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장단기 국채수익률이 15년 만의 고점을 기록하며 ‘느리게 움직이는 악순환’(higher rates → 재정비용 증가 → 신용우려 → 추가 프리미엄)의 조짐이 뚜렷해졌다.
- 모기지·기업대출 금리 상승이 소비·투자 모멘텀을 제약하고, 밸류에이션·배당할인모형 (DDM) 산출치를 재설정 중이다.
- 연준이 9~12개월 순차 인하를 단행해도 팬데믹 이전 0~2% ‘초저금리’ 회귀 가능성은 낮다. 3.0~4.0%대 중립금리가 ‘뉴노멀’이 될 전망.
- 지속적 재정적자·정치 리스크로 미국 AAA 프리미엄이 약화될 경우, 글로벌 자본 흐름·달러 패권·위험자산 할당이 재편될 수 있다.
1. 숫자가 말하는 현실 — ‘4%를 넘겨 찍은 30년물’
2025년 8월 말 미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5%를 돌파하며 2007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30년물은 사상 최고, 영국 길트는 27년 만의 최고치다. 단순 이벤트가 아닌 구조적 변곡점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채권 수익률 곡선이 경기와 통화정책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1-1. 팬데믹 → 정책 부양 → 이연 인플레
코로나 위기 대응 과정에서 연준 자산이 4조$대에서 9조$ 근처까지 팽창했고, 의회는 2년간 5조$ 재정 패키지를 투입했다. 그 결과 명목 GDP 대비 연방 재정적자는 2020 회계연도 15.1%, 2021년도 12.4%를 찍었다. 물가가 9%까지 치솟은 후 안정세를 보이지만, 기대인플레이션 2%선 정착은 여전히 미완성 과제다.
1-2. 국채 공급 ‘벽’ vs 연준 QT
재무부는 2026년까지 연 1조2천억$ 순발행이 불가피하다. 동시에 연준은 월간 950억$ 자산축소(QT)를 유지한다. 수요 측 큰손인 해외 중앙은행(특히 중국)·미국 은행권은 FX 방어와 규제비율 악화 탓에 추가 매입 여력이 제한적이다. 시장메커닉 관점에서 “순공급 + 연준 패시브 매도” 라는 이중 압박이 4~5%대 장기금리를 정당화한다.
2. 연준 ‘실용적 비둘기’ 전환 — 그러나 제로금리는 없다
8월 NFP가 2.2만 명에 그치자 Fed Watch Tool은 ‘11월 25bp 인하’를 70% 반영했다. 하지만 연준 내부 중립금리(r*) 추정치는 2019년 0.5% → 2025년 1.1% → 최근 1.7%로 상승 중이다. 인플레 기대, 생산성·인구구조, 재정수요를 감안한 시장 r*는 실질 1% + 물가목표 2% = 명목 3% 안팎이 합리적이다.
시나리오 매트릭스
구분 | 실질 r* | 인플레 기대 | 장기수익률 균형 | 자산군 파급 |
---|---|---|---|---|
‘골디락스’ | 0.5% | 2.0% | ≤2.7% | 주식 PER 22배 유지 |
뉴노멀 | 1.0% | 2.0% | ≈3.5% | PER 18~20배 로어링 |
재정경로 악화 | 1.0% | 2.5% | ≥4.0% | PER 15배, 긴축·위험 회피 |
현재 시장은 ‘뉴노멀’과 ‘재정경로’ 사이를 진자처럼 오간다.
3. 주택·소비 이터레이션 — ‘30년 모기지 8%’가 의미하는 것
미국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는 4분기 8%를 재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팬데믹 최저 2.65% 대비 bps(베이시스포인트)로 535bp 상승이다.
- 주택가격 vs 금리 탄성치: 금리 1%p 상승 시 주택구매력 ≈ 10% 하락. 그러나 공급부족(완공 재고 2.6개월) → 가격은 조정보다 정체.
- 리파이낸싱 락-인 효과: 2~3%대 금리에 고정된 차주가 이동·리모델링을 보류, 이주율(fore mobility) 21년만 최저.
- 건설섹터: 신규 주택 착공 YoY −9%, 주택 ETF(ITB) 연초 대비 −18%.
결과적으로 주거비 CPI(주거 감정임대) 하락 속도가 늦어지고, 소비 여력은 학자금 상환 재개·신용카드 APR 22%와 맞물려 압박받는다.
4. 기업 자본비용·주가 밸류에이션 — ‘TINA→TARA’ 전환
There Is No Alternative에서 There Are Reasonable Alternatives로. 경쟁 자산군(현금·MMF)의 기대수익이 5%에 달하면, 주식 Risk Premium이 축소된다. 현재 Forward EPS 성장률 10%, 배당수익률 1.4%를 적용한 S&P500 GRAP(성장보정 위험프리미엄)은 3.6% → 2.8%로 낮아졌다. 이는 2007년 중반과 유사 수준.
PER 22배(엔비디아 제외 18배)는 역사적 상단과 겹친다.
섹터별 취약도
- 고정금리 차입 비중이 높은 부동산·유틸리티 → 배당디스카운트 확대.
- 성장 내러티브에 의존하는 헬스케어 바이오 → 자본조달비 상승.
- 반면 에너지·금융은 스프레드 확대→Net Interest Margin 방어.
5. 재정지출·선거 정치학 — ‘금리-정책 치킨게임’
2026회계연도 적자는 GDP 5.9% 전망(의회예산국). 트럼프 행정부는 IEEPA·232 관세 수입을 ‘재정 수혜’로 강조하지만, 이는 실질 GDP −0.3%p의 성장세 저하 + 생활물가 상승을 상쇄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공화·민주 어느 쪽이 집권해도 복지-국방 병행 지출 축소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5-1. “국채 더미가 정치손실로 돌아온다”
장기수익률 4.5% → 연 1조$ 이자. 이는 방위·교육·국토안보·교통 예산 합계를 추월하는 숫자다. 재정 룰(‘페이고’)이 복원되지 않으면, 채권시장은 선거주기에 관계없이 만성 프리미엄을 요구할 것이다.
6. 글로벌 자본 흐름 — 달러 패권에 금리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다
과거 달러 강세 요인은 ① 고금리 ② 글로벌 리스크 오프 ③ 상대적 성장 우위였다. 앞으로는 미국 채권에 ‘재정 프리미엄’이 가산될 경우, 달러 강세가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 이미 일본은행·국부펀드는 달러·분트 샤프 비율 재평가에 착수했다. 안전자금 일부가 금 ETF·비달러 단기채·디지털 PGI(WGC 추진)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7. 투자전략 제언 — ‘듀레이션 디펜스 + 인플레 헤지’ 4단계 체크리스트
- 자산군 듀레이션을 4~5년 이하로 축소, BBB등급 크레딧 대비 A등급·MBS 비중 확대
- 성장주 비중 ↓, 현금흐름 탄성치 > 배당성장 우선순위 설정(예: 브로드컴·애플·MS vs 고평가 소프트웨어)
- 리츠·유틸리티는 CPI-1% 이상 임대료 연동 구조 보유 기업만 선별
- 골드 ETF(GLD·IAU)·TIPS·원자재 블렌드(산업금속 40%, 에너지 30%, 귀금속 30%)를 합산 ≤ 7% 편입
특히 중앙은행 매수에 올라타는 ‘골드 디지털화(PGI)’ 초기 도입 기업(글로벌 은행·거래소)에 전략적 벤처 지분 노출을 검토할 수 있다.
8. 결론 — ‘4%+ 장기금리’는 일시적 스파이크가 아닌 구조적 재정리
주택담보대출에서 주식 밸류에이션, 연준 정책반응 함수, 미 달러 지위까지 미 국채 장기수익률 상승은 경제 전층을 재가격화(re-pricing)하는 과정이다. 투자자는 과거 10년간의 ‘제로금리 사고방식’을 버리고, 자본비용이 귀한 시대의 포트폴리오 재설계를 서둘러야 한다. 이는 금리 인하가 시작돼도 변하지 않을 새 평형점이다. ‘느리게 움직이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재정준칙 복원, 성장잠재력 제고, 공급측 물가완화 등 정책 패키지가 병행돼야 한다. 그러나 정치 캘린더·지정학 리스크가 난립하는 현실에서, 채권시장은 “Show me the policy”를 외치며 프리미엄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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