월과 동일했지만 컨센서스(2.8%)는 밑돌았다.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3.1% 올라 예상치(3.0%)를 근소하게 상회했다.
네덜란드계 은행 ING는 보고서에서 “관세 인상분이 여전히 미국 기업의 이익률에 흡수되고 있어 전반적인 물가 압력이 완화됐다”며 “이는 최근 둔화된 고용지표와 맞물려 연준이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공간을 확보해 준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투자자문사 BCA리서치도 “이번 물가 지표는 25bp(0.25%p) 인하 쪽으로 저울추를 기울였다”며 올해 안에 추가로 1~2차례 동급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목요일 발표되는 생산자물가지수(PPI), 금요일 공개 예정인 7월 소매판매 및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가 인하 기대를 굳힐 결정적 단서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 용어 해설1 CPI는 소비자가 실제 체감하는 물가 상승률을, Core CPI는 그중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기조적 물가상승을 의미한다. PPI는 생산 단계의 가격 변화를 측정해 향후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 실적 시즌 개막…시스코 실적 주목
장 마감 후 네트워크 장비 업체 시스코 시스템즈(NASDAQ: CSCO)가 7월로 끝난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파이퍼 샌들러의 제임스 피시 애널리스트는 “방화벽 부문과 사이버보안 가입자 증가에 힘입어 컨센서스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스코는 올 하반기에도 순풍을 타고 있으며, 2026년은 네트워크 장비 교체 사이클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반면 지중해식 패스트푸드 체인 CAVA(NYSE: CAVA)는 동일점포 매출 부진으로 2분기 매출이 예상보다 적게 나오면서 개장 전 급락했다. 회사는 올해 동일점포 매출 가이던스도 하향 조정했다.
이 밖에 스타트업 퍼플렉시티 AI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보유한 크롬(Chrome) 브라우저를 345억 달러에 현금 인수하겠다는 비공식 제안을 내놓은 사실도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퍼플렉시티 측은 “수십억 명의 사용자 데이터를 통해 자사 AI 모델을 고도화하겠다”는 전략적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 국제유가, IEA 보고서 후 하락
같은 시각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10월물은 0.6% 내린 배럴당 65.71달러,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9월물은 0.8% 떨어진 62.67달러에 거래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는 월간 보고서에서 2025년 세계 원유 공급 증가 전망치를 하루 210만 배럴에서 250만 배럴로 상향 조정했다. 반대로 올해 석유 수요 증가 전망은 하루 70만 배럴에서 68만 배럴로 낮췄다.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계획이 시장의 공급 과잉 우려를 키운 결과로 풀이된다.
※ IEA는 주요 소비국 간 에너지 정책 협의체로, 매월 수급 전망을 발표해 원유 시장 참여자들에게 중요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 전문가 시각과 국내 투자자 체크포인트
이번 CPI 결과와 연준 통화정책 전망은 달러 약세와 미국 국채 금리 하락 기대를 동반한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른 외국인 자금 흐름, 그리고 미국 기술주 랠리의 지속 여부가 관건이다. 연준이 9월 실제로 금리를 내린다면 코스피와 코스닥의 밸류에이션 매력도 부각될 수 있다.
다만 근원 인플레이션(3.1%)이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2%)를 크게 웃돌고 있어, 인하 속도가 시장 기대만큼 빠르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IEA 공급 전망 상향이 국제유가를 끌어내리면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은 완화되겠지만, 셰일업체 투자 축소 같은 공급 변수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투자 전략은 실적 체력이 확인된 빅테크·반도체·소프트웨어와 구조적 수요가 견조한 방산·방화벽·사이버보안 업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중·단기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는 인버스·레버리지 ETF나 원자재 선물 등 대체 투자수단을 병행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