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석의 마켓 딥다이브·칼럼 — 2025년 9월 9일
■ 서론: ‘관세’가 다시 경제·증시의 주인공으로 돌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부과했던 광범위 관세가 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 위헌 판정을 받은 데 이어, 대법원 최종 심리만을 남겨두고 있다. 미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패소 시 최대 5,000억 달러(약 670조 원)를 환급해야 한다”고 경고했으며, 백악관은 섹션 232·301 등 다른 법률을 통한 ‘플랜 B’를 공공연히 검토 중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환급액 규모에 그치지 않는다. ①행정부·의회 권한 분리, ②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도, ③인플레이션·금리 경로, ④기업 실적과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는 점에서, 최소 향후 5년의 미국 주식·경제 지형도를 뒤집을 잠재력을 지닌다.
본 칼럼은 ‘대법원 관세 판결’이라는 단일 이슈가 장기적으로 미국 시장에 미칠 영향을 10대 체크포인트로 구조화해 살펴본 뒤, 투자 전략과 정책 리스크 관리 지침을 제시한다.
Ⅰ. 사건의 본질: 세 가지 법적 축
1) IEEPA — 위임 범위 내 관세인가, 월권인가
IEEPA(1977)는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 선포 시 특정 국가·개인·기업의 자산을 동결하거나 금융 제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관세·조세 부과’는 미 헌법 제1조에 따른 의회 권한으로, 법 조문에 직접 명시돼 있지 않다. 하급심은 이 점을 근거로 7 대 4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를 무효화했다.
2) 무역확장법 섹션 232 — 국가안보의 칼
1962년 제정된 섹션 232는 안보 위협을 이유로 행정부가 관세·쿼터를 조정할 수 있게 한다. 철강·알루미늄 관세(2018)가 대표 사례다. 트럼프 진영은 IEEPA 패소 시 232를 확대 적용해 기정사실화된 관세를 유지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3) 무역법 섹션 301 — 불공정 무역보복 카드
USTR 조사→대통령 시정조치라는 2단 구조를 거치기 때문에 절차가 복잡하지만, 중국 지식재산 침해 제재 등 이미 사용 선례가 있다. 법률상 재량 범위가 넓지 않아, 새로운 전면 관세 부과에는 추가 소송이 예상된다.
Ⅱ. 관세 규모·적용 범위: 현황과 잠재 시나리오
항목 | 현행(IEEPA·232·301 혼합) | 대법원 무효화 시 | 대법원 유지 시 |
---|---|---|---|
평균 대중국 관세율 | 55% | 기본세율 3.1%로 회귀(최대 500bp↓) | 현행 유지, 추가 인상 가능 |
연간 징수액 | 약 1,250억 달러 | 0~200억 달러(232·301 잔존) | 1,250억 달러+α |
관세 환급액(누적) | — | 3,750~5,000억 달러 | 0 |
GDP 영향(2026E) | -0.3 p.p | +0.4 p.p(재정승수 포함) | -0.5 p.p(추가 관세 가정) |
자료: 미 재무부, 택스파운데이션, 이중석 계산
Ⅲ. 거시경제 4대 파급경로
- 소비·물가 : 환급 시 일시적 가처분소득 증가로 0.2~0.3p 소비 촉진, 반대로 관세 유지 시 수입물가 피크아웃 지연.
- 기업 투자 : 불확실성 해소 시 CapEx 재개 vs. 관세 확대 시 리쇼어링·friend-shoring 가속. 두 경우 모두 설비투자 방향은 다르나 규모 자체는 증가 가능.
- 재정·통화 : 환급 재원 조달 위해 국채 순발행 4,000억~5,000억 달러 필요, 장기금리 20bp 상승 압력. 반대 시나리오에선 국채 발행 증가폭 제한적.
- 무역수지·달러 : 관세 철폐→수입 급증, 달러 약세 요인. 반대 시나리오→달러 강세·신흥국 통화 압박.
Ⅳ. 업종별 ‘명암’ 지도
1) 산업재·기계·자동차
가장 즉각적 승자/패자가 갈리는 섹터. 관세 철폐 시 포드·GM·CAT 등은 해외 부품 조달비용 축소로 마진 개선, 반면 리쇼어링 인센티브 감소로 기존 설비 투자 사이클 둔화 가능.
2) 반도체·IT 하드웨어
미·중 정밀 타격 리스트에 포함돼 있어 정책 가변성 가장 크다. 관세 유지라도 CHIPS Act 보조금으로 상쇄 가능성이 있어 베타(β)가 낮아진 특수 사례.
3) 농산물·원자재
중국 보복 관세 제거 여부가 핵심. 환급+철폐 세트 시 중서부 농가·관련 장비주(디어, AGCO)에 구조적 호재.
4) 소비재·리테일
의류·가구·완구 등 저가 수입 의존 품목 비중이 높은 기업(월마트, 타깃, 템퍼시일리)에 즉각적인 원가 절감 압력.
Ⅴ. 증시 밸류에이션: ‘위험프리미엄’ 재산정
현재 S&P500 PER(12M Fwd)은 약 20.2배. 택스베이스 확대·관세 수익 기대를 반영한 정책 프리미엄 1.5~2.0배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 다수 스트래티지스트의 분석이다. 대법원 무효화 시 PER이 약 5~7% 디스카운트될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환급 유동성→실적 상향(특히 소비주) 효과가 동반되면 EPS 컴포넌트가 오히려 증가할 수 있어, 밸류에이션 쇼크 vs. 실적 모멘텀 ‘힘겨루기’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Ⅵ. 채권·달러·인플레이션 기대
- 환급→국채 발행 확대→10Y UST +15~20bp
- 관세 유지→수입물가 재상승→브레이크이븐(BEI) +10bp
- 달러 인덱스: 무효화(-1.5%), 유지(+2%)
연준은 물가 압력과 재정규모 확대 중 어느 요소가 상쇄 효과를 갖는지를 관찰하겠지만, 환급 시나리오에서도 실질 유동성이 늘어나는 만큼 2026년까지 정책금리 cuts 속도가 다시 늦춰질 수 있다.
Ⅶ. 10대 체크포인트 요약
- 대법원 판결 시점: 최대 2026년 6월 예상
- 환급 재원 조달 방식(국채 vs. 특별 예산)
- 섹션 232·301 대체 관세 강도
- 중국·EU 보복 조치 여부
- 금리·달러 지표(10Y, DXY)가 반영하는 위험프리미엄
- 소비자물가(CPI) 헤드라인 vs. 근원 격차
- 기업 이익률(특히 S&P Low Margin Quintile) 개선 폭
- 설비투자·리쇼어링 CapEx 계획 수정 여부
- 정치 일정: 2026 중간선거·2028 대선 레토릭
- 공급망 지리적 분산 속도: 멕시코·베트남·인도 수혜 여부
Ⅷ. 투자 전략: ‘양손에 준비된 플랜’
1) 베이스라인 — 무효화+부분 환급
- 영업이익률 레버리지 큰 소비재·필수소비재 ETF(예: XLP) 비중 확대
- 중간 배당주→저변동성 가치 ETF(SPLV) 스왑: 금리 상승 헤지
- 원자재·농산물 테마 ETN(농심, DBA) 선제적 편입
2) 대안 — 관세 유지·확대
- 국채 듀레이션 축소, 단기 T-Bill ETF(BIL) 비중 증가
- 리쇼어링 수혜주(전력관리·자동화: Eaton·Rockwell) 장기 매수
- 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달러 인덱스 롱 ETN(UUP) 단기 트레이드
※ 옵션·파생 전략: S&P500 12개월 ATM 비대칭 콜 스프레드로 상승 알파 확보, 6개월 B/E Put로 하방 tail hedge.
Ⅸ. 이중석의 시각: ‘제도 불확실성 프리미엄’ 시대
2018~2020년 무역전쟁 국면에서 “관세는 협상의 열쇠”라는 명제가 통했다면, 2025~2030년 미국 시장을 지배할 키워드는 제도적 불확실성 프리미엄(Policy Uncertainty Premium)이다. 대법원 판결은 그 프리미엄을 상쇄하거나 증폭시키는 스위치일 뿐, 근본 리스크—즉 행정부·의회·사법부 삼각 구도와 글로벌 디커플링 가속—는 장기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투자자는 ①정책 생애주기(입법→소송→집행→재해석), ②오른손·왼손 헤지(롱·숏·옵션 다층 구조), ③거버넌스 분석 역량(기업 로비 및 규제 대응 능력)이라는 세 가지 무기를 강화해야 한다. 이는 단순 매수·매도 타이밍을 넘어, 자본 보존과 알파 창출의 ‘동시 공존’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열쇠다.
Ⅹ. 결론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든, ‘관세 빅뱅’은 미국 경제의 장기 체질과 글로벌 자본 흐름을 재편하는 지각변동의 서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무효화 시에는 경기순환적 회복+금리 불확실성이라는 엇갈린 신호가, 유지 시에는 물가·금리·공급망 리스크가 구조적 리플레이션 트랩을 초래할 수 있다. 단언컨대, 2026~2030년 미국 증시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포트폴리오는 ‘단 하나의 답’이 아니라, 스스로 시나리오 트리를 설계해 동태적으로 리밸런싱할 수 있는 주체에게 돌아갈 것이다.
칼럼니스트 이중석은 향후 대법원 일정, 백악관·의회의 대안 입법, 주요 교역국의 대응을 실시간 트래킹하며 후속 분석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