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채권시장 동향] 미국 국채 가격은 수요일 종일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등락을 거듭한 끝에 보합세로 마감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놓은 통화정책 결정이 시장에 이미 상당 부분 반영돼 있었던 만큼 매수와 매도 공방이 반복됐다는 평가다.
2025년 7월 1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장중 채권 가격은 발표 직후 일시적으로 하락했으나 이후 빠르게 회복해 전일 대비 거의 변동이 없었다. 이에 따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장 대비 1bp(0.01%포인트)도 되지 않는 소폭 상승폭을 보이며 3.503%에 거래를 마쳤다.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이날 국채 가격은 사실상 보합권이었다.
이번 무(無)방향성 마감은 연준이 기대됐던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공식화했음에도 추가 긴축 의지를 재확인한 데 따른 것이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50%포인트(50bp) 올려 4.25~4.50%의 목표 범위를 제시했으며, 이는 직전 네 차례 연속 0.75%포인트씩 올렸던 기조에서 한 단계 속도를 늦춘 조치다.
동시에 연준은 성명에서 추가적인 지속적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
이라는 문구를 유지해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번 발표와 함께 공개된 경제 전망치(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s)에 따르면 정책금리는 2023년에 5.1%, 즉 시장이 9월에 예측했던 4.6%를 웃도는 ‘터미널 레이트(최종 금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 베이시스포인트(basis point, bp)는 0.01%포인트를 의미하는 채권·금융시장의 단위다. 예컨대 50bp 인상은 0.50%포인트 인상을 뜻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라이언 스위트(Ryan Sweet)는 “최근 일부 물가 지표에서 긍정적 신호가 포착됐지만, 공급 충격에 기인한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정책금리만으로 제어하기 어렵기 때문에 긴축 강도가 당초 예상보다 더 세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둔화 효과가 금융시장의 완화적 흐름에 가려질 경우 연준이 과도하게 긴축하거나, 반대로 시점을 놓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이를 정책 오류(policy misstep) 리스크로 부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Group)의 FedWatch Tool에 따르면, 1월 31일~2월 1일 예정된 차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50bp 추가 인상 가능성은 47.7%, 25bp 인상 가능성은 42.8%로 집계됐다.
제롬 파월(Fed 의장)은 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지속적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상당히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차기 회의 전 발표될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물가 지표에 더욱 관심이 쏠리게 됐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연준 발표 외에도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소매판매, 산업생산 지표 등 예정된 거시지표 흐름을 주시하며 포지션 조정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 시각
본 기자는 연준의 ‘느리지만 더 오래’(higher for longer) 전략이 사실상 기정사실화됐다고 판단한다.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될 경우에도 실질금리를 양(+)의 영역으로 유지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0년물 수익률 곡선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역사는 깊은 금리 역전이 경기침체의 전조임을 보여왔으므로, 투자자는 국채 외에도 회사채 스프레드·주택시장 지표 등 신용 사이클 관련 데이터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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