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디지털·친환경·AI라는 새로운 성장축으로 재편되는 바로 그 시점에, 미국이 다시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25년 8월 1일 발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최소 10%·국가별 최대 41% 고율 관세는 2018~2019년 1차 무역전쟁보다 더 넓고, 더 깊고, 더 복합적인 여진을 남길 공산이 크다. 관세율 산술 평균은 2024년 2.3%에서 15% 안팎으로 뛰어오를 전망이며, 이는 1970년대 말 이후 가장 가파른 ‘관세 쇼크’다.
1. 무엇이 바뀌었나—새 관세 구조의 특징
구분 | 1차 무역전쟁(2018~20) | 관세 2.0(2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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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범위 | 중국 중심·철강·알루미늄·일부 소비재 | 최소 관세 10% 전 세계·흑자국 15~41% |
평균 관세율 | 6.1%(피크) | 15.2%(추정) |
법적 근거 | 무역확장법 232조·301조 | ‘상호주의 관세’ 행정명령(Trade Reciprocity EO) |
부과 속도 | 품목별 순차 인상 | 90일 유예後 일괄 적용 |
이번 조치는 ‘품목별 예외 협상’을 사실상 차단해 글로벌 공급망을 관세와 비관세 장벽이 얽힌 미로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무디스 애널리틱스가 각각 제시한 3가지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 베이스라인: 평균 15% → 2026~2027년 美 성장률 –0.5%p·CPI +0.4%p
- 상한(Upper): 추가 10%P 인상 → 성장률 –1.2%p·CPI +1.1%p·S&P500 PER 2.5배 하향
- 보복전(full retaliation): G20 보복 관세·수출 통제 → 3년 내 글로벌 GDP 1조3천억 달러 증발
2. 인플레이션 경로—‘관세발 물가’가 되살아난다
① 직접 효과 : 3개월 내 수입물가(PPI) 4.8% 상승, 6~9개월 후 소비자물가(CPI) 0.4~0.6%p 전가.
② 간접 효과 : 국내 생산자 가격 압력·로지스틱스 병목·달러 강세 → 명목 임금 요구 상승.
연준 내부 모델(FRB/US) 기준, 관세 10%P↑→ 핵심 PCE 물가 2년간 +0.7%p, 실질 GDP –0.4%p
이 변수는 ‘디스인플레이션이 거의 완성됐다’는 시장의 안일한 가정을 깨뜨린다. 7월 CPI는 3.0%로 내려왔지만, 관세 2.0의 풀 하우스 효과가 반영되는 2026년 상반기엔 다시 3.5~4.0%대 재진입 가능성이 높다.
3. 연준의 딜레마—‘점보 인하 vs 체념적 동결’
고용보고서가 7만3천 명 쇼크를 보여주자 FedWatch는 9월 25bp 인하 확률을 83%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관세발 인플레가 가시화되면 다음 두 가지 갈림길이 등장한다.
- 비둘기 시나리오 : 실업률 4.5% 근접·가계심리 급랭 → 연준은 선제적 ‘50bp 일괄 인하’로 경기 후퇴 방어
- 매파 시나리오 : 핵심 PCE 3% 고착화·임금 4%대 → 연준은 물가 신뢰 회복 우선, 금리 동결 장기화
두 시나리오 모두 실질 중립금리(r*) 상향과 장단기 금리 역전 장기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 채권 포트폴리오에선 5년±1년 듀레이션 바벨 전략이 유효하다.
4. 공급망 재편—‘친(親)미 디카플링’ 가속
일부 국가는 이미 최혜국 관세(MFN) 박탈에 따른 ‘전략적 차별’을 겪고 있다. 베트남·멕시코·폴란드·인도네시아가 최대 수혜지로 꼽힌다. 나이키·애플·월마트 등 대형 소비재·전자 기업은 부품 시차 9~12개월을 두고 생산지 다변화에 돌입했다.
섹터 | 관세 민감 공급망 | 대체 생산지 | 장기 승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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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 중국 對 미국 對 EU | 말레이·베트남·亞파운드리 | TSMC, Samsung Foundry |
리테일 | 의류·완구·가구 | 멕시코, 중미 | Costco, TJX |
자동차 | 부품 30% 中 의존 | 멕시코, 캐나다 | Magna, BorgWarner |
헬스케어 | 제네릭 API 인도·EU 이동 | 인도, 아일랜드 | Pfizer, J&J |
5. 주식시장—밸류에이션·EPS 두 가지 충격
JP모건 전략팀은 15% 관세 상향이 S&P500 12개월 선행 EPS를 –6.1% 조정(2026F 272→256달러)할 것으로 추산한다. 섹터별 영향은 다음과 같다.
- 부정적 : 반도체 장비, 대형 리테일, 산업재 멀티내셔널, 자동차·부품
- 중립 : 헬스케어 서비스, 국방, 필수소비재, USD 순자산 기업
- 긍정적 : 에너지(국산 셰일), 소재(철강·비철), 중남미·동남아 노출 기업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ERP(Equity Risk Premium)은 100bp 확대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S&P500 target PER을 20배→18배로 압축, 지수 레벨 5,300p 기준 –10% 다운사이드가 열려 있음을 뜻한다.
6. 달러·채권·원자재—크로스 애셋 시나리오
달러 : 관세·금리 역전이 단기 달러 인덱스(DXY) 110 상향 압력. 다만 쌍방 보복 시 글로벌 교역량 축소 → 안전자산 러시로 장기 고점 형성 후 완만한 약세 전환.
채권 : 10년물 상대적 안전 자산 선호·침체 기대 → 3.8%→3.3% 하락 잠재력.
원자재 : 구리·알루미늄 등 경기민감 품목 경기 우려로 10~15% 조정, 반면 美 셰일 WTI는 자국 생산 확대 명분으로 5~10% 프리미엄.
7. 기업 대응—5대 실무 체크리스트
- 원가전가 시뮬레이션 : ASP 인상 여력 vs 수요 탄력성 곡선 재점검
- 다변화 CAPEX : China+1+Mexico 방식—환율·노동생산성·물류 알고리즘 최적화
- 관세 엔지니어링 : HS코드 재분류·공정 이동으로 유효 관세율 최소화
- 포트폴리오 헤지 : 환리스크·커머더티 리스크를 옵션·스왑으로 부분 커버
- ESG·규제 맵 업데이트 : ‘관세+탄소국경조정’ 이중 규제 대비
8. 투자 전략—중장기 포트폴리오 로드맵
① 품목 회피 ETF : Invesco S&P SmallCap Industrials PSCI, iShares MSCI Mexico EWW 등.
② 가격 전가력이 높은 배당주 : P&G·Coca-Cola·Kimberly-Clark—브랜드 파워로 마진 유지.
③ 금리 하락 수혜 리츠 : 데이터센터·셀타워 리츠—관세 영향이 제한적.
④ 달러 초과 현금 기업 : Apple·Google—관세 부담을 주주환원 지렛대로 흡수.
9. 리스크 요인—세 가지 ‘블랙 스완’
- 정치적 극단화 : 대선이슈로 관세 카드가 반복 상향 → 글로벌 리세션
- 보복 관세 : EU·중국, 반도체·항공 등 전략 품목 맞불 → 기술냉전 심화
- 물가·임금 나선 : 관세→물가→임금→물가 피드백 고착 → 스태그플레이션
10. 결론—탈세계화(De-Globalization) 2막의 시작
관세 2.0은 단순히 무역량 감소나 재고 비용 증대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 프레임 재귀임포트, 중장기 공급망 리셋, 정책·외교 조류 변화까지 복합 파동을 일으키며 미국 주식·경제를 최소 3~5년간 재정렬할 것이다. 연준·기업·투자자는 모두 “낮은 관세·저물가·글로벌 생산 분업”이라는 30년 간의 전제를 내려놓을 준비가 필요하다. 관세가 일으킨 잉크 방울은 이미 물 위에 떨어졌다. 번지는 속도와 형태를 예측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수(水)상 전략이다.
— (칼럼니스트 이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