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미국 무역대표부(USTR)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 대표가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되고 있는 평균 55%의 고율 관세를 두고 “현 시점에서 만족할 만한(status quo)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중 관세가 완화되기 전까지 미국이 우선 확보할 수 있는 유리한 교섭 지렛대라고 강조했다.
2025년 9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그리어 대표는 이날 뉴욕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오는 11월 10일로 예정된 미·중 무역 휴전 기한을 앞두고도 관세 인하 계획이 즉각 추진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중국과 합의가 있는가?’를 묻는다면 대통령은 ‘물론이다. 55% 관세가 우리의 합의다’라고 답할 것”이라며 “그것이 바로 좋은 현상 유지”라고 말했다.
“우리는 중국과 계속해서 교역을 할 것이지만, 양국이 모두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무역 구조를 찾아야 한다.” —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그리어 대표는 중국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며 “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이 중국 제품에 대한 높은 관세를 유지하는 것이 협상 전략상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양국 간 무역을 “보다 균형 있게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제약·바이오 분야에 대해서도 그는 “가장 혁신적인 의약품은 미국 안에서 생산돼야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 시절 도입된 의약품 관세가 자국 제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임을 재확인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하려는 정책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그는 최근 협상이 “정치적 색채가 짙어졌다”고 진단하면서, 중국의 ‘늑대 전사 외교(wolf-warrior diplomacy)’가 양국 경제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늑대 전사 외교’란 중국 정부와 외교관들이 강경하고 공격적인 언행을 통해 국익을 수호한다는 외교 전략을 일컫는 용어다.
배경 설명: USTR과 55% 관세는 무엇인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백악관과 의회의 지침 아래 전 세계 통상정책을 총괄하며, 국제 분쟁 해결·협정 협상·관세 부과 권고 등 광범위한 권한을 보유한다. 55% 관세는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이후 301조 조사 결과를 근거로 중국산 제품 전반에 단계적으로 부과해 왔으며, 전통적인 보호무역장벽을 넘어선 역대 최고 수준의 평균 세율로 평가된다.
통상전문가들은 관세가 단기적으로는 상대국 수출기업에 충격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물가 상승과 공급망 왜곡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그럼에도 그리어 대표는 “지금 단계에서는 협상 우위를 유지하는 측면이 더 크다”는 판단을 내비쳤다.
이날 연설은 대선 국면에 돌입한 미국 정치지형과 맞물려 큰 관심을 끌었다. 현행 관세 체제가 유지될 경우, 11월 10일 휴전 기한 이후에도 미·중 간 무역 갈등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발표될 구체적 협상안과 관세 조정 시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배터리·제약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 양국 기업의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될지 여부가 주요 변수로 꼽힌다.
한편, 중국 상무부는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으나, 그동안 “상호 존중과 호혜”를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양국 간 협상이 반복되는 “압박과 반격” 국면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관계가 정치·외교·안보 영역까지 확대된 복합 갈등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단순한 관세 조정만으로 문제 해결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 용어 설명
– 늑대 전사 외교: 2015년 중국 액션 영화 ‘늑대전사(狼牙)’ 시리즈에서 유래한 단어로, 강경·공세적 외교 방식을 지칭한다.
– Trade Truce: 서로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약속한 잠정 휴전 상태를 의미한다.
결국, 55% 관세는 양측 모두에게 ‘협상 카드’이자 ‘정치적 상징’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어 대표의 발언은 미국이 당분간 고율 관세 체제를 협상 레버리지로 유지하려는 의도를 재확인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