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복합 충격’의 10년 시계 : 인플레·공급망·달러 패권을 삼중으로 재편하다

美 ‘관세 복합 충격’의 10년 시계 : 인플레·공급망·달러 패권을 삼중으로 재편하다

작성자 : 이중석 |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 데이터 분석가


1. 문제 제기 ― 다시 돌아온 ‘관세 시대’

2025년 하반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일부로 EU·멕시코산 제품 30% 관세를 비롯해 ‘동맹·비동맹 가릴 것 없는’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10%, 문제국엔 35~55%”라는 발언은 2018~2019년 무역전쟁의 귀환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시장의 즉각 반응은 의외로 담담했다. 6월 CPI·PPI는 각각 0.3%, 0.0%를 기록해 관세발(發) 인플레가 아직 수치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관세가 정말 ‘톱니 빠진 걱정거리’에 불과한가?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관세가 ① 인플레이션 구조 ② 글로벌 공급망 ③ 달러·위안 패권 세 축을 서서히 재편하며, 장기적으로 미국 주식·경제에 복합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2. 관세→인플레 경로 : ‘지연·다단(多段) 파급’ 모형

표 1은 원자재 → 중간재 → 완제품 → 서비스로 전가되는 평균 시차전가율을 요약했다.

단계 평균 전가 시차(개월) 전가율(%) 2025~2027 관세 시나리오 전가율
원자재 → 중간재 3 65 77
중간재 → 완제품 6 45 55
완제품 → 소비자물가(CPI) 9 30 40
CPI → 서비스물가(PCE) 12 20 27

즉, 지금 PPI가 ‘0’이라도 18~24개월 뒤 CPI·PCE에 누적 충격이 도달할 수 있다. 연준이 “인플레 목표를 달성했다”며 섣불리 금리 인하 사이클에 진입할 경우, 2026~2027년 재인상(리플레이션 쇼크)이 불가피해질 가능성이 있다.

3. 공급망 지형 변화 ― 러스트벨트의 부활 vs. 수입 단가 상승

  • 리쇼어링(Reshoring) 가속 : 테슬라·GM·볼보는 이미 멕시코·EU산 부품을 미국 남동부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CAPEX 회수기간이 7→12년으로 늘어나 배당·자사주 매입 여력이 감소할 전망이다.
  • ‘친우(Friend-Shoring)’ 확산 : 코스타리카·베트남·폴란드 등이 미국 관세 정책의 수혜국으로 부상하지만, 인프라·노동 숙련도 한계로 공급 병목을 완전 해소하기 어렵다.
  • 중간재 가격 인플레 : 2024~2025년 스팟(spot) 호가는 안정됐으나 장기 공급계약(3~5년) 재협상 시 이미 8~12% 인상 조항이 반영되고 있다.

4. 달러 패권의 중·장기 리스크 ― ‘쌍둥이 적자’와 위안화 청구서

관세는 국내 세수 증가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물가·재정 적자·무역 적자를 빅스텝으로 확대한다. IMF 장기전망에 따르면 현재 GDP 대비 총연방부채 129% → 2035년 141%로 궤적이 가팔라진다. 이는 달러화의 실질실효환율을 잠식해 위안화 무역결제 비중(현재 5%)이 2030년 12~15%로 확대될 수 있다. 달러 약세는 S&P500 멀티플에는 우호적이지만, 실질 구매력 저하생활 인플레를 재점화한다.

5. 산업·자산군 시나리오 매트릭스

시나리오 금리 주요 섹터 수혜·피해 추천 자산
2025~2026 2027~2030
A. 완전 고착 4.0% 이상 동결 ▲5.5% 재인상 방산·AI 반도체 ↑ / 소매·주택 단기 국채 ETF, 골드, 다국적 방산주
B. 점진 완화 하반기 75bp 인하 3.0% 박스권 친환경 인프라·자동화 설비 ↑ 배당성장주, IG 회사채
C. 인플레 재점화 25bp 인하 후 동결 ▲6.0% 급등 에너지·농산물 ↑ / 성장주 밸류에이션 급락 커머디티 롱 ETF, 인플레 연동채(TIPS)

6. 투자전략 로드맵 ― ‘세븐 포트폴리오’ 제안

필자는 관세 충격이 구조적으로 남을 A·C 시나리오 가능성을 60%로 본다. 이에 따라 ① 달러·② 단기채·③ TIPS·④ 경기방어주·⑤ 방산·⑥ 농산물 ETF·⑦ AI 인프라를 7:10:10:18:15:15:25 비중으로 담은 ‘세븐 디펜시브 앤드 그로스 포트폴리오’를 제안한다. 10년 누적 변동성 가정(12.5%) 대비 연평균 기대수익률은 8.3%로, S&P500 총수익률(6.8%) 대비 ▲1.5%p 초과를 목표로 한다.

7. 결론 ― 관세 시대, ‘느리게 끓는 밥솥’을 경계하라

첫째, 관세는 시차·누적 형태로 인플레를 재점화해 연준의 정책 신뢰성을 시험한다.
둘째, 공급망 재편은 미국 제조업 고용을 늘리는 대신, 낮은 물가·높은 이익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 중 하나를 잃게 만든다.
셋째, 달러 패권 약화가 현실화되면 외채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결국 관세로 확보한 재정 여력이 상쇄된다.

‘느리게 끓는 밥솥’은 처음엔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지만, 압력이 포화점에 도달하면 한 번에 분출한다. 투자자는 관세 뉴스 헤드라인 너머의 멀티 라운드 효과를 주시해야 한다. 10년 후, “관세가 별 영향 없었다”는 말보다 “관세가 모든 걸 바꿨다”는 평가가 나올 가능성이 더 높다.


©2024-2034 이중석. 본 칼럼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은 독자에게 있다.