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2025년 여름, 다시 찾아온 ‘관세 전면전’의 공포
올여름 뉴욕 월가의 화두는 인공지능(AI) 랠리도, 연준(Fed)의 금리 인하 시점도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7월 말 연이어 내놓은 전면 관세 카드가 시장 심리를 압도하고 있다. 중국·멕시코·캐나다·EU를 망라한 10~50% 범위 ‘단일 관세’, 제약·자동차·반도체·식품 등 핵심 산업별 추가 관세,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IEEPA)를 근거로 한 ‘무제한 경제 제재’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투자자들은 글로벌 공급망ㆍ물가ㆍ기업 실적ㆍ연준 정책의 새로운 균형점을 다시 계산하기 시작했다.
1. 관세 라운드업: 2025년 들어 이미 발표된 조치
시점 | 대상국·품목 | 세율 | 근거 법령 | 경제 규모(연간 수입액) |
---|---|---|---|---|
4월 15일 | 전 세계 전 품목 | 기본 10% | IEEPA | $3.1조 |
5월 18일 | 중국 반도체·전기차 | 50% | 301조 | $52B |
7월 10일 | 멕시코 전 품목 | 25% (90일 연장) | 国境안보 행정명령 | $460B |
7월 30일 | 제약 17社 | 가격인하 미이행 시 관세 부과 경고 | IEEPA | N/A |
7월 31일 | 중국 관세 휴전 잠정합의(미정) | 협상 중 | 무역대표부(USTR) | $575B |
단순 합산하면 향후 12개월 내 $4조 이상 교역에 관세 변수가 직접 적용될 수 있다. 이는 2023년 미국 명목 GDP(약 $28T)의 14%에 달하는 규모다.
2. 거시경제 메커니즘: 관세→물가→Fed→실물→주가
관세가 거시 변수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다섯 단계로 파급된다.
- 직접 인상 효과 – 수입단가 상승이 CPI·PPI 항목에 반영.
- 주문 전환 효과 – 기업이 가격 전가를 회피하려 우회수입·리쇼어링에 나서며 물류비·설비투자가 급증.
- 연준 반응 – 근원 PCE 점착성 심화 시 금리 인하 지연 → 실질금리 상향.
- 실물경기 압박 – 소비·주택투자 둔화, 관세 부담이 임금 협상·기업 마진에 복합 충격.
- 밸류에이션 재조정 – 할인율 상승+이익 레버리지 훼손으로 주식시장 PER 디레이팅.
☞ 필자 견해: 2018~2019 1차 미중 무역전쟁 당시 CPI는 0.4%p, PCE는 0.3%p 각각 상승했다. 이번 패키지는 세율·적용 범위가 과거 대비 2~3배 크다. 물가 상방 압력 1.0~1.2%p가량이 최소 18개월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3. 섹터별 리스크 매트릭스
- 반도체·AI 인프라 – NVIDIA·AMD·TSMC 설비 순환이 인건비+부품 관세 추가로 7~8% 상승. CAPEX 지연 리스크.
- 하드웨어(애플·델·HP) – 중국→인도 이전 가속. 12~18개월 공급 공백이 총마진 100~150bp 하락 요인.
- 자동차 – 멕시코 25% 관세 유지 시 테슬라 오스틴 공장·GM 셀라야 공장 원가 6~10% 상승 추정.
- 의약·바이오 – 제약 17社에 부과된 60일 시한은 ‘가격 캡’ 성격. 관세→리베이트로 전환될 가능성.
- 농산물·원자재 – 중국 보복관세 시 대두·옥수수 선물 변동성 증가, 미 중서부 농가 지원금 확대 필요.
4. 베이스라인·대안 시나리오
시나리오 A – 부분 철회(확률 35%)
8월 12일 中·美 합의, 멕시코 25% 관세는 5%P씩 단계 감축. CPI 영향 +0.4%p, S&P 500 EPS 2026년 +2.3% YoY.
시나리오 B – 현상 유지(확률 45%)
10% 기본 관세 고착화, 품목별 25~50%는 협상용 지렛대로 존치. CPI +0.8%p, 연준 첫 인하 2026년 1분기로 연기, EPS 0% 성장.
시나리오 C – 확대 충격(확률 20%)
IEEPA 소송에서 트럼프 승소, ‘단일 15%~50%’ 글로벌 관세 발효. CPI +1.2%p, 실질 GDP -0.6%p, EPS -8%~ -10%, 고용 70만~80만 명 감소.
5. 투자전략: 장기 포트폴리오 재정렬 로드맵
① 달러·채권
관세 인플레이션→연준 매파화가 장기금리 상단(10Y 4.75~5.25%)을 재정의할 수 있다. TIPS·중단기 국채 바벨 전략으로 손실 쿠션을 확보하고, 달러 강세로 EM 통화 비중 축소를 권고한다.
② 주식
• 리쇼어링 수혜: Eaton, ABB, Caterpillar, Nucor
• 중간재 다변화: Taiwan Semi → GlobalFoundries, Micron
• 생활필수품: Costco, Kroger – 관세 전가력이 우수한 구조.
③ 대체투자
물류창고·콜드체인 REIT, 멀티에셋 원자재 ETF(PDBC·BCI)로 공급망 병목·가격 탄력성에 대비한다.
6. 필자의 3대 통찰
① 관세는 ‘정책 금리’만큼 강력한 거시 레버다. 동일 25bp 금리 인상 대비 관세 5%p 인상은 소비자 체감 물가에 1.3~1.5배 더 직접적이다.
② AI 슈퍼사이클도 관세 변수 앞에선 얇은 방파제다. GPU 후공정 상당수가 중국·대만에 집중돼 있어, H100·MI300 납품 리드타임이 평균 6주 연장될 수 있다.
③ 환율·인플레·정책을 한 묶음으로 보라. 관세→달러 강세→수입 물가 역류→Fed 지연은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을 만들며, 1970년대式 ‘비용발 인플레’ 재연 가능성이 열려 있다.
결론: ‘관세 빅뱅’은 이미 시작됐다
투자자는 이제 AI나 연준처럼 명확한 모노 드라이버 대신, 무역·산업·통화·정치 리스크가 얽힌 다차원 체스판을 읽어야 한다. 최소 1년, 길게는 2030년 초반까지 미국 물가·정책금리·기업 실적의 최상단 변수가 ‘관세’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필자는 리쇼어링 인프라·그린리소스·가격전가력 소비재를 축으로 한 구조적 재편이 이번 사이클의 승자 포트폴리오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그 외 자산군은 관세 헤드라인에 따라 변동성 범위 확대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기사·데이터 기준일: 2025년 8월 2일 / 작성자: 이중석(경제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본 기고는 정보 제공용으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