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연준)의 독립성이 창설 이후 가장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주 미국 대법원에서 심리되는 사건의 핵심은 연준 이사들을 의회의 의도대로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보호할지, 아니면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지 여부다.
2026년 1월 20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소송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인 리사 쿠크(Lisa Cook)를 주택담보대출 신청서에 관한 허위진술 의혹을 근거로 해임하려 한 시도에서 비롯됐다. 쿠크 이사는 재임 기한이 2038년까지로, 대통령 임기 종료를 훨씬 넘어서는 기간이다. 현재까지 형사기소는 이뤄지지 않았고 어떤 금융기관도 사기를 주장하지 않았으며, 행정적 절차도 개시되지 않았다.
사건 개요와 쟁점
쿠크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 통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고, 하급심은 심리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그녀를 직무에 복귀시켰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독립적 기관의 인사에 대해 취해온 조치들과는 다른 결과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항소했다. 행정부 측 주장은 사실상 ‘해임 사유(cause)’는 대통령이 판단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으며, 이는 연준 이사들을 사실상 임의 해임(at-will)에 가깝게 만든다는 것이다.
법적·제도적 배경
연방준비법(Federal Reserve Act)은 연준 이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해임 사유 요건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사들의 임기는 14년으로 정해져 있다. 이러한 제도는 통화정책 결정이 단기 정치 주기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통화정책은 금리 조정 등으로 단기적으로는 고통스러운 경제적 효과를 낳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물가 안정과 기대 인플레이션 관리 등 신뢰 형성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독립성이 중요하다.
“문은 열려 있다. 문제는 대통령실의 누군가가 단순한 주장으로 ‘그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고 결정하고 그것이 충분한지가 어떻게 해결되느냐다.” — 로레타 메스터(Loretta Mester), 전 클리블랜드 연준 총재, 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객원교수
대법원의 판단 가능성
법조인들은 대체로 쿠크 이사가 직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보수 성향의 대법원이 연방준비제도에 대해 이전에 내놓은 발언들을 고려할 때 판결문에 해임 사유의 범위와 기준을 상세히 적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대법원이 해임 사유를 규정하는 데 엄격한 요건을 부과한다면 이는 연준의 독립성을 확인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다. 반대로 요건이 느슨하면 행정부가 창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표적이 생겨 연준의 보호 장치가 약화될 수 있다.
“엄격하고 통과하기 어려운 장벽을 내놓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좁은 범위의 쿠크 승소 판결도 가능하다. 싸움은 계속될 것이고, 트럼프가 모든 수단을 동원하면 독립성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 존 포스트(Jon Faust), 전 파월 의장 고문, 현재 존스홉킨스대 경제학 교수
전문가들의 우려와 기대
콜럼비아 로스쿨의 캐서린 저지(Kathryn Judge) 교수는 연준이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부 예외를 조심스럽게 마련할 가능성을 대법원이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독립성이 실효적이려면 해임 사유(cause)가 실질적 의미를 가져야 하고 단순한 혐의 제기가 대통령의 해임 권한을 행사할 충분한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준 신뢰성의 경제적 중요성
연준의 독립성은 물가안정 정책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핵심적이다. 1980년대 폴 볼커(Paul Volcker) 전 의장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초고금리 정책을 단행했고, 그 결과 단기적으로는 실업률이 10%를 넘는 등 큰 경제적 고통이 따랐다. 당시 지출·성장 둔화는 정치적 비용으로 이어졌으나 장기적으로는 물가 기대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냈다. 최근 팬데믹 시기 물가 급등도 연준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 인플레이션이 극단적으로 이탈하지 않았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큰 경기침체 없이 낮추는 데 기여했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압력으로 통화정책이 흔들리면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그 결과 장기적으로 더 높은 인플레이션과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예일대 경영대의 윌리엄 잉글리시(William English) 교수는 독립적 중앙은행이 아니면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높아지는 것이 경험적으로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정치·경제의 충돌과 향후 시나리오
통화정책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중앙은행의 결정은 정치권의 즉각적 기분과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은 재선이라는 단기적 목표를 위해 금리를 낮추려 할 유인이 있고, 중앙은행은 중기·장기적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를 추구하다 보니 정책의 시점과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만약 대통령이 연준 이사들을 실질적으로 ‘임의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면, 단기적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정책을 지나치게 완화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 있다.
그 결과 예상되는 경제적 영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해 장기 물가·임금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둘째, 금융시장에서는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며 위험 프리미엄이 확대될 수 있다. 셋째, 외환시장에서는 미국 달러화의 신뢰가 저하될 경우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변화는 궁극적으로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투자·고용 결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향후 전망 및 정책적 함의
대법원의 판결은 연준의 독립성 유지 여부뿐 아니라 향후 대통령과 의회의 상호작용 방식, 중앙은행 정책의 설계·운영 방식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만약 대법원이 해임 사유의 범위를 좁게 해석하면 연준의 독립성은 강화될 것이고, 이는 단기적 정치적 압력 하에서도 통화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반대로 해석이 느슨하다면 대통령의 정치적 목표에 통화정책이 더 쉽게 동원될 위험이 커지고, 이는 장기적으로 시장의 신뢰와 경제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편, 제임스 불러드 등 일부 연준 인사와 전직 의장들(예: 앨런 그린스팬 등)은 최근 파월 의장을 지지하는 성명에 서명하며 행정부의 조치가 “신흥국 수준의 약한 제도”를 연상시킨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는 연준 내부와 외부에서 제기되는 우려가 단순한 정치적 논쟁을 넘어 제도적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독립적인 중앙은행이 아니면 인플레이션은 훨씬 높다. 비용은 나중에 오고 편익은 앞선다. 단기적 완화 유혹이 커질 수 있다.” — 윌리엄 잉글리시, 예일대 스쿨오브매니지먼트
결론
이번 대법원 심리는 연준의 법적 지위와 실질적 독립성에 관해 선례를 남길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다. 쿠크 사건의 판결이 연준을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얼마나 보호할지를 가르는 기준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며, 그 결과는 금융시장, 물가, 경제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다. 대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번 심리는 향후 대통령-연준 관계의 규범을 재정의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