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이중석(경제‧시장 칼럼니스트)
게재일 : 2025-08-01
■ 들어가며 — “관세는 세금이다” VS “관세는 무기다”
2025년 여름, 글로벌 자본시장은 관세 인플레이션(tariff-driven inflation)이라는 낯설지 않은 단어를 다시 꺼내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월 1일 15% 전면관세(blanket tariff)를 발효하겠다고 못 박았고, 미·중 휴전 합의가 지체되면 30% 복귀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미 “관세 → 수입물가 → 소비자물가 → 금리 경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관세의 장기적 충격은 물가·금리·환율·기업이익·공급망 전 영역을 뒤흔드는 복합 파장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외교 카드 이상의 ‘거시 금융 변수’가 됐다.
본 칼럼은 최근 뉴스 흐름을 토대로 ① 글로벌 관세 전선의 현 주소, ② 관세가 미국 CPI·PCE 경로에 주는 구조적 상수, ③ 연준의 정책 함수 변화, ④ 산업별·자산군별 장기 득실, ⑤ 2025~2035년 3대 메가시나리오를 심층 모형화해 제시한다.
1. 글로벌 관세 지형: ‘트럼프 2.0’ 포스트어그리먼트 맵
구분 | 관세율(%) | 투자 약속 | 협상 상태(7/31) | |
---|---|---|---|---|
기본 | 상대·벌칙 | |||
한국 | 15 | — | $3,500억 펀드(美 운용) | 원칙적 합의 |
EU | 15 | 자동차 15 | 550억 달러 투자 | 잠정 합의 |
일본 | 15 | — | 5,500억 달러 투자 | 타결 |
베트남 | 20 | 우회 40 | — | 타결 |
인도 | — | 25 + 벌칙 | 미정 | 교착 |
중국 | 30* | 10*(中 대미) | — | 휴전 연장 미확정 |
*미·중은 8/12까지 30↔10% 임시 휴전을 유지, 이후 인하·철폐 여부 미정.
표에서 보듯 ‘투자 딜’이 수반된 국가는 세율이 15%에 고정돼 관세 ↔ 투자 맞교환 모형이 정착되는 반면, 인도·캐나다·멕시코·중국 등은 벌칙구간에 묶여 불확실성이 잔존한다. 이 구조는 1980년대 플라자합의 이후 가장 공격적인 미 무역주의 체제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2. 관세-발(發) 물가 충격 — 수학적 전파 경로
2-1) 수입물가지수 → 근원PCE 전이 함수
Fed가 내부 시뮬레이션에서 사용하는 간이 모델(Taylor-style Reaction Function)을 재현하면,
ΔCore PCE_t+2Q ≈ 0.28 × ΔImport Price_t + 0.14 × ΔWage_t
2025년 6월 기준 수입물가지수(IMPI)는 +2.1% y/y다. 15% 관세가 전면 적용될 경우 동 지수 +6.5%p가량 상승(골드만삭스 추정). 이를 대입하면 근원 PCE는 4~6분기 후 +1.8%p탄력 상승이 가능하다. 현재 근원 PCE 2.5% → 잠재 4.3%라는 값은 ‘2% 목표와의 괴리’를 단박에 드러낸다.
2-2) 연준 점도표 시프트
- 2025년 9월 FOMC: 시장 내재 25bp 인하 확률 47% → 관세 시나리오 채택 시 15%미만으로 축소.
- 2026년 3월: 장기 균형금리(r*) 추정치 2.5→3.0% 상향 가능.
즉, 관세는 강제적 ‘Higher for Even Longer’를 내장한다.
3. 장기 산업별 득실 지형도
3-1) 수혜 클러스터
- 재생에너지·전력 인프라 — 북미 생산기지 확대(IRA 인센티브 + 투자펀드) 수혜, CAPEX 사이클이 2030년까지 연 10% 복합성장.
- 방위·사이버보안 — 미·중·인도 3각 갈등 고조, 예산 상한선을 관세수입으로 충당한다는 ‘관세→안보’ 재정 프레임 가동.
- 미국 내 중간재(스틸·케미컬) — 경쟁 수입품 가격상승 + Buy American 조항.
3-2) 피해 클러스터
- 수입 의존 소비재(의류·가전) — 원가 +15% 전가 → 판가 상승 → 수요 탄력-1.2 기준 판매량 −5 ~ 8%.
- 물류·해운 — 교역량 둔화, 컨테이너 운임 하락 리스크.
-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 삼성 2Q 영업익 −55% 사례처럼, 규제+관세 이중 충격.
※ 특정 기업 예 : 포드는 관세 때문에 2025년 EBIT 중 20억 달러 역풍을 가이던스에 반영.
4. 장기 시나리오 2025-2035
시나리오 ① ‘관세 장기화(Hard Tariff)’ — 확률 35%
- 관세 15% 유지·확대, 중국 30% 복귀 → 2027년 세계교역/세계GDP 비중 26%로 역행(현재 29%).
- 미 10y 국채 중립금리 4.5% 정착, CPI 3.5 ±0.3% 플래토.
- 미 기업 EPS CAGR +4.0%(관세 이전 +6.8%).
시나리오 ② ‘관세-투자 스왑(Bilateral Deals)’ — 확률 45%
- 투자 펀드가 관세 상쇄, AI·인프라 신규 CAPEX ↑ → 총수요 · 단기 인플 동반 확대.
- 연준 인하 시점 2027년 후반 — 금융시장 밸류에이션 Nifty Fifty식 ‘투자 프리미엄’ 재분배.
시나리오 ③ ‘정책 롤백(Truce & Rollback)’ — 확률 20%
- 연방순회항소법원→대법원 관세 위헌 판결, 혹은 정권 교체.
- 달러 약세·수입물가 안정 → 연준 2026년 초 인하, 지속적 위험자산 랠리.
5. 투자 엣지 — 프라이싱 파워 + 리쇼어링 바스켓
5-1) ETF 스크리닝
- COPX(Global X Copper Miners) — 최근 1.1억 달러 유출은 ‘공포 구간’ 매수 기회. 친환경 CAPEX 확대 필수 메탈.
- XLI (Industrial Select Sector SPDR) — 미 제조업 리쇼어링 핵심. 장기 매출의 70% 내수.
- USFR (WisdomTree Floating Rate Treasury) — 관세발 금리변동 헤지.
5-2) 옵션 전략 — 변동성 백워데이션 활용
관세 시안(8/1) 직후 VIX 풋/콜 스큐가 완화될 경우, variable delta collar로 주식 익스포저 유지 + 하방 헷지.
6. 정책·거시 변수 체크리스트(2025-2026)
- 연준 SEP(9월)의 중립금리 점프 여부 — 도트 상단 4% 돌파 시 시나리오① 쪽 가중치.
- ‘V.O.S. 셀렉션스’ 연방순회항소법원 판결 — IEEPA 권한 범위.
- 관세 수입 사용처 — 재정적자 vs 산업펀드. 전자는 장기금리 상승, 후자는 공공지출 乘數.
7. 맺음말 — “금리는 영원히 높지 않다, 그러나 관세는 남는다”
관세는 통화정책만큼이나 거시 변수를 뒤바꾸는 ‘구조적 공급충격’이다. 파월 의장의 발언대로, 연준이 물가 목표를 고수하는 한 관세 인상은 곧 고금리 장기화다. 이미 S&P 500 이익률과 장기 국채금리 스프레드는 2018년 이후 최저로 수렴했고, 할인율 구조가 기업 밸류에이션에 다시 새겨지고 있다. 투자자는 ① 프라이싱 파워 ② 리쇼어링 수혜 ③ 변동성 헷지라는 세 축을 확보해야 한다. 2025년 하반기부터 펼쳐질 ‘관세 인플레이션 시대’는 단기 이벤트가 아닌 10년짜리 의제임을 명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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