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부가 선택한 인공지능 ‘앤스로픽’, 공급망 위험 지정으로 배제되자 전문가 우려 확산

앤스로픽(Anthropic)의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가 2026년 2월 19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AI 임팩트 서밋에서 촬영된 사진이 공개됐다. 앤스로픽은 미 국방부(DOD)의 핵심 인공지능(AI) 공급업체로 부상했으나, 최근 미 국방부의 공급망 위험(supply chain risk) 지정으로 군 핵심 환경에서의 사용이 금지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26년 3월 9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방부 기술총괄(CTO)으로 임명된 에밀 마이클(Emil Michael)이 인수한 AI 포트폴리오 관리 과정에서 시작된 계약 검토가 수개월에 걸쳐 진행됐고, 그 결과로 지난주 미 국방부가 앤스로픽의 기술 사용을 공식적으로 금지했다.

마이클은 과거 우버의 경영진이자 변호사 출신으로, 지난 8월 CTO에 취임하기 한 달 전인 7월에는 앤스로픽이 미 국방부와의 협력 확대를 위한 2억 달러(약 26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고 보도는 전했다. 마이클은 All-In 팟캐스트에서 “나는 계약서를 보고 싶었다”고 말하며 검토의 시작을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했는데, 이 표시는 역사적으로 외국의 적대국이나 외세에 주로 적용돼 왔다. 지정 결과로 국방부와 거래하는 벤더와 계약업체들은 자사 업무에서 앤스로픽의 모델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증해야 한다.

Anthropic to challenge supply chain risk designation in court

앤스로픽은 월요일(2026년 3월 9일)에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정부의 조치를 “전례 없다(unprecedented)”고 규정하고 “불법적”이라고 주장했다. 회사는 이번 조치가 수억 달러 규모의 계약들을 위태롭게 해 앤스로픽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충격을 표했다. 많은 워싱턴 내부 인사들은 앤스로픽의 모델을 우수하다고 평가해 왔으며, 해당 모델들은 기밀 네트워크에 처음으로 배치된 사례였고, 팔란티어(Palantir)와 같은 기존 방위 계약업체들과의 통합 능력이 높이 평가돼 왔다. 이 때문에 행정부가 방위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 DPA)을 발동해 기술 접근을 강제할 수 있다고 협상에서 위협한 점과, 한편으로는 같은 기술을 외국적 위협 수준으로 규정해 봉쇄한 점이 모순으로 지적됐다.

“무엇인가 너무 필요해서 DPA를 동원해야 할 정도인데, 동시에 외국적 적대자에게만 붙이는 표식을 붙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양립하기 어렵다.”

– 마크 달튼(Mark Dalton), 전 해군 소장, 워싱턴의 싱크탱크 R Street의 기술·사이버정책 책임자

전직 국방부 관계자들과 기술정책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선례를 남길 뿐 아니라, AI 안전에 대한 엄격한 태도와 중국에 대한 강경한 표현으로 호평받아 온 핵심 기술 공급업체를 배제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브래드 카슨(Brad Carson) 전 국방부 관료이자 비영리 AI 정책 단체인 Americans for Responsible Innovation의 공동창립자 겸 사장은 이번 조치가 군 장병들에게 특히 문제라고 말했다. 이라크에서 복무한 전직 해군 정보장교들을 포함한 퇴역 장교들은 “워파이터들이 이 결정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카슨에게 전했다.

앤스로픽은 기사 요청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

국방부의 한 고위 관리는 벤더들이 “합법적 사용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지휘계통에 개입할 수 없다”고 밝히며 “군이 위기에서 승리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기업 정책으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확보하는 것은 군의 유일한 책임”이라고 말했다.

CNBC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AI 정책 전문가, 전(前) 팔란티어 및 앤스로픽 직원, 기술 분석가와 연구원 등 총 17명을 인터뷰했다. 인터뷰 대상자들 중 다수는 본 사안에 대해 발언할 권한이 없거나 익명을 요청했다.

Why the U.S. Defense Department blacklist of Anthropic is so unprecedented

앤스로픽의 성장 배경

다리오 아모데이는 2021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동생 다니엘라 아모데이(Daniela Amodei) 등 연구자들과 함께 앤스로픽을 창업했다. 이들은 오픈AI(OpenAI)를 떠난 이들로, ChatGPT 출시 이전에 안전성 문제와 회사의 방향성에 대한 우려로 집단 이탈했다고 전해진다. 앤스로픽은 책임 있는 AI 배치에 보다 전념한다는 평판을 수년간 조심스럽게 구축했다.

앤스로픽은 2023년 3월에 자사의 AI 모델 계열인 클로드(Claude)를 론칭했다. 이는 ChatGPT가 시장에 등장한 직후였다. 클로드 출시 이후 3년 동안 앤스로픽은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유치했고, 2026년 2월에는 300억 달러(또는 기사에 따른 보도에서의 대규모 투자와 합산해) 규모의 자금조달을 통해 시가총액 3,800억 달러(약 3800억 달러)로 평가받았다고 보도됐다. 회사는 급격한 상업화 압력에 직면해 오픈AI와 구글 등 경쟁자들과 속도를 맞추기 위해 기술을 빠르게 상업화해야 했다.

AWS·팔란티어와의 협력

앤스로픽은 소비자를 매료시키는 오픈AI의 성공과는 별개로 기업 고객과 정부기관에 빠르게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아모데이는 초기에 정부 및 군과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비즈니스·사회적으로 중요하다고 인식했고, 안전한 기술 사용을 위한 원칙 수립에도 기여했다.

회사 측은 2023년 당시 아마존 웹 서비스(AWS)의 Bedrock 플랫폼 내에서 클로드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이는 정부 기술 커뮤니티에서의 채택을 촉진했다. 이를 통해 연방 기관들은 AWS의 정부 승인 환경 내에서 앤스로픽 모델을 시험해볼 수 있었다. 아마존은 2023년 이후 앤스로픽에 총 80억 달러(약 8억 달러 아님: 기사 기준 8 billion)를 투자한 주요 후원자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파일럿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많은 연방 직원들은 클로드가 오픈AI나 메타(Meta) 등의 모델보다 더 설득력 있는 결과를 내놓는다고 평가했다. 특히 클로드는 답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단계별 이유(step-by-step reasoning)를 제시할 수 있어 감사(audit)와 검증이 중요한 연방기관에서 유용했다는 평가다. 또한 엔터프라이즈용으로 설계된 사용자 경험은 데스크톱 환경에 특히 적합해 연방 근무자들에게 신속히 신뢰를 얻었다.

팔란티어와의 협력은 앤스로픽이 국방부와 직접적인 연계를 구축하고 고위급 기밀 프로젝트에 빠르게 통합되는 데 핵심적이었다. 조지타운대학 보안신흥기술센터(CSET)의 수석 연구분석가 로렌 칸(Lauren Kahn)은 앤스로픽이 팔란티어, AWS, 구글 등과 원활히 협력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가치있다고 평가했다.

앤스로픽은 2025년 7월 발표에서 팔란티어 같은 파트너와 함께 미 국방 업무 흐름에 미션 임팩트를 가속화했다고 밝히며, 정부의 방위 및 정보 조직들이 방대한 복잡한 데이터를 신속히 처리·분석하는 데 자사의 기술이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2025년 8월에는 미 총무관리청(GSA)과의 협력을 통해 일부 참여 기관에 대해 연간 1달러라는 명목 비용으로 모델을 제공하기로 했다.

관계 악화와 정치적 긴장

그러나 관계는 악화되기 시작했다.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아모데이는 과거 소셜미디어에 트럼프를 “봉건적 군웅(feudal warlord)”에 비유한 글을 올렸고 해당 글은 삭제됐다. 아모데이는 이후 이번 달 초 행정부가 앤스로픽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로 “트럼프에 대한 독재자식 찬사나 기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직원들에게 말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는 해당 발언의 어조에 대해 사과했다.

또한 백악관의 AI·암호화폐 담당 관료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는 앤스로픽을 규제 지향적인 “woke AI”를 지지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마이클 호로위츠(Michael Horowitz) 국제문제연구위원회(CFR)의 기술·혁신 선임연구원은 “정책 분쟁으로 가장한 정치·개인 문제”라는 견해를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결정이 정치나 인물 문제가 아니라 “군이 모든 합법적 목적을 위해 기술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기관들의 전환과 전장(戰場) 연관성

트럼프 행정부가 앤스로픽을 블랙리스트에 올리자 여러 정부 기관은 즉시 전환 작업을 시작했다. 보건복지부(HHS), 재무부, 국무부 등은 이미 클로드 사용 중단을 확인했고 전환은 진행 중이다. 다만 국방부 내 전환 과정은 복잡하다. 미국이 이란에서 수행 중인 군사작전과 관련해 앤스로픽의 모델이 해당 작전을 지원하는 데 사용돼 왔고, 블랙리스트 지정 이후에도 해당 모델이 작전 지원에 활용된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다.

아모데이는 성명에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미국 전투원과 국가안보 전문가들이 주요 전투 작전 중 도구를 빼앗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전환이 완료될 때까지 명목상 비용으로 모델을 제공하고 엔지니어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회사가 허용되는 한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오늘 나는 존경하는 고객들을 위해 애도한다. 그들은 내가 지난 20년 동안 봐온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고, 이제 주말 사이에 모든 것이 중단됐다. 쓰러졌지만 끝난 것은 아니다.”

– 티야구 라마사미(Thiyagu Ramasamy), 앤스로픽 공공부문 책임자(2025년 합류), 링크드인 게시물 중

라마사미는 소송 관련 법적 문서에서 연방정부 고객을 담당하는 15명의 팀을 보유하고 있으며 공공부문 비즈니스가 향후 5년 내 연간 수십억 달러의 반복 매출(annual recurring revenue)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조치가 이 모든 것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라고 법적 문서에서 밝혔다.

한 전직 앤스로픽 직원은 2024년 11월 팔란티어와의 파트너십 발표 당시 일부 직원들이 해당 결정에 반발했고 “많은 큰 슬랙(Slack) 스레드”가 생겼다고 전했다. 팔란티어와의 협력은 앤스로픽이 기밀 네트워크 전반에 공식적으로 배치되는 것을 가속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용어 설명

공급망 위험 지정(supply chain risk designation)은 통상적으로 외국의 적대적 행위자나 외세의 간섭 가능성이 우려되는 업체에 대해 적용되던 조치로, 해당 기업의 기술을 방산 공급망에서 배제하거나 사용을 제한하기 위해 사용된다. 이번 사례처럼 국내 기반의 기업에 이 표지가 적용된 것은 이례적이다.

방위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 DPA)는 대통령이 국가 안보와 관련된 필수 공급 및 인프라 확보를 위해 생산과 자원을 우선 배정하거나 기업에 특정 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수단이다. 기사에는 협상 과정에서 DPA 발동 위협이 있었음이 언급됐다.

AWS Bedrock은 아마존 웹 서비스가 제공하는 생성형 AI 모델을 서비스 형태로 통합·배포하는 플랫폼으로, 정부가 사용하는 경우 AWS의 정부 전용 환경을 통해 모델을 시험·배포할 수 있다.

경제·시장 영향 분석

이번 조치는 단기적으로 국방부 및 연방기관의 AI 도입 일정에 지연과 추가 비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군사작전과 정보처리에 깊숙이 통합된 시스템을 대체하려면 대체 모델의 검증,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사용자 재교육, 통합 테스트 등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이 과정은 운영 효율성 저하와 비용 증가로 귀결될 수 있다.

투자 측면에서 보면 앤스로픽에 대한 평판 리스크와 계약 소멸 위험은 회사의 매출 전망과 자금조달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미 대규모 투자자들(AWS 포함)이 참여한 상황에서 정부 계약 상실은 기업 가치에 대한 재평가를 촉발할 수 있다. 반면 경쟁사들, 예컨대 오픈AI나 구글 등은 정부 수요를 흡수할 기회를 얻을 수 있으나, 이들 역시 정부 환경에서의 보안·검증 요건을 충족해야 하므로 즉각적인 완전 보완은 어렵다.

방위산업체들, 특히 팔란티어와 같이 정부 매출 비중이 큰 업체들은 앤스로픽의 배제를 계기로 솔루션 포트폴리오 재구성이나 대체 기술 파트너 발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기술 통합 비용과 계약 구조 재조정이 발생할 전망이다.

법적 분쟁은 앞으로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소송 결과와 규제·행정 결정은 향후 민간기업이 국가안보 관련 계약에서 기술 사용 제한을 두는 내부 정책을 재고하게 만드는 선례가 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제품 이용 조건(예: 자사의 기술을 특정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향후 시나리오와 전망

가능한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법원이 앤스로픽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 일정 기간 내에 일부 사용 복원이 가능해져 전장 및 정부 시스템의 혼란이 완화될 수 있다. 둘째, 정부가 법적 근거를 더욱 강화해 지속적으로 규제를 유지하면 앤스로픽은 방위 분야에서 장기적으로 배제될 가능성이 있으며, 기업은 민간 및 해외 시장에 더욱 집중할 것이다. 셋째, 양측이 협상으로 타협해 특정 보증과 조건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제한적 재사용을 허용할 수도 있다. 각 시나리오는 기업가치, 파트너십, 방위 역량에 서로 다른 영향을 줌으로써 시장과 정책 수요를 재편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앤스로픽의 소송 결과와 국방부의 후속 행정지침, 그리고 관련 계약업체들의 전환 속도가 향후 사태 전개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민간 AI 개발사와 국가안보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여실히 보여주며, 향후 유사 분쟁에 대한 정책적 기준과 산업계의 대응 전략 수립에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사진 및 캡션: Ruhani Kaur | Bloomberg |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